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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법사 번역한 반야심경 오류 심각하다”

  • 교학
  • 입력 2019.02.20 15:25
  • 수정 2019.02.23 07:03
  • 호수 1478
  • 댓글 13

이태승 교수 반야심경 심층분석
‘반야바라밀다’를 주문으로 해석
범어 원전 잘못된 해석이 원인
대승 정신적 경지가 주문 전락
범본 근거해 한역 한계 극복해야

오늘날 불교행사나 법회 때마다 봉독하는 반야심경은 당나라 고승 현장법사(602~664)가 범어를 한문으로 번역한 것으로 불교의례와 불교사상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경전이다. 그러나 260자에 불과한 반야심경은 많은 연구자들을 곤경에 빠뜨리고는 했다. 사진은 조계종 제작 반야심경 영상 캡쳐 사진.
오늘날 불교행사나 법회 때마다 봉독하는 반야심경은 당나라 고승 현장법사(602~664)가 범어를 한문으로 번역한 것으로 불교의례와 불교사상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경전이다. 그러나 260자에 불과한 반야심경은 많은 연구자들을 곤경에 빠뜨리고는 했다. 사진은 조계종 제작 반야심경 영상 캡쳐 사진.
이태승 위덕대 불교문화학과 교수
이태승 위덕대 불교문화학과 교수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불교경전으로 간주돼온 반야심경이 현장법사에 의해 잘못 번역됐으며 이로 인해 반야심경을 이해하는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대승의 불교도가 닦고 배워야할 반야바라밀다를 주문(mantra)으로 오역함으로써 반야심경의 성격을 불분명하게 하고 주문이 이중적으로 나타나는 심각한 모순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태승 위덕대 불교문화학과 교수는 최근 ‘인도철학’(제54집)에 실린 논문에서 현존하는 대·소본 반야심경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오늘날 불교행사나 법회 때마다 봉독하는 반야심경은 당나라 고승 현장법사(602~664)가 범어를 한문으로 번역한 것으로 불교의례와 불교사상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경전이다. 그러나 260자에 불과한 반야심경은 많은 연구자들을 곤경에 빠뜨리고는 했다. 그중에서도 ‘반야바라밀다는 가장 신비하고 밝은 주문이며 위없는 주문이며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주문이니 온갖 괴로움을 없애고 진실하여 허망하지 않음을 알지니라(般若波羅蜜多 是大神呪 是大明呪 是無上呪 是無等等呪 能除 一切苦 眞實不虛)’라는 반야심경의 뒷부분이다. 여기에서 ‘반야바라밀다=주문’으로 간주하더니 곧바로 다음 구절에서 ‘이제 반야바라밀다주를 말하리라.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故說 般若波羅蜜多呪 卽說呪曰 揭諦揭諦 波羅揭諦 波羅僧揭諦 菩提娑婆訶)’라고 다시 새로운 주문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반야바라밀다가 주문인지 아닌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했으며, 반야심경 이해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는 했다. 그럼에도 현행 한역 반야심경의 해석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웠던 것은 현장법사뿐 아니라 구마라집 스님 등 번역에서도 반야바라밀다가 주문으로 번역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태승 교수는 반야심경에 대한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현존하는 반야심경의 한역본과 범본 총 24개의 내용을 일일이 비교하고 문법적으로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읽히는 반야심경은 현장법사가 범어로 된 소본 반야심경을 번역한 내용이다. 그러나 대본 반야심경은 570여 한자로 소본보다 두 배 이상 길며, 대승경전의 기본 체제인 ‘여시아문’으로 시작해 ‘신수봉행’으로 끝나고 있다. 내용상으로 반야바라밀다를 설하는 배경과 반야바라밀다의 의미 및 중요성을 다루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뒷부분에는 반야바라밀다 주문이 등장하고 마지막으로 부처님의 인정(인가)과 대승불교도의 신수봉행에 대한 확신으로 이뤄져있다.

고려대장경 반야심경 경판. 당나라 현장법사가 한역한 내용을 경판에 새겼다.
고려대장경 반야심경 경판. 당나라 현장법사가 한역한 내용을 경판에 새겼다.

이러한 체계를 통해 반야심경은 존재하는 모든 것의 자성이 공하다는 가르침을 닦고 체득한 경지로서 반야바라밀다를 온전히 행해야 한다는 것, 또한 반야바라밀다는 이미 불보살의 단계에 올라간 이들도 끊임없이 닦고 의지하는 경지임을 일러주고 있다. 그런데 한역 반야심경에서는 대승의 불교도들이 지향해야할 핵심 가르침인 반야바라밀다가 졸지에 외워야할 주문으로 뒤바뀐다는 것이다.

반야바라밀다를 주문으로 번역하고 있는 한역 대·소본 반야심경의 원본에 해당하는 범본 반야심경을 치밀하게 검토한 이 교수는 이를 ‘한역자의 범문에 대한 오독’으로 규정했다. 그에 따르면 반야바라밀다를 주문으로 해석한 부분에 해당하는 가장 일반적인 범본 반야심경은 ‘prajñāpāramitāyām ukto mantraḥ’로서 이는 ‘반야바라밀다의 상태에서(prajñāpāramitāyām)’ ‘설해진(ukto[=uktaḥ])’ ‘만트라(mantraḥ)’를 의미한다. 반야바라밀다 자체가 주문이 아니라 반야바라밀다의 상태에서 설해진 주문으로서 그 주문의 구체적인 내용이 뒤에 언급되는 ‘아제아제…사바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논란이 되는 부분을 온전히 번역하면 ‘그러므로 알아야 할지니, 반야바라밀다의 대주(大呪), 대명주(大明呪), 무등등주(無等等呪)는 일체의 고통을 없애는 주이며, 진실이며 허망하지 않은 까닭에 반야바라밀다에서 그 주가 설해졌다. 즉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이다’가 바른 번역인 셈이다.

이 교수는 반야바라밀다주에 해당하는 ‘아제아제…사바하’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주문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해당 범문의 ‘gate gate pāragate pārasaṁgate bodhi svāhā’는 “가신 분이여, 가신 분이여, 피안에 가신 분이여, 피안에 온전히 가신 분이여, 깨달음이여, 행운이 있으라”로 번역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반야바라밀다를 증득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격려 내지는 찬양을 위한 캐치프레이즈 성격이 짙은 구절이라는 것이다. 반야바라밀다는 제법공상(諸法空相)을 통찰하는 지혜의 경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대승의 불교도는 그러한 반야바라밀다를 보다 빨리 성취하기 위해 그것에 도움을 주는 주문(아제아제…사바하)을 만들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 교수는 “불교계에서 늘 독송되는 반야심경은 대승불교의 정신을 잘 드러낸 대단히 중요한 경전”이라며 “이제 범본 반야심경에 근거해 한역이 갖는 한계를 보완하려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478 / 2019년 2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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