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7. 다르마의 이론체계 ③

제법에 대한 분석 통해 완전한 지혜 획득이 목적

유부의 존재에 대한 분석
모든 존재 체계적 범주화
번뇌·업 철저히 이해한 후
남김없이 제거하는 방식

설일체유부의 5위75법은 ‘다르마가 삼세에 걸쳐 실체적으로 존재하고(三世實有), 그 본체는 항상 존재한다(法體恒有)’는 그들의 존재에 대한 독특한 사고방식으로 말미암아 실체론적인 사고를 반영한 것으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일체가 있다’라고 하는 주장에서 자칫 ‘일체’라는 말은 일반적인 존재나 사물을 나타내고, 그것이 바로 과거․현재․미래의 시간을 관통하여 존재하는 것으로 오해되기 쉽다. 이런 점에서 초기불교에서부터 강조했던 불교의 진리를 표방하는 ‘조건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것은 무상하다(諸行無常)’는 이치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 논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일체’라는 말은 존재일반 그 자체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기본요소로서 ‘다르마’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 다르마는 유위의 존재나 현상들이 인과관계에 따라 생성되거나 소멸하는 그 기반이 되는 존재요소를 가리킨다. 말하자면 ‘일체는 과거의 다르마, 현재의 다르마, 그리고 미래의 다르마’라는 그 일체가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이때 과거․현재․미래의 3세는 유위법(有爲法, saṃskṛtadharma)에만 해당된다. 이런 점에서 일체는 엄밀하게 말하면 5위 75법 가운데 무위법(無爲法, asaṃskṛtad harma)을 제외한 72가지 유위(有爲, saṃskṛta)의 존재의 요소로서의 다르마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사실 이러한 설일체유부의 다르마의 이론체계는 너무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번쇄한 이론으로 치부되기 쉽다. 설일체유부의 대표적인 논서인 ‘아비달마구사론’의 첫머리를 보면 제법의 분석적인 이해의 그 목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제법에 대한 분별이외에 번뇌를 제거하는 수단은 없으며, 세간은 제 번뇌 때문에 윤회생존의 바다에서 방황한다. 그 때문에(=제 현상을 분별하기 위하여) 스승님(=붓다)께서 아비다르마(abhidharma)를 설하셨다고 전한다.”

상기의 구절은 4성제로 분석되는데, ①‘세간은 윤회생존의 바다에서 방황한다’는 고제(苦諦)로, ②‘제 번뇌 때문에’는 집제(集諦)로, ③‘번뇌를 제거한다’는 멸제(滅諦)로, ④‘번뇌를 제거하는 수단은 제법에 대한 분별이다’는 도제(道諦)로 이해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제법에 대한 분별이 번뇌를 제거하는 수단으로 설명되고, 아울러 이것이 바로 도제로 분석된다는 점이다. 결국 이는 설일체유부가 채택하고 있는 제법에 대한 분별과 이를 통한 무루지(無漏智) 혹은 무루혜(無漏慧)의 획득을 강조하는 아비다르마의 사상적 성격을 명확히 시사한다. 

결국 설일체유부의 존재에 대한 분석은 물질적 현상이나 심리적 현상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여실하게 알아차리는 사념처의 수행과도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고 본다. 예컨대 설일체유부의 5위75법은 사변적이고 이론적인 측면에서 제시된 것이 아니라, 수행론적인 측면과 철학적인 측면이 적절하게 통합된 측면에서 반성적인 깊은 성찰을 통해 일체의 모든 존재를 체계적으로 범주화한 것으로 이해된다. 

설일체유부 5위의 수행체계 중 핵심적인 요소는 4제현관이다. 4제현관의 체계는 4념처의 수행방식을 더욱 발전시켜 번뇌와 업의 문제들을 분석적으로 철저히 이해한 후, 단계적으로 제법 분별의 유루혜(有漏慧)를 십분 활용하기도 하며, 나아가 제법 분별의 무루혜를 계발하여 종국에는 번뇌들을 남김없이 제거해나가는 방식을 취한다. 이런 점에서 용수를 비롯한 대승불교도들이 ‘반야경’의 ‘모든 존재는 자성이 없다.(一切法無自性)’는 입장에 따라 설일체유부의 이론체계를 실체론적인 사고로서 규정하고 비판하는 것은 논리적인 측면에서 일견 타당하기도 하지만 실천적 측면에서 그들의 장점을 폄훼할 소지도 있다고 본다.

김재권 동국대 연구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79 / 2019년 3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