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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선(口頭禪)

성평등과 영부인의 미사보

선가에 구두선(口頭禪)이라는 가르침이 있다. 수행은 뒷전이고 말로만 떠드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

후보 시절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공약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이후 여성의 인권문제가 민감한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기관과 기업, 학교에서 성차별적인 요소를 감지하는 ‘젠더감수성’이 화두가 되고 있다. 성대결 양상으로 번져 일부 잡음도 있지만 양성평등의 사회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포기할 수 없는 목표다. 대통령이 믿는 종교라 해도 성역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지난해 대통령이 외국방문길에 보여줬던 행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다종교 국가의 대통령 내외가 외국방문길에 현지에서 가톨릭 미사를 보고 이를 언론에 공개하는 것도 문제지만 특히 영부인이 ‘미사보’를 쓴 것이 입길에 올랐다. ‘미사보’는 여성이 머리에 무언가를 쓰지 않으면 남편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는 기독성서의 가르침에 따른 것으로 서구에서는 히잡 만큼이나 차별적인 관습이라며 사라진지 오래다. 그런데 페미니스트를 지향한다는 대통령 내외가 굳이 외국에서까지 ‘미사보’를 쓰고 미사를 보는 것은 당혹스러움을 넘어 ‘젠더감수성’의 수준을 의심케 한다. 

가톨릭은 여성차별적인 종교다. CNN은 최근 독일에서는 1946년부터 2014년까지 최소 3677명이 가톨릭 신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수녀들이 성노예 피해에 대해 폭로하기도 했다. 2월27일에는 교황청 서열 3위인 재무원장직의 추기경이 성폭력으로 구속됐다. 유독 가톨릭이 세계적으로 성폭력 추문으로 골머리를 앓는 것은 여성은 성직자가 될 수 없는 남성 독점적인 권력구조 때문이라는 비판이 많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내로남불’이라는 조어가 회자되고 있다. 대통령 내외는 국민에게만 젠더감수성을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솔선수범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구두선은 이것으로 족하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81호 / 2019년 3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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