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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수고로움 기댄 은혜 갚고자 바랑 메다

  • 수행
  • 입력 2019.02.19 00:59
  • 수정 2019.03.04 10:02
  • 호수 1478
  • 댓글 1

은해사 산내암자 백흥암 동안거 해제하는 날

1년에 두 번 산문 여는 곳
비구니스님들만의 수행처
선객 13명 방부 들여 안거
백흥암 선원장 영운 스님
“중생 행복 위해 정진하길”

백흥암서 한 철 난 비구니스님 3명이 영산전 앞에 섰다. 도량을 떠나기 전, 부처님께 인사드리기 위해서다. 그리고 한 철 공부 잘 외호해 준 주지 소현 스님에게도 합장했다. 방부 들일 때 바랑 메고 들어온 산문 밖으로 다시 바랑 메고 나선다. 시주의 은혜 다 갚았을까. 다시 길 위에 섰다.
백흥암서 한 철 난 비구니스님 3명이 영산전 앞에 섰다. 도량을 떠나기 전, 부처님께 인사드리기 위해서다. 그리고 한 철 공부 잘 외호해 준 주지 소현 스님에게도 합장했다. 방부 들일 때 바랑 메고 들어온 산문 밖으로 다시 바랑 메고 나선다. 시주의 은혜 다 갚았을까. 다시 길 위에 섰다.

1년에 딱 두 번, 부처님오신날과 백중에만 외부인에게 허락된 암자. 행여 수행에 방해될까 정진 기간에는 더더욱 빗장을 걸어 잠근다. ‘금남(禁男)의 도량’이라 불리는 비구니스님들의 수행처 백흥암(주지 소현 스님)이다. 무술년 동안거 해제를 하루 앞둔 2월18일, 발길을 허락한 백흥암에서 해제 풍경을 마주했다.

백흥암은 영천 은해사 산내암자다. 비구스님 수행처인 기기암과 더불어 은해사의 자랑이다. 백흥암은 하늘 향해 기지개 켜는 팔작지붕을 얹은 극락전(보물 제790호)과 수미단(보물 제486호)을 품고 있었다. 각 전각들은 단청의 색을 세월의 흐름에 씻겨 보내고 나무 본연의 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극락전 옆, 번뇌 단칼에 베는 지혜의 칼을 찾으라고 경책하는 듯 심검당이 자리했다. 선객들이 좌복을 펴는 곳이다.

지난 동안거에는 13명의 선객들이 방부를 들였다. 주지 소현 스님을 비롯해 원주, 행자까지 포함하면 총 23명의 비구니스님들이 한 철을 났다. 스님들은 새벽 3시면 일어나 도량석을 돌고, 극락전에서 예불을 드렸다. 행자들은 108배를 올리고, 3시30분이면 입승의 죽비소리가 컴컴한 도량의 공기를 가른다. 5시까지 반쯤 뜬 눈을 형형히 빛내며 저마다 받은 화두 하나 간절히 붙들고 붙든다. 그렇게 입선과 방선을 여러 차례, 매일 13시간씩 좌복 위에서 일대사 해결을 위한 화두와 치열한 한 판 승부가 펼쳐졌으리라.

동안거에는 13명의 선객들이 방부를 들였다. 주지 소현 스님을 비롯해 원주, 행자까지 포함하면 총 23명의 비구니스님들이 한 철을 났다. 스님들은 새벽 3시면 일어나 도량석을 돌고, 극락전에서 예불을 드렸다. 행자들은 108배를 올리고, 3시30분이면 입승의 죽비소리가 컴컴한 도량의 공기를 가른다. 5시까지 반쯤 뜬 눈을 형형히 빛내며 저마다 받은 화두 하나 간절히 붙들고 붙든다. 그렇게 입선과 방선을 여러 차례, 매일 13시간씩 좌복 위에서 일대사 해결을 위한 화두와 치열한 한 판 승부가 펼쳐졌으리라.
동안거에는 13명의 선객들이 방부를 들였다. 주지 소현 스님을 비롯해 원주, 행자까지 포함하면 총 23명의 비구니스님들이 한 철을 났다. 스님들은 새벽 3시면 일어나 도량석을 돌고, 극락전에서 예불을 드렸다. 행자들은 108배를 올리고, 3시30분이면 입승의 죽비소리가 컴컴한 도량의 공기를 가른다. 5시까지 반쯤 뜬 눈을 형형히 빛내며 저마다 받은 화두 하나 간절히 붙들고 붙든다. 그렇게 입선과 방선을 여러 차례, 매일 13시간씩 좌복 위에서 일대사 해결을 위한 화두와 치열한 한 판 승부가 펼쳐졌으리라.

