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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상생’ 3·1정신의 씨앗 미래 100년의 열매로…

  • 교계
  • 입력 2019.03.01 11:30
  • 호수 1479
  • 댓글 1

종단협, 3·1만세운동 100주년 기념법회 봉행

헌화·추모묵념 이어 불교선언문 발표
독립선언서·만해 스님 공약삼장 낭독
“대한독립만세” 삼창하며 정신 기려
정오에 전국 사찰서 동시 타종 행사

“대한독립만세!” 1919년 3월1일이었다. 100년이 흘렀고, 다시 한 번 그날의 뜨거운 외침이 한국불교총본산 서울 조계사에서 울려 퍼졌다.
“대한독립만세!” 1919년 3월1일이었다. 100년이 흘렀고, 다시 한 번 그날의 뜨거운 외침이 한국불교총본산 서울 조계사에서 울려 퍼졌다.

제국주의 힘의 논리를 온몸으로 거부했다. 세계평화의 부드러운 봄바람을 염원했다, 2000만 겨레의 혼을 다해 외쳤다. “대한독립만세!” 1919년 3월1일이었다. 100년이 흘렀고, 다시 한 번 그날의 뜨거운 외침이 한국불교총본산 서울 조계사에서 울려 퍼졌다. 100년 전 3·1만세운동이 심었던 비폭력과 상생 그리고 화합 정신의 씨앗을 미래 100년의 열매로 만들겠다는 발원이기도 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원행 스님, 이하 종단협)는 3월1일 오전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법회’를 봉행했다. 선열들의 정신을 기리며 헌화와 추모묵념을 올렸고, ‘평화와 번영을 위한 불교선언문’을 천명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장이자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불교선언문을 낭독했다. 원행 스님은 “독립선언서는 분노는 분노로 풀리지 않는다는 부처님 말씀에 따라 화해와 용서로 승화시켜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난 상생의 희망을 보여줬다”며 “비폭력운동 3·1정신의 홀씨가 날아서 동서남북으로 퍼져 나갔고 그 씨앗이 다시 세계평화운동의 시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비폭력 평화운동이라는 3·1정신은 포기할 수 없는 옳은 방향성을 지녔기에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원동력”이라며 “3·1정신이라는 씨앗의 과거 100년을 이어받아 미래 100년의 열매를 준비하는 일은 지혜의 수레바퀴가 되어 우리들을 일깨워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종단협 회원 종단 모두는 100년 전 조선만민의 숭고한 독립자주정신을 오늘에 되살리고자 합장했다. 그리고 대립과 반목이 아닌 합심과 화합으로 새로운 대통합의 역사 건설, 배타적이며 극단적인 주장은 파사현정의 정신으로 혁파, 자비와 평화만이 상생과 범영의 길이 된다는 믿음으로 인욕정진, 한반도 평화 정착과 조국통일 과업에 동참 등 4가지 실천강령을 공표했다.

종단협 수석부회장 천태종 총무원장 문덕 스님은 “3·1운동 정신이야말로 자주와 자존을 바탕으로 평등과 상생을 실현하는 일미여, 대자대비와 자비광명의 정토를 열어가는 부처님 가르침과 같다”며 “이 뜻깊은 법회가 3·1운동을 주도했던 불교계 선각자들의 정신을 계승해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견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그래서였다. 100년 전 울려 퍼졌던 독립선언서와 만해 스님이 쓴 공약삼장을 부처님 앞에서 읽어내려갔다. 종단협 차석부회장 진각종 통리원장 회성 정사가 대표로 낭독한 공약삼장에는 “오직 자유로운 정신을 드날리되, 결코 배타적 감정으로 함부로 행동하지” 않고, “마지막 한 사람 한 순간까지 민족의 정당한 뜻을 마음껏 드러내”며 “주장과 태도를 떳떳하고 정당하게” 피력하겠다는 약속이 담겼다. 민족대표 33인 중 불교계 대표였던 백용성 스님이 작사한 ‘온 겨레의 노래’가 합창단의 음성공양으로 법당을 장엄했다.

이어 “대한독립만세” 삼창이 조계사 도량을 가득 메웠다. 스님들은 저마다 태극기를 손에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100년 전 함성에 담긴 정신이 오늘은 물론 향후 100년까지 이어지길 발원했다.

발원은 이날 정오, 전국 각지의 사찰에서 33번의 타종으로 이어진다. 민족대표 33명을 추모하는 마음을 담을 예정이다. 불교에서 33이라는 숫자는 관세음보살이 3만3000 세계에 나퉈, 고통 받는 중생을 구제한다는 의미와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뜻이기도 하다.

조계종은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전시회를 개막하는 등 3·1만세운동 100주년을 기념했다.
조계종은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전시회를 개막하는 등 3·1만세운동 100주년을 기념했다.

이와 함께 조계종은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전시회를 개막하는 등 3·1만세운동 100주년을 기념했다. 3월8일까지 진행되는 전시회에서는 불교계 항일 투쟁과 3·1운동의 발자취, 통일운동을 전개하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민족의 전통종교로서 불교계의 역할이 망라됐다. 특히 이현세 만화가의 ‘백초월 스님’ 웹툰을 아이패드로 직접 볼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서울 조계사 경내에서는 3월3일까지 ‘나라사랑 체험마당’ 큰잔치가 열린다. 3·1만세운동 당시 만해 스님이 만든 공약삼장 탁본 체험을 비롯한 총 7개 부스별 프로그램이 실시된다. 3·1만세운동 기념 포토존도 마련됐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479 / 2019년 3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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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선언문 전문.

