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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박철관의 ‘달마야 놀자’

‘스님 vs 조폭’ 출세간 경계 허문 깨달음 여정

가족 신파·코미디 결합한 흥행작
조직폭력배와 스님의 동고동락
서로 다른 규율에 경쟁구도 강화

조직원들 서서히 수행자로 변모
차별없이 법 전한 부처님 뜻 닮아
중생제도 자비심 담은 불교영화

‘달마야 놀자’는 조직폭력배들이 사찰에 기거하며 수행자로 변해가는 영화다. ‘달마야 놀자’ 캡쳐

한국영화의 흥행은 가족 신파가 핵심이다. 가족 신파는 가족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위기의 원인은 경제적 파산으로 인한 가난이거나 전쟁과 재난 같은 외부 사건으로 인한 가족의 붕괴다. 가족의 복원은 해피엔딩으로, 가족의 복원 실패는 언해피엔딩이라는 공식으로 귀착된다. 한국영화에서 가족의 범위는 확장된다. 동일한 곳에 거주하는 혈연 공동체 뿐 아니라 직장의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부서원도 유사 가족으로 확장된다. 심지어 조직폭력배의 조직원도 유사 가족이다. 그들은 가족의 호칭으로 호형호제한다.

1000만 관객의 지지를 받은 한국 영화는 신파성을 적극 소환한다. ‘국제시장’은 전쟁으로 붕괴된 가족을 가장의 희생으로 복원하며, ‘7번방의 선물’은 누명을 쓰고 하직한 부친에 대한 법적 면죄부를 얻어내는 딸의 노력이다. ‘괴물’은 괴물을 퇴치하는 가족 이야기이며 최근의 ‘극한직업’도 해체될 유사가족인 마약반을 반장이 지켜내는 서사로, 마약반 반장(류승룡 분)이 후배들과 치킨집을 위장 영업하면서 범인을 소탕하는 이야기다. 마약반은 유사 가족이며 조직의 해체라는 가족의 붕괴를 잠복의 성공으로 복원하며 진급과 조직 유지라는 가족 복원의 성공 서사로 귀결된다. ‘극한직업’은 신파성과 코미디의 결합이다.

‘극한직업’은 조직 지키기와 코미디 장르에서 ‘달마야 놀자’와 닮았다. 조직의 붕괴 방지를 위한 위장 근무는 더욱 유사도를 높이며 코미디를 통한 대중성의 획득도 닮았다. 박철관의 ‘달마야 놀자’는 ‘극한직업’의 근원 텍스트이자 사찰의 공간과 불교적 주재를 함축한다는 점에서 불교영화이다. 이 영화는 불교영화이지만 기존의 문학 작품을 원작으로 한 불교영화와 거리를 두며 조직폭력배를 주인공으로 한 액션영화와 코미디가 혼합된 불교영화다. 액션과 코미디의 혼합 그리고 신파성은 불교영화의 역사에서 대표적인 흥행성공작의 위상을 확보하게 한다. 

‘달마야 놀자’는 조직폭력배와 스님이 한 사찰에서 기거하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조직폭력배에 의한 사찰의 강제 침입이지만 어느덧 수행자로 변해 가는 조직원의 태도는 남녀와 신분의 차별을 두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가르침의 법을 전한 부처님의 뜻과도 맞닿아 있다. 박철관 감독은 ‘건달과 스님이라는 집단은 그저 소재일 뿐이며 서로가 다른 규율 속에서 살아가지만 결국 다 같은 인간’임을 영화로 설득하고 싶었다고 한다. 
 

조직원 중간 보스인 재규(박신양 분)는 조직의 위기로 인해 부하 조직원 네 명과 함께 몸을 피할 곳을 찾는다. 그들은 피신처로 여러 곳을 궁리하지만 왕구라(김수로 분)의 ‘머리 깎고 중이라도 되면 모를까’라는 말에 절을 은신처로 정한다. 재규 일행은 사찰에 당도하여 조직폭력배가 업소를 접수하는 태도로 ‘오야붕(대표) 나오라’고 소리치지만 큰스님(김인문 분)은 식사를 권한다. 큰스님은 일주일간 머물고 싶다는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스님들께 예의를 갖추고 밥값을 하며 법당의 물건을 손대지 않아야한다’는 당부를 한다. 