강원 공부는 3년을 채운 뒤에야 허락하는 백흥암, 선방 첫 철을 나려는 선객의 방부는 거절된다. 대중이 많이 운집한 해인사, 석남사, 내원사 등에서 큰스님 법문을 듣거나 어른스님들의 일거수일투족에서 스스로 배운 뒤 좌복을 펴라는 무언의 경책이기도 하다.

백흥암이 비구니 수행도량으로 일신한 연유는 회주 육문 스님과 선원장 영운 스님의 원력 때문이다. “주인도 객도 없는” 회상 하나 꾸미려고 선방 도반이던 육문 스님과 영운 스님이 1980년대 후반 함께 백흥암을 찾아든 것. 벌써 30여년이 훌쩍 넘었다. 선원장 영운 스님은 동곡당 일타 스님이 직접 썼다는 무이당 편액 걸린 방사에서 객을 맞이했다.

세납 74세 법랍 53세인 영운 스님은 성철 스님에게 법명 받았다. 해인사 백련암에서 성철 스님이 불러 세워 전했던 “영운아 열심히 하그래이” 말씀대로 이뭣고 화두만 순일하게 지니고 대중들과 여일하게 정진 중이었다. 전기도 안 들어오는 도량에서 영운 스님은 촛불 하나 켜놓고 그렇게 밤을 지새웠고, 선방에 촛불만 켜놓고 정진했다고 회고했다.

“대방 탁자 위에 촛불 2개만 있었어요. 도량 온 천지가 고요했지요. 지금은 환해서 그 느낌을 받을 수 없지만, 달빛에 스치는 바람과 낙엽 소리, 새벽이면 각 전각에서 들리는 목탁소리, 새벽예불에서 지심귀명례 지심귀명례가 들리면 그렇게 환희로웠습니다.”

영운 스님이 주석하며 쌓아올린 수행가풍은 선객들 몫만은 아니다. 신도들도 남다르다. 11년째 열리는 금요법회에서 1시간 법문 듣고 2시간 좌선하는 재가수행자들이 20여명이나 된다. 개근한 재가수행자들에게 선물하는 죽비가 20여개가 넘었다.

백흥암 선원장 영운 스님은 늘 시주의 은혜를 잊지 않고 밥값 제대로 하지는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흥암 선원장 영운 스님은 늘 시주의 은혜를 잊지 않고 밥값 제대로 하는지를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운 스님은 가지산 석남사 등지서 큰스님들로부터 듣고 뼈에 새긴 말씀을 후학들에게 늘 강조한다. “밥 한 발우가 피 한 발우다.” 이창재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길 위에서’ 언급했던 그 말씀이다.

“석남사 규율이 엄격했는데, 어른스님들은 늘 쌀 한 톨 간장 한 방울 아끼라고 하셨지요. 우리는 시주의 은혜로 살지요. 정말 나 자신은 밥값을 하고 있나 돌이켜 봐야 해요. 세속도 마찬가지에요. 내가 벌어 내 맘대로 한다지만 공기 없이 물 없이 햇볕 없이 농사 짓는 사람 없이 혼자 어떻게 살 수 있을까요. 각자의 수고로움을 은혜 입고 서로 기대면서 살아갑니다. 그래서 밥 한 발우가 피 한 발우와 같습니다. 스님네들이 해제를 하더라도 중생의 행복을 성취하겠다는 발원을 단단히 하길 바랍니다.”

안거 동안 단단해진 번뇌망상 덩어리 깎아내고 이제 만행길에 나서는 스님들에게 보내는 독려였다. 하지만 스님들에게만 강조하는 말씀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수고로움을 생각하는 마음은 현대인들에게도 필요한 가르침이었다.

“중생들의 행복이 모든 스님들의 원입니다. 그 발원들이 여물어가는 선원들이 있어 한국불교가 있습니다. 세상살이하는 이들도 조금만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타협할 수 있습니다. 설사 발을 밟아도 서로 죄송하다는 아름다운 말들이 오간다면 그 자리가 바로 불국토 아닐까요.”

백흥암서 한 철 난 비구니스님 3명이 영산전 앞에 섰다. 도량을 떠나기 전, 부처님께 인사드리기 위해서다. 그리고 한 철 공부 잘 외호해 준 주지 소현 스님에게도 합장했다. 방부 들일 때 바랑 메고 들어온 산문 밖으로 다시 바랑 메고 나선다. 시주의 은혜 다 갚았을까. 다시 길 위에 섰다.

영천=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478 / 2019년 2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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