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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다르마의 이론체계 ②

설일체유부, 5온·12처·18계를 5위75법으로 체계화

아비다르마적인 분석 방식
제법실상 이해와 통찰 견인
다르마, 삼세 걸친 존재 이론
용수에 의해 비판의 표적 돼

설일체유부가 제시하는 다르마 이론은 초기불교에서 일체의 존재, 즉 일체법을 5온․12처․18계로 분류하던 방식을 더욱 발전시켜 5위75법이라는 이론체계로 새롭게 정립한 것이다. 초기불교에서 설하는 5온․12처․18계 등의 교설은 모든 존재는 인연화합에 의해 연기적으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무상(無常)하고, 고(苦)이고, 무아(無我)라고 설명된다. 초기불교의 무상․고․무아의 가르침은 인간의 경험세계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통찰하여 번뇌와 업의 굴레나 장애를 극복하는 지혜의 길로 인도하는 핵심적인 사상이다. 이러한 무상․고․무아의 핵심사상은 설일체유부의 5위75법의 이론체계에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설일체유부의 아비다르마적인 분석에 따르면 5온․12처․18계 등의 3과설(三科說)은 인식과 존재의 연기적 상응관계나 인간존재 등의 속성들을 여실히 이해하고 통찰하는 안목을 길러주기 위해 근기에 따라 설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교설에 대한 이해능력에 따라 법수를 고려하여, 5온은 상근기를, 12처는 중근기를, 18계는 하근기를 위해 설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범부들은 외부의 자극이나 내면적으로 겪게 되는 감정이나 생각, 견해 등을 자아 혹은 자신의 것과 동일시하거나 실체시하는 경향이 있기 마련이다.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 견해 등에 쉽게 집착하게 되고, 그로 인해 실존적 고통의 굴레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5온․12처․18계 등을 비롯한 일체의 존재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5위75법 등의 아비다르마적인 분석방식은 제법실상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설일체유부의 5위75법이란 먼저 ⑴색법(色法, 11가지)은 물질적 존재를 나타나는데, 이는 12처 가운데 의근과 법경을 제외한 10색처(안․이․비․설․신 등의 전오근과 색․성․향․미․촉 등의 전오경)와 무표색(無表色)을 말한다. ⑵심법(心法, 1가지)은 심리작용이나 심리적인 현상들이 일어나는데 근거가 되는 마음자체를 말한다. ⑶심소법(心所法, 46가지)은 심리작용이나 심리적인 현상들을 말한다. 이에는 심리작용에 동반되는 필수적인 심리요소인 ①대지법(大地法, 10가지), 선한 심소인 ②대선지법(大善地法, 10가지), 선하지 않은 심소인 ③대불선지법(大不善地法, 2가지), 번뇌 등과 관련한 ④대번뇌지법(大煩惱地法, 6가지)과 ⑤소번뇌지법(小煩惱地法, 10가지), 그리고 어떤 마음과도 관계할 수 있는 심소인 ⑥부정지법(不定地法, 8가지) 등이 있다. 

또한 ⑷심불상응행법(心不相應行法, 14가지)은 물질적인 것이나 심리적인 현상 등이 생기거나 소멸하게 하는 어떠한 원리나 힘을 말하는데, 이는 물질도 아니고 마음과도 상응하지 않기 때문에 불상응행법(不相應行法)으로도 불린다. 이러한 72가지 존재요소(法)들은 인과관계에 따라 형성되고 소멸되는 현상이기 때문에 유위법으로 분류된다. 반면에 ⑸무위법(無爲法, 3가지)은 인과관계의 제약이나 그 영향에서 벗어난 존재요소(법)를 말한다. 이러한 무위법에는 ①허공, 무루의 지혜에 의해 존재들을 예리하게 분석(簡擇)함으로써 얻게 되는 열반인 ②택멸(擇滅), 그리고 번뇌가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이 결여되어 얻게 되는 열반인 ③비택멸(非擇滅) 등이 있다.

결국 5위75법의 이론은 초기불교의 5온․12처․18계 등의 분석적인 이해방식을 보다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의 핵심사상을 선양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다르마가 삼세에 걸쳐 실체적으로 존재하고(三世實有), 그 본체는 항상 존재한다(法體恒有)’는 아공법유(我空法有)의 실재론적 사고에 의해 용수 등의 비판의 표적이 된다.

김재권 동국대 연구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78 / 2019년 2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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