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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출가와 브라만-상

기자명 현진 스님

출가란 목적 갖고 집 나선다는 범어 ‘프라브라지타’ 번역어

출가, 브라만교에서 유래된
고대인도 전통의 수행방식
브라만, 브라만교 절대존재
브라흐만 닮으려는 수행계급

카필라성 안에서 부족한 것을 모르고 지내다 동・남・서쪽 문밖에서 늙음과 병듦과 죽음을 본 왕자 싯달타는 마침내 북문 밖에서 유유히 걸어가는 출가수행자의 여법한 모습을 보고 결국 삭발하고 출가하였다. 물론, 이 사문유관상(四門遊觀相)은 ‘픽션’이다. 불교에선 순화하여 방편(方便)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어릴 적, 이 부분이 가장 궁금했었다. 부처님은 불교를 창시한 분인데, 웬 삭발? 출가? 물론 그때는 절에 가도 어린이 불교학교나 불자를 위한 교양대학 등이 없었기에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을 들을 기회가 없어서 가졌던 의문일 것이다.

집을 나선다는 의미의 출가(出家)는 산스크리트어 프라브라지타(pravrajita)의 번역어인데, ‘목적을 가지고[pra] 떠나가는[√vraj] 것[­ita]’이란 어원을 지닌다. 출가는 불교 이전의 브라만교에서도 있었고, 약간 형태를 달리하긴 하지만 불교를 비롯한 신흥종교에서도 답습했던 인도전통의 수행방식이다. 마치 도를 닦으려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고 득음을 하려면 폭포수 밑으로 달려갔던 우리 조상들처럼.

인도에서 고대 브라만교와 불교・자이나교 같은 신흥종교 및 중세 이후 힌두교는 종교형태의 굴곡이 다소 있었더라도 출가수행자를 존중하는 인식이 거의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었다. 그래서 불교의 출가를 속들이 이해하자면 그 뿌리라 할 수 있는 브라만의 생활주기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불교를 믿는 사람은 부처님을 닮고자 하기에 불자(佛子)라 일컫듯이, 브라만교에선 절대 존재인 브라흐만(brahman)을 닮고자 하기에 그 수행자 계급을 브라흐마나(brāhma ṇa, 브라흐만이 되고자 하는 자) 혹은 줄여서 ‘브라만’이라 일컫는다. 인도의 사성계급 가운데 가장 윗자리인 브라만은 일생동안 초기에는 학생기・가주기・임주기인 세 단계의 생활주기를 가졌었는데, 불교를 비롯한 신흥종교의 영향으로 그 이후엔 유행기가 더해져 네 단계의 생활주기로 정착되었다.

학생기(學生期, brahmacārin): 학생기는 브라만의 경우 8세, 크샤트리야의 경우 11세, 바이샤의 경우 12세에 시작된다. 그 기간은 보통 12년이다. 학인은 학생이 되는 간단한 의식을 치른 후에 스승의 집이나 특정한 아쉬람에 머물며 기본적인 인성교육을 받다가, 스승의 판단으로 시기가 되었다고 여겨질 때부터 베다를 공부한다. 스승의 허락으로 학생기를 졸업하면 집으로 돌아와 결혼을 함으로써 가주기에 들어가게 된다. ‘브라흐마카린’이란 ‘브라흐만[brahman]처럼 행동하는[√car] 것[­in]’에서 온 말이다.

가주기(家住期, gṛhastha): 20세를 전후하여 집으로 돌아와 결혼과 함께 가업에 열중한다. 자식을 낳아 조상의 은혜에 보답하고, 제례를 올려 신들에게 보답하며, 배운 것을 전승하여 스승의 가르침에 보답한다. 단순히 집안을 돌보는데 국한하지 않고 자신이 머무는 지역에 지도자로서도 봉사한다. ‘그뤼하스타’란 ‘집[gṛha]에 머물다[√sthā]’에서 온 말이다.

임주기(林住期, vānaprastha): 아들이 가주기에 접어들어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모든 집안일을 아들에게 넘겨주고 부인과 함께 혹은 홀로 숲속에 머물며 청정한 신행생활을 하는 수행의 시기이다. 임주기에는 아란야카 및 우파니샤드 등의 철학서를 공부한다. ‘와나프라스타’란 ‘숲[vāna]에 목적을 지니고[pra] 머물다[√sthā]’에서 온 말이다.

유행기(遊行期, saṁnyāsa): 임주기에서 일정한 수행을 한 후에 촌락으로 탁발 걸식하며 돌아다니는 유행자의 시기이다. 우파니샤드 등에는 임주기까지만 언급되어 있으며, 유행기는 신흥종교에 의한 사문(沙門)의 제도가 생긴 뒤에 그를 받아들여 기원전 4세기 이후에 확립되었다. ‘산야사’란 ‘몽땅[sam] 내려놓은[√nyas] 자[­a]’에서 온 말이다.

현진 스님 봉선사 범어연구소장 sanskritsil@hotmail.com

 

[1477 / 2019년 2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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