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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대구 동화사 비로암 석조비로자나불좌상

기자명 이숙희

비로암 석탑서 발견된 사리호 명문
삼층석탑·불상 조성내력 짐작케 해

신라 경문왕이 현세와 내세에
공덕 쌓고 왕실안녕 염원 추정
9세기 후반 곳곳에 원탑 조성
왕실안정·왕권강화 의도 관련

동화사 석조비로자나불상, 863년, 높이 129㎝, 대좌 89㎝.
동화사 석조비로자나불상, 863년, 높이 129㎝, 대좌 89㎝.

대구 팔공산 남쪽 기슭에 위치한 동화사 비로암 석조비로자나불상은 석탑에서 발견된 사리호에 의해 간접적으로 조성시기를 알 수 있다. 비로암 앞에 세워진 삼층석탑의 초층탑신에서 발견된 납석제 사리호(舍利壺)의 명문을 통해 석조비로자나불상은 863년 9월 신라 경문왕이 민애대왕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삼층석탑을 건립하면서 함께 조성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리호는 1966년 도굴꾼에게 절취되는 과정에서 일부 파손되어 명문의 전체 내용을 알 수 없게 되었지만, 비로암의 석탑과 비로자나불상을 조성하게 된 내력은 짐작할 수 있다. 

  그 내용에는 “성스러운 불교가 설한 이익이 많아 팔만사천의 법문이 있지만 그중에 업장을 없애고 널리 만물을 이롭게 하는 것은 탑을 세워 예배하고 참회하며 도를 닦는 것보다 더한 것은 없다.(생략) 이에 동화사 원당 앞에 석탑을 세워 동자가 모래를 장난삼아 모아 불탑을 만들어 모든 사람들이 불도를 이루게 하고자 한다”고 전한다. 어쩌면 신라 경문왕이 현세와 내세에서의 공덕을 쌓는 한편 신라 왕실의 안녕을 간절히 바라는 염원에서 민애대왕의 원탑과 불상을 함께 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석탑과 함께 비로자나불상이 조성된 경우는 대구 동화사 비로자나불상 외에 장흥 보림사 철조비로자나불상, 철원 도피안사 철조비로자나불상, 봉화 축서사 비로자나불상 등 신라 경문왕대인 9세기 후반에 많이 볼 수 있다. 

이 시기에는 국왕이나 중앙귀족, 지방호족 등의 발원에 의해 국가와 개인의 복을 기원하는 원탑들이 많이 세워졌는데, 모두 비로자나불상과 함께 제작되었다. 이는 신라 왕실의 안정을 이루기 위해 왕권을 강화하려는 의도와도 관련 있는 것이다.    

동화사 비로암 석조비로자나불상은 아담한 크기로 머리와 신체의 비례가 적당하지만, 전반적으로 양감이 줄어들었다. 작고 둥근 얼굴엔 근엄함이 엿보이며 머리 위에는 중앙과 정상에 계주가 장식되었다. 계주는 보림사 비로자나불상을 비롯하여 도피안사와 축서사 비로자나불상 등 9세기의 명문이 있는 비로자나불상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는데, 대부분 흙으로 만들어 나중에 덧붙인 것이다. 몸에 걸친 옷은 통견의 법의로, 양쪽 어깨 위에서 몇 개의 주름이 접힌 채 가슴 위로 흘러 내렸다. 

그리고 반원형의 주름이 두 다리 위를 거치며 바닥까지 덮고 있으나 다리의 표현은 드러나지 않았다. 반원형의 옷주름이 다리와 발까지 완전히 덮으면서 늘어져 있는 형식은 같은 시기에 제작된 촉지인의 불좌상에서도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당시 유행했던 옷주름이다. 왼손을 약간 앞쪽으로 돌려서 손가락이 구체적으로 표현된 지권인 역시 통일신라 후기의 비로자나불상에서 볼 수 있는 형식이다. 특히 팔각연화대좌의 중대에 사자(獅子)가 입체적으로 조각된 것은 ‘금강정경’의 경전에 의거한 것으로 밀교도상과 관련이 있으나 사자가 구름과 함께 등장하는 점은 신라적으로 변용된 것으로 통일신라 비로자나불상에서만 볼 수 있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478 / 2019년 2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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