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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사 방화 미수사건 전말-"살인도 불사하겠다"

기자명 김태형
8월2일 오전 3시 30분 서울 종로구 평창동 일선사. 주지 정덕스님은 지난해 초파일 전후로 발생한 북한산내 삼성암, 화계사, 본원정사 등에서 발생한사찰 연쇄 방화사건이후 불침번을 자청, 매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왔다.

간간히 들려오는 이교도들의 고함소리에 만성이 된 개들이 이날따라 유달리 심하게 짖어댔다.

"아니 개들이 웬일이야. 이렇게 짖어대니"낯선사람에 대해 유달리 민감한개들인지라 때로는 짜증날 정도로 짖어대지만 그래도 새벽녘에는 조용했었다.

스님은 실내등과 함께 외등을 켰다.

이때 검은 그림자 하나가 종무소 앞을 휙 지나갔다.

정덕스님은 뭔가 잘못봤겠거니 하며 종무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평소에도 이교도들의 해코지가 종종 있어왔던터라 정덕스님은 조심스레 절입구로 발길을 옮겼다. 절 입구 한켠에 놓아두었던 작은 나무책상 밑에서 "불꺼, 불을 끄란 말이야"라는 꺽꺽대는 쉰 목소리가 온몸에 소름을 돋아나게했다.

스님은 놀라 "거기 누구요"라고 묻자, 책상밑의 괴한은 계속 불을 끌 것을요구했다.누구냐고 묻는 계속된 질문에 괴한은 굵은 각목 하나를 들고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속에 모습을 드러낸 괴한은 165㎝내외의 키에 다소 마른 체격으로 눈만을 내놓은채 붉은색 수건으로 머리와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괴한은 들고있던 각목으로 스님을 위협, 종무소로 들어갈 것을 요구했다.

"무엇을 원하느냐, 조용히 말로 해결하자"는 스님의 제의에 괴한은 각목을들이대며 종무소쪽으로 가서는 두께5㎜의 이중 강화유리를 부수고 스님을계속 위협했다.

이때 스님은 괴한이 종무소와 연결된 요사채까지 가서는 안된다는 마음으로 괴한보다 앞서 한달음에 요사채 출입구를 열고, 벽에 걸려있던 인터폰다이알을 눌러, 때마침 절에 공부하러온 부천전문대 2학년 윤성현군과 그의친구들을 깨웠다.

잠에 취한 학생은 스님의 다급한 목소리에 동료들을 깨우고 황급히 절마당으로 나와 보니 괴한은 스님의 멱살을 잡고 주머니속에 감추고 있던 길이25㎝가량의 검은색 손잡이가 달린 과도를 꺼내 들이 대고 있었다.

이때 윤성현군이 괴한에게 "너 민족제단에서 왔지"라고 추궁하자 그는 "난 예수 안믿어"라며 말을 끊었다. 배군이 말한 민족제단은 평창동 북악터널 입구에서 활동중인 이교도 단체다.

괴한은 대웅전쪽에 포진하고 있던 학생들이 다가 오자 금방이라도 찌를듯한기세로 스님을 위협했다.

"우리 칼을 치우고 얘기합시다. 원하는게 뭔지 말을 해보시오"

정덕스님은 긴박한 상황속에서도 차분한 어투로 괴한을 달랬다.

"우리 엄마가 절을 믿다가 죽었다. 나는 그 원수를 갚으러 왔다"는 너무나 황당한 대답에 정덕스님은 말문이 막혔다.

괴한은 스님을 절 입구에 있는 커피자판기앞으로 끌고가 스님에게 무릎을 끓을 것을 강요했다.

"부처님 앞도 아닌데 내가 왜 무릎을 꿇느냐. 그냥 쪼그려 않겠다"

괴한은 스님이 앉는 것을 보고 재빨리 바닥에 놓인 벽돌하나를 집어들고는 학생들을 향해 집어 던졌다.

"아이쿠"하며 윤성현군이 정강이를 움켜잡았다. 일순간 대중들의 시선이 윤군으로 쏠리자 괴한은 스님을 일으켜 세워 대웅전앞으로 이동하면서 미리갔다놓은 석유통을 들고 대웅전을 향했다.

`아차 이자가 바로 북한산 일대 사찰에 불을 지르고 다닌다던 방화범이로구나'하는 생각이 스님의 뇌리를 스쳤다.

괴한은 한 손에는 칼과 스님의 멱살 또한손에는 석유통을 들고 대웅전으로 다가갔다. 대웅전 방화만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스님은 괴한의 손목을잡고 실갱이를 벌였다.

힘에 부친 스님은 괴한에게 이끌려 대웅전 문앞까지 다달았다. 일선사 대중들이 불상사를 염려해 머뭇거리고 있을 때 괴한은 대웅전 문앞에 있던 촛대두개를 집어던졌다.

날라오는 촛대를 학생들은 피했지만 괴한은 이틈을 노려 들고 있던 석유통 뚜껑을 따고 대웅전 문을 열려고 안간힘을 썼다.

스님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있는 힘껏 석유통을 걷어 찼다. 석유통은맥없이 괴한의 손에서 떨어지면서 독한 휘발유 냄새가 경내에 확퍼져나갔다.

석유통을 놓친 괴한은 뜻밖의 상황에 놀랐고 스님은 이틈을 이용, 범인의손아귀에서 벗어났다.

방화가 실패로 끝났다고 판단한 괴한은 마치 산짐승이 자신들만이 알고있는 길을 찾아 이동하듯 어둠속에 묻힌 산길을 따라 도망쳤다. 배군과 함께 있던 학생들도 괴한을 추격했다.

그러나 범인은 대낮에도 뛰어다니기 힘든 산길을 제집 안방다니듯 요리조리 헤집고 다녔다.

뒤따라오던 학생들이 일선사 옥외화장실 앞에 우물거리는 괴한을 덮치자그는 칼을 휘두르며 저항하면서 화장실 옆에 쳐진 철조망의 좁은 틈을 이용, 그대로 도주하고 말았다.

이때 시간은 3시55분. 사건발생부터 종료까지 걸린시간은 25분정도. 너무나 황당한 일을 당한 일선사 대중들은 관할 평창파출소에 사건신고를 했다. 이때 시간이 새벽 4시. 그로부터 1시간30분 뒤 경찰관 2명이 일선사에 도착, 사건 경위를 듣고, 증거물을 수거해 갔다.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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