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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진 스님 성추행 피해자 윤모씨 첫 입장 표명

  • 사회
  • 입력 2019.02.20 14:33
  • 수정 2019.02.20 15:18
  • 호수 1478
  • 댓글 10

“더이상 숨지 않겠다”…변화 없는 현실에 분노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가 연일 사회를 들썩이는 가운데, 불교계 대표적인 ‘미투’ 여성이자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의 성폭력 피해자가 처음으로 본인의 실명을 드러내고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는 2016년 10월 직장 내 성폭력으로 법진 스님을 고소했으며 2년 4개월이 지난 올 1월17일, 대법원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으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성폭력 피해자임을 법적으로 인정받았다.

윤모(38)씨는 2월20일 호소문을 발표하고, 성폭력 피해자로써 그간 겪은 고통과 판결 이후 여전히 변화 없는 삶에 대해 토로했다. 윤씨는 호소문에서 “법진 스님을 고소한 후 저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다”며 “피해자인 저는 일개 직원이었고 가해자는 저의 최고 상사이자 불교계 거대 법인의 이사장이었다. 저는 모태신앙에 독실한 불교 신자였고 가해자는 존경받는 스님이었기에 제가 겪은 성폭력 피해를 입증하는 과정은 무엇 하나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때문에 “대법원 판결이 났던 1월17일, 눈물이 날 정도로 안심했다”고 했다. 윤씨는 “이제야 기나긴 싸움을 끝내고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주위의 시선, 낙인찍힌 이미지는 제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 감내하고, 이제라도 당당하게 나의 권리를 찾으리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윤씨는 “그러나 지금, 여전히 내 삶은 2016년 8월 5~6일(사건당일)에 머물러 있고 가해자인 이사장 법진 스님의 삶도 변하지 않았다”며 “피해자인 저는 여전히 성폭력여성쉼터에 머물며 직장으로도, 자취방으로도 돌아가지 못한 상태로 두려움에 고통 받고 있으며 가해자인 법진 스님은 여전히 선학원의 이사장으로 군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대법원 판결 이후인 1월24일 선학원 이사회가 법진 스님의 사표를 반려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듯 했다”고 밝혔다.

윤씨가 본인을 드러내고 호소문을 작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윤씨는 “이제 더 이상 숨어만 있지 않겠다”며 “연일 보도되는 미투를 보며, 성폭력 피해여성들이 당당히 권리를 구제받고 사회일원으로 돌아가는데 미약한 힘이라도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478 / 2019년 2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다음은 호소문 전문.

호 소 문

안녕하세요. 저는 직장내 성폭력 피해자 윤소연(본명 윤정윤)입니다. 가해자는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입니다.

저는 재단 사무처 직원으로 근무하던 중 이사장 법진 스님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고, 상담도 받으며, 참고, 고민하다가 결국 2016년 10월18일 이사장 스님을 고소했습니다.(http://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dxno=95514)

그로부터 지금까지 2년이 넘는 긴 시간 소송을 이어왔으며, 올해 1월17일 대법원은 법진 이사장에게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으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기나긴 고통 끝에 제가 성폭력 피해자임을 법적으로 인정받게 된 셈입니다.

스님을 고소한 후 저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습니다. 피해자인 저는 일개 직원이었고 가해자는 저의 최고 상사이자 불교계 거대 법인의 이사장이었습니다. 저는 모태신앙에 독실한 불교 신자였고 가해자는 존경받는 스님이었습니다. 권력을 가진 성직자를 상대로 제가 겪은 성폭력 피해를 입증하는 과정은 무엇 하나 쉽지 않았습니다.

