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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인도유럽어족과 불살생의 탄생 ②

기자명 고용석

불교 등장하며 도살·살생 금지 강조

사제 횡포에 고통 받던 민중들
소 희생 제사 금지 불교에 귀의
브라만계급과 직접마찰 불가피
불살생은 당시 의식수준 앞서가

유라시아 스텝지방의 쿠르간 유목민 후손들은 인더스 계곡에서 생태적으로 이상적인 목초지를 발견하고 기원전 1975년경 유입된다. 소와 말, 무기와 그들의 신들도 함께 가져왔다. 아리안족은 선조 쿠르간이 그러했듯 카스트제도를 만들어 피정복민을 흡수했다. 가장 높은 지위에 있던 브라만은 쿠르간의 신들에게 소 희생 제사를 주관하고 신들의 말씀인 여러 베다를 후손에게 전수했다. 쿠르간 전사의 주요 책임은 전쟁하고 소를 빼앗는 것이었고 제사 때 쇠고기를 넉넉히 나눔으로써 원주민들의 충성과 선의를 얻을 수 있었다.

베다에 의하면 전쟁은 산스크리트어로 ‘소에 대한 욕망’이고 전쟁군주는 ‘소의 군주’를 뜻한다. 기원전 7세기 이후 사제와 전사들은 자신들의 왕성한 식욕을 만족시키며 통치받는 지역민들 달래기에 충분한 쇠고기 공급이 힘들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인류학자들은 여기서 통치의 위기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산림이 헐벗고 토지는 침식되어 고갈 위기에 이르렀다. 인구증가와 함께 경작지도 줄고 식량부족으로 인해 목초지 대부분은 집약농업으로 전환되었다. 농부들은 소를 끼니로 먹어치울 만한 여유가 없었다. 가난한 이들은 생존과 기아 사이에서 허덕이면서 주기적인 홍수와 가뭄에 희생당했지만 사제와 베다 지도자들은 농부들의 소를 압수해 그 쇠고기로 자신들의 배를 불렸다. 농부들의 굶주림과 원성은 극에 달했고, 그런 상황에서 탄생한 불교는 민중들의 고통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었다. 불교는 소 희생 제사와 도살은 물론 살생을 금했으며 명상과 깨달음, 자발적 빈곤을 강조했고 민중들의 곤경을 기탄없이 대변했다. 수많은 민중들이 불교에 귀의했고 당연히 브라만과의 직접적 마찰도 피할 수 없었다.

900년에 걸쳐 인도에서 불교와 브라만교도들은 각축전을 벌였다. 결국에는 힌두교가 우세해졌지만 그 이전에 힌두교도들은 자신들의 교리에 불교의 가르침을 끌어들여야했다. 동물희생 제사를 금했고 새로운 아힘사 가르침은 비폭력과 생명의 신성함을 옹호했다. 나아가 소를 도살하는 자가 아닌 소의 보호자로 설정하여 소 숭배의식을 부추겼다. 덧붙여 리그베다의 동물희생 제사는 은유나 상징적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19세기 말 위대한 산스크리트 학자였던 라잔드라 미트라는 ‘브라만들은 불교와 맞서 싸워야했을 때 불교의 동물의 생명에 대한 경외가 무너뜨리기에 너무 강력하고 대중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점차적으로 눈에 띄지 않게 이를 받아들여 이것이 마치 그들 가르침의 일부인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고 썼다.

모든 영적 전통과 종교는 공통적으로 ‘네가 원하는 바를 상대에게 베풀라’를 윤리적 근간으로 삼는다. 불교·기독교·유대교·조로아스터교·이슬람교는 물론 공자 역시 평생 동안 행할 만한 것으로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은 상대에게 행하지 말라’는 황금률의 실천을 강조했다. 불교는 이 황금률을 동물이나 모든 생명체로 확대해서 명시한 최초의 종교였다. 불살생은 다른 종교들이 겪어온 당시의 사회경제적 상황이나 문화, 사람들의 의식수준에 비해 너무 앞서나가는 가르침이었다. 

이 가르침은 오늘날 더욱 깊은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육식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거의 모든 환경파괴 유형 중에서도 선도 역할을 하고 있는데다 이제 우리가 문명 속에서 다른 생명체에 존중하고 책임을 져야하는 단계의 의식수준에 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유엔과 세계적 연구들이 기아·자원고갈·기후변화·생물종멸종·전염병창궐 등 지속가능성 논의에 육식의 결정적 역할을 밝혀왔고 동물권·지구권이 헌법에 명시되는가하면 비건채식으로 대표되는 깨어있는 생활방식이 지구시민의 당연이자 고양된 의식의 기본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directcontact@hanmail.net

 

[1477 / 2019년 2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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