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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조각가 김복진의 미완의 꿈 ‘법주사 미륵대불’

기자명 이병두

용화세계 발원 담아 시멘트로 불상 조성

딸 죽음 계기로 미륵불 추진해
불상에 시멘트 사용한 첫사례
갑작스런 입적에 30년후 완성
원작 파괴된뒤 금동불 재탄생

김복진이 설계하고 머리부분까지 완성한 뒤 중단, 1964년에 마무리 된 충북 보은 법주사 미륵대불.
김복진이 설계하고 머리부분까지 완성한 뒤 중단, 1964년에 마무리 된 충북 보은 법주사 미륵대불.

김복진(1901~1940, 이하 정관(井觀)은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 조각가로 알려져 있지만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서양미술 작품은 거의 없다. 불교에 귀의하여 불모(佛母, 불교 조각가)가 된 뒤 조성한 ‘김제 금산사 미륵불’ ‘속리산 법주사 미륵대불’(미완) ‘서울 영도사 석가모니불 입상’ ‘예산 정혜사 관음보살좌상’ ‘소림원 미륵입상’ 등 뛰어난 불상이 남아서 그를 빛내준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금산사 미륵전 본존불은 서양조각 재료인 석고를 썼고, 또 다른 대표작인 법주사의 미륵대불은 1939년 조성을 시작하여 머리 부분만 완성한 상태에서 이듬해에 죽음을 맞이하면서 중단된 작품이었다. 불상 조각에 시멘트를 사용한 최초 사례가 된 이 미륵불은 당시 주지 석상(石箱) 스님이 발원하고 전북 태인에 살던 김수곤(金水坤) 거사가 필요 경비를 시주하여 시작된 불사였다.

그 뒤 태평양전쟁과 한국전쟁을 겪으며 수많은 국민들이 고통 속에 살아가던 시절이 이어지면서 윤효중, 장기은, 임천 등이 작업에 착수하였지만 자금 부족 때문에 불사를 제대로 마무리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1963년에 정부에서 시멘트를 지원받고, 정관이 세워놓았던 전체 계획도에 따라 작업에 재착수하여 1964년 이 사진의 모습대로 회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힘들게 태어난 법주사 미륵대불은 시멘트를 재료로 썼다는 이유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다가 결국 부서져 사라지는 운명을 맞이하였다. 어쨌든 정관이 당시에는 수입 재료였던 시멘트를 대형 불상 조성에 이용한 것은 예술가다운 새로운 실험이었을 것이다. 그 뒤 같은 자리에 이전의 대불을 닮은 거대한 금동(金銅) 미륵대불이 세워졌지만, 시멘트이든 금동이든 그 재료가 문제이겠는가.

정관은 일본유학 시절 조선공산당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1928년에 일제 경찰에 붙잡혀 6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되는데, 이 기간에 불교 조각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정관의 동생인 소설가 팔봉 김기진의 회고에 따르면, 그는 “참담한 감옥살이 중에도 먹지 않고 남긴 밥을 주물러 점토처럼 만들고는 인물상과 불상을 만들었으며, 솜씨에 놀란 간수들이 그를 목공소로 보내 작은 목조불상을 깎게 해서 감옥소 직매장에서 팔게 했다”는 것이다.

1933년 말 출옥한 정관은 1935년에는 몽양 여운형이 사장으로 있던 조선중앙일보에 들어가 학예부장으로 미술 비평을 쓰면서 작품 제작에 열중하였고, 1936년에는 금산사 미륵불 조성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다.

정관은 배화여고 교사 허하백과 결혼하여 얻은 사랑하는 딸을 장티푸스로 잃고 난 뒤 정신을 잃고 헤매다가 “법주사 미륵대불과 청주 용화사 불상을 마무리하겠다”며 의욕을 보였지만 그도 장티푸스에 걸려 딸이 떠난 지 한 달 되는 날에 이승을 하직하면서 그가 간절히 원하던 ‘용화세계 구현’은 미완의 꿈이 되고 말았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80 / 2019년 3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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