규율을 중시하는 청명 스님(정진영 분)은 조직폭력배의 체류에 거부감을 갖는다. 재규는 사찰을 업소관리 하는 방식으로 개인당 스님을 전담할 것을 명령한다. 사정이 바뀌어 재규 일행은 일주일 더 체류를 요청하고 스님들은 이에 반발한다. 청명 스님은 삼천배 시합을 통해 이기는 쪽 의견을 수용할 것을 제안한다. ‘극한직업’에서 조직폭력배들이 스스로 마약반과 강력반으로 나누어 경기를 하듯 스님 팀과 조직폭력배 팀은 삼천배 시합을 한다. 첫 시합에서 자신만만한 조직폭력배 팀이 지고 이어서 다음 족구경기를 하려다 청명 스님의 뛰어난 실력을 확인하고 종목을 고스톱으로 바꾼다. 시합은 물속에 오래 잠수하기와 삼육구 게임까지 이어진다. 결국 큰스님은 최종 승부로 깨진 독에 물채우기를 명한다. 10분 안에 깨진 독에 물을 채우는 경기가 시작되고 재규 일행은 독에 물을 붓지만 실패를 거듭한다. 재규는 갑자기 밑이 깨진 독을 연못에 던지라고 명령한다. 독이 연못에 빠지자 물이 자연스럽게 채워진다. 재규는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는 법을 깨우친 것이다. 재규 일행은 절에서 체류가 일주일 연장된다. 문득 비구니 연화 스님이 방문하고 날치는 애욕에 사로잡혀 계곡까지 따라간다. 연화 스님은 날치(강성진 분)를 불러서 사과를 권한다. 연화 스님과 날치의 사과를 나누어 먹는 장면은 차별 없는 자비심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호응하는 음악이 배경음으로 깔린다.

재규 일행은 법당 청소를 하다가 불상을 넘어뜨려 귀가 떨어진다. 청명 스님은 사안의 중대성을 보고하지만 큰스님은 부처님이 어디에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이어 ‘너희들 마음속에 부처가 있다’고 청명 스님을 질책하고 가르침을 전한다. 재규와 큰스님은 산책한다. 재규는 큰스님께 조직원을 감싸준 연유에 대해 거듭 하문한다. 큰스님은 밑 빠진 독에 물 채우는 방법과 견주면서 ‘나도 밑 빠진 너희들을 내 마음 속에 던졌다’고 말한다. 큰스님은 성과 속의 경계를 지우고 조직폭력배를 도반으로 받아들였다. 다섯 명의 조직 폭력배들은 사찰 도피행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과 자비라는 큰 연못으로 들어온 중생이다. ‘밑 빠진’ 그들은 절로 은신하는 조직폭력배에서 독경을 하고 좌선을 하면서 큰스님의 법문을 통해 수행자의 길을 우회적으로 걷고 있었던 것이다. 조직폭력배의 도피 영화에서 중생을 제도하여 돈오점수하게 하는 깨달음으로 도정을 다루는 불교영화 본령으로 나아간다. ‘달마야 놀자’는 조직폭력배의 도피를 다룬 액션영화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사찰의 생활로 인해 더러운 연못에서 순수한 연꽃으로 거듭나는 조직원들의 수행을 다룬 불교영화로 귀결된다.

결국 조직폭력배들은 세속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날치는 조직원들이 입전수수로 속세로 돌아갔지만 홀로 불교에 귀의하여 좌선을 하고 있다. 조직폭력배가 절에 은신하다가 스스로 스님이 되어 불법의 바다에 빠진 항아리가 되어 깨달음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문학산 영화평론가·부산대 교수

 

[1478 / 2019년 2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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