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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비방과 칭찬, 죄와 복 되는 경우

기자명 법장 스님

남의 장점을 부족한 것으로 비방땐 악행

나의 단점을 칭찬하면서
교묘히 감추려하면 악행
스스로 잘못을 참회하며
나와 남 차별하지 말아야

원효 스님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분이시며, 화쟁과 일심을 통해 우리 불교만의 사상을 확립하신 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승려라는 형식과 관념을 넘어 출가와 재가를 아우르는 포교활동으로 많은 중생들을 불교의 가르침으로 이끄신 분이다. 이런 원효 스님이 특히 중요시하셨던 계율이 바로 ‘자찬훼타계’였다. 앞서 우리는 원효 스님의 ‘자찬훼타계’에 대한 죄와 복의 8가지 설명 중에 ‘자신을 비방하고 남을 칭찬하는 것이 복이 되고 자신을 칭찬하고 남을 비방하는 것이 죄가 되는 것’과 그 죄와 복이 반대가 되는 경우를 살펴보았다.

다음으로 원효 스님은 ‘자신을 비방하거나 칭찬하고 남을 비방하거나 칭찬하는 것이 죄나 복’이 될 수 있는 경우를 설명한다. 이는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남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악행으로, 자신