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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고 그름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이 실종되었다. 네편 내편을 가르는 일만이 남았다.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가 가진 가장 큰 문제요, 우리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내편의 말이라면 무조건 옳은 말이요, 네편의 말이라면 무조건 틀리다는 식의 행태가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그것이 폭력적인 수준으로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이렇게 간다면 그 극단적인 양극화의 비참한 종말이 있을 뿐이다.

벌써 좀 뒤늦은 이야기지만 5·18과 관련된 폭력적인 언어들이 우리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런데 그 속에서도 정말 옳음과 그름은 무엇인가를 따지려는 차분한 노력보다는 거친 분노들이 난무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일까? 그것으로 참과 거짓을 가릴 수 있는 것일까? 5·18을 매도한 편에서는 여전히 자기들이 옳다고 여기고 있으며, 여전히 똘똘 뭉쳐서 그 논리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잠시 세력에 밀려 숨을 죽이고 있지만, 언젠가는 우리 편이 힘을 얻으면 우리의 말이 옳은 것으로 드러나리라는 믿음 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결국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지지율, 너희들의 세력, 나아가 검찰과 경찰의 수사라는 것까지도 힘의 논리로 이해되고, 그 속 어디에도 진실은 없다는 것이 된다. 어디에도 열린 사고는 없고, 문 딱 닫아걸고 자기의 주장만을 옹호하는 폭력성이 지배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행태는 그러한 폭력적 언어를 구사한 집단에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그런 집단에 대응하는 쪽의 반응 또한 그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을 지나쳐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기에 결국 네편 내편의 갈등구조가 심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양상이 더더욱 걱정스러운 것이다.

5·18망언과 거의 똑같은 주장을 필자는 8년 전에 접했던 적이 있다. 신문처럼 위장한 이른바 ‘찌라시’라는 것에 그러한 주장이 가득 실려 있었고, 또한 증거 사진이라는 것까지 버젓이 나와 있었다. 지인이 그것을 들고 와서 필자를 설득하기에 참으로 아연실색해서 그분을 좀 나무랐던 적이 있다. 

필자가 그분을 나무랐던 방식이 조그만 참고가 될 듯도 하다. 그 위장된 기사가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지다가는 서로 어긋나기만 할 것 같아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그분을 설득하였다. “지금이 보수정권입니까, 진보정권입니까? 극우정권이지요. 그런데 그 위장기사의 몇 %만이라도 진실성이 있고 증거로 채택이 가능한 것이라면, 이 정권이 그대로 있겠습니까? 벌써 난리가 나도 큰 난리가 났겠지요. 그렇게 증거불충분한 이야기를 이렇게 신문인 것처럼 위장해서 살포하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못된 짓 아닙니까?”

결국 이러한 필자의 주장도 편 가르기 방식에 편승한 점이 있다. 그 당시가 극우정권이었고, 그런 정권이라면 정말 조그만 증거라도 있다면 5·18을 얼마든지 북한의 개입에 의한 폭동으로 몰고 갔을 것이라는 논리인 것이다. 궁색하기 짝이 없는 방식이었지만, 그것이 의외로 효과를 보았다. 그분도 “그것도 그렇겠다”고 고개를 끄덕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지금의 5·18 망언이라는 것이 사실무근한 이야기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정말 일부 편집증적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의 병적인 행태라는 사실을 웅변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중복되는 이야기지만 정말 냉철하게 생각해보자. 지금의 정권 이전에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극우정권이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 정권 아래서도 이런 망언이 있은 적은 없다. 그리고 그 망언의 몇 %만 진실이었다 하더라도 벌써 사달이 나도 크게 났을 일이다. 그런 일들을 마치 발악하듯이 온 국민 앞에서 부르짖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를 어찌 보아야 할까? 

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들처럼 폭력적이지 않으면서, 양극화를 부추기지 않는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하다. 잘못된 방식을 증폭시키지 않고 옳음을 구현해내는 일이 참으로 중요한 시절이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478 / 2019년 2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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