3·1운동 일백주년 기념 평화와 번영을 위한 불교계 선언문

돌이켜보니 백년의 씨앗이 발아하여 싹을 틔우고 잎을 펼치며 꽃을 피우고 열매 맺기를 반복하는 윤회를 거듭하였으니 모든 이에게 인간존엄성이라는 불성(佛性)의 종자(種子)로 자리잡았다.

조선인이 본래 지닌 독립권과 자유권의 불성을 지닌 존재라는 사실을 내외에 천명한 것이 삼일정신이다. 독립이란 억눌리고 오그라들고 사그라진 양심과 위엄과 체면을 일으켜 세우는 일이며 각 개인의 인격을 정당하게 발전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각성이다. 3·1 독립선언서는 자주독립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며 나(我)라고 하는 자주독립이 곧 세계인의 자주독립으로 이어지며 또 나의 평화가 곧 세계의 평화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사해(四海)의 동포(同胞)들에게 주지시킨 성스러운 선언이었다.

나의 독립을 위해 내 안에 있는 낡은 사상과 묵은 세력을 청산하는 것이 선결과제임을 일깨워 주었으며 남녀노소를 구별하지 않고 하나같이 어둡고 답답한 옛집(古巢)에서 떨쳐 나와 삼라만상과 함께 기쁘고 유쾌한 부활의 빛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자고 독려한 것이다. 기존체제와 타협하며 현실의 작은 만족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 내딛는 용기를 발휘할 때 신세계가 눈앞에 전개될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었으니 독립선언문은 일제강점기의 조선인들에게 미륵보살의 하생(下生)과 다름 없었다.

오등(吾等)은 나와 남을 구분하는 배타적인 우리가 아니라 너와 나를 포함하는 온 민족의 우리로서 종교와 이념을 가리지 않았고 남녀노소를 구별하지 않았다. 분노는 분노로써 풀리지 않는다는 부처님 말씀에 따라 화해와 용서로 승화시켜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난 상생(相生)의 희망을 보여주었다. 그것이 친일과 반일을 넘어선 동북아시아 대륙전체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는 대안(代案)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의 독립은 조선뿐만 아니라 일본 역시 그릇된 길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일이며 중국 또한 몽매한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나 동양의 평화로서 세계평화와 인류행복에 필요한 계단이 되게 할 것이라고 설파했다. 이는 한국 중국 일본 삼국이 평화를 이룰 수 있을 때 비로소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힘의 시대가 가고 정의와 인도의 시대가 온다는 것을 수기(受記)하면서 바야흐로 신문명의 서광을 인류의 역사에 투사하기 시작했다는 진단을 통하여 모든 유정무정물(有情無情物)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의 거사(擧事)는 정의 인도 생존 번영을 위한 민족전체의 요구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을 배척하는 감정으로 그릇되게 치닫지 말라는 당부도 빠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비폭력운동 삼일정신의 홀씨가 날아서 동서남북으로 퍼져 나갔고 그 씨앗이 다시 세계평화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다. 그리하여 고통이 햇볕으로 바뀌고 어둠이 스스로 빛이 되는 길을 보여 주었다. 우리나라가 희망의 등불을 높이 들고 가장 선두에 섰으니 이 어찌 장한 일이 아니리요.

삼일정신은 무력이 아니라 도덕을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선언했다. 비폭력 평화운동이라는 삼일정신은 포기할 수 없는 옳은 방향성을 지녔기에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삼일정신을 완성하기 위한 정진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에 오늘의 빛나는 대한민국이 우뚝 존재하는 것이다. 이제 삼일정신이라는 씨앗의 과거 백년을 이어받아 미래 백년의 열매를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옛것을 통해 현재를 새롭게 만드는 지혜의 수레바퀴가 되어 거듭거듭 우리들을 일깨워 줄 것이다.

우리 불교계는 신라 고려의 호국호민(護國護民)불교 전통을 이어받아 조선시대의 정치적 소외기에도 백성들과 동고동락 했으며 일제의 엄중한 감시 속에서도 조국의 독립을 위한 부단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한 정신과 노력을 오늘에 계승하고 있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용성스님 만해스님을 비롯한 33인 이하 조선만민의 숭고한 독립자주정신을 오늘에 되살리고자 아래와 같은 실천강령을 안팎으로 선언하는 바이다.

첫째 우리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편가름의 언동과 행위를 일체 배격하자. 산업화와 민주화는 모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역사이다. 대립과 반목이 아닌 합심과 화합으로 평화실현을 위한 새로운 대통합의 역사를 만들어 나갈 것을 선언한다.

둘째 나와 다른 의견에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되 좌우. 상하. 남북. 동서라는 양극단의 주장이 대립한다면 중도(中道)와 화쟁(和諍)의 사상으로 노력합시다.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포용은 공동체 구성원이 지녀야 할 기본덕목이지만 혹여 배타적이며 극단적인 주장이 있다면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정신으로 단호하게 혁파(破)할 것을 선언한다.

셋째 자비와 평화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을 것이며 일체의 무력과 폭력적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자비와 평화만이 상생과 번영의 길이 된다는 믿음으로 인욕정진하면서 내 안의 자비심 증장과 공동체의 평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을 선언한다.

넷째 한반도의 평화가 세계평화의 초석이라는 믿음으로 적극적인 남북교류를 지지하고,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조국통일에 함께 할 것을 선언한다.

2019년 3월 1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원종단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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