제 삶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건강이 급속도로 쇠약해졌습니다. 이사장을 고소한 저는 직장에 나갈 수 없었고 재단 관계자가 찾아왔던 자취방에도 돌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1366여성센터의 도움으로 쉼터에 거주하면서 바깥출입 한번조차 망설이며 살았습니다. 사람들이 다 저를 감시하거나 비난하는 것 같았고, 가해자 이사장스님이 너무나 무섭고, 공포스럽고, 두려웠습니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재단에서 함께 근무했던 사무처 직원은 증인으로 나서 제가 납득할 수 없는 저의 행실을 문제 삼았고, 제가 과거에 근무했던 직장까지 찾아가 저를 음해하는 상황에 다다르자 저는 더더욱 두렵고 막막하고 움츠러들었습니다. 모든 인간관계에 극심한 공포를 느꼈고 모든 지인은 물론, 홀로 계신 아버지에게조차 연락을 끊었습니다.(법원은 그들의 증언에 대해 -피해자의 전 직장 동료와 상사, 은사 등을 내세워 근거 없이 피해자 평소 행실이나 과거 직장 등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로 허위 사실을 주장하는 등 2차 피해를 입혔다-고 판결했습니다.)

그렇게 저의 삶은 멈췄고, 저는 제가 겪은 성폭력 피해에 대한 진실을 입증받기 위해 극심한 고통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내 행동에 문제가 있었을까. 성추행 당시 내가 좀 더 단호하게 대처했다면 어땠을까. 더 일찍 신고를 했다면... 후회와 자괴감도 컸습니다. 잠을 편히 들지 못하고 수시로 깨고,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습니다. 제가 피해자가 된 것이 제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쉼터에서 제공하는 안전과 심리치료 프로그램은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가장 힘든 것은 모순적이게도 희망이었습니다. 이사장이 이사회에 사표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법원이 1심에서, 또 항소심에서 제가 겪은 성폭력 피해를 인정했을 때. 저는 비로소 힘든 날이 끝나고 잃어버린 제 삶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번번이 희망은 절망으로 변했습니다. 이사장은 건재했고 여전히 재단법인 선학원의 대표자로 법문을 하고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대법원 판결이 났던 1월17일. 저는 눈물이 날 정도로 안심했습니다. 이제야 기나긴 싸움을 끝내고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주위의 시선, 낙인찍힌 이미지는 제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 감내하고, 이제라도 당당하게 나의 권리를 찾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여전히 제 삶은 2016년 8월 5~6일(사건당일)에 머물러 있습니다. 가해자인 이사장 법진 스님의 삶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인 저는 여전히 성폭력여성쉼터에 머물며 직장으로도, 자취방으로도 돌아가지 못한 상태로 두려움에 고통 받고 있으며 가해자인 법진 스님은 여전히 선학원의 이사장으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 이후인 1월24일 선학원 이사회가 법진 스님의 사표를 반려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듯 했습니다.

최근 저는 개인 심리 상담치료를 다시 받기 시작했습니다.

쉼터의 피해자 회복 프로그램과 정신과 병원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아오면서 상태가 호전됐었지만, 변하지 않는 상황이 저를 처음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불안감과 두려움, 상실감과 허탈감은 저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제 삶은 여전히 2016년 8월 5~6일(사건당일)에 머물러 멈춰져 있습니다. 진심어린 사과도 받지 못했고, 당연한 권리를 가진 간절한 직장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고통 속에서 연일 보도되는 미투를 보며 저는 이제 더 이상 숨어만 있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미투는 제가 걸어왔던 길이기에, 미투 여성들의 고통을 가슴 절절하게 공감합니다. 성폭력 피해여성들이 당당히 권리를 구제받고 사회일원으로 돌아가는데 저의 호소가 미약한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호소문을 작성합니다.

정의 구현을 위해 힘쓰시는 기자님께, 제가 잃어버린 제 삶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종교법인의 이사장이 여직원을 성추행하고도 건재한 이 막막한 현실을 변화시켜주십시오.

그리고 용기있는 미투로 어려운 길을 선택한 우리 사회의 여성피해자들을 지지해 주십시오.

절실하고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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