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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아담스미스 다시보기

기자명 고용석

육식, 모순적 경제구조의 악순환 드러내

매년 가축 700억마리 도축
세계식량 50% 사료로 소모
승자 독점경제의 비합리성
본성에 대한 인식전환 필요

자본주의 시장 매커니즘을 뜻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과연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의 방식일까? ‘국부론’으로 유명한 아담스미스는 ‘도덕감정론’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이 저서에서 인간은 동감하고 동감받길 원하는 존재라고 통찰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과 동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대신에 성장하면서 일깨워지는 ‘내면의 관찰자'를 따르게 된다. 이 내면의 공정한 재판관을 따르는 자는 현명한 사람인 반면, 연약한 사람은 이기심을 통한 부의 축적과 명예로 사람들의 동감을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아담스미스는 인간 내부에 현명함과 연약함이 모두 존재하고 인간사회의 질서와 번영을 위해 각각 다른 역할이 주어져 있음을 인정한다. 이기심은 악덕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시장과 국가의 부를 증대시키고 현명함의 소산인 법과 정의는 사회적 질서를 가져온다. 즉 보이지 않는 손이 충분히 기능하기 위해서는 연약함은 방임되어서는 안 되고 현명함에 의해 제어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늘날 경제가 너무 중시된 나머지, 이를 보완해야할 사회, 교육, 문화 등 경제 외적 분야마저 시장논리로 보고 문제를 풀어가려한다. 심지어 인간은 물질적이고 경쟁적이며 이기심이 마치 인간의 본성인양 인식되는 실정에 이르렀다. 그 결과 공동선을 도모하는 인간의 능력에 심한 회의가 생겨나 정부를 신뢰하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비인격적인 시장법칙에 맡기는 게 더 안전하고 낫다는 극단적 경향이 생겨난다. 이러한 경향이 만연될수록 시장은 기존의 부에 최고로 보상하는 방식으로만 작동하며 부는 집중되고 양극화는 물론 자본 자체가 재생산하고 팽창하는 충동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승자독점경제의 근간에는 온통 비합리성이 버젓이 자리하게 된다. 정치적 보조금을 투입해 곡물가격을 너무 저렴하게 만들면서 곡물의 대량생산을 꾀하는 한편, 다른 한편으론 그 곡물마저 구매가 불가능할 정도의 가난한 국가와 사람들을 양산해낸다. 그래서 그 넘쳐난 곡물을 동물사료로 공급하는 게 이익이 되는 기괴한 현실을 만들어낸다. 세계 식량의 50%가 가축사료로, 어류의 50%도 가축이나 양식 어류의 사료로 투입되면서 연간 10억명은 배고파 죽어가는 반면, 16억 명은 배불러 만성질환으로 죽어간다. 그리고 그 치료를 위한 신약개발을 위해 연간 수억 마리의 동물들을 희생시킨다. 

특히 육식은 자기 파괴적 생산 체계와 소비지상주의 논리의 상징이다. 밥상에 오르기 위해 연간 700억 마리의 동물이 무자비하게 도살당하고 세계 농지의 80%, 물소비의 70%가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낭비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경제구조의 왜곡과 인수 공통 전염병은 물론 기후변화와 생물종 멸종, 수질과 대기오염 같은 치명적 생태계 파괴가 초래된다. 시장은 구조적으로 이러한 외부효과 즉 환경비용과 사회비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자연자본주의’의 저자 폴호켄은 미국경제를 예로 들며 지금의 자본주의는 오로지 거대한 물질적 흐름의 6%만이 생산물이 되고 나머지는 모두 버려지는 낭비적인 시스템이라고 결론짓는다.

이 승자독점경제가 야기한 부의 집중은 정치의 의사결정을 왜곡시키고 이 정치가 다시 경제구조의 모순을 강화하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이 고리를 근본적으로 끊기 위해서 민주주의가 다시 살아나야하며 민주주의가 제대로 살아나기 위해서는 인간본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살아나야한다. 이기심만이 인간본성이라는 인식은 너무 일면적이고 천박하지 않은가. 우리 안에는 공정성과 협력, 깊은 의미에 대한 추구 또한 존재한다. 오히려 후자가 더 우리 본성에 가까운 것은 아닐까. 되살아나는 민주주의를 통해서만이 승자독점경제를 견제하는 새로운 선순환이 가능하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directcontact@hanmail.net

 

[1479호 / 2019년 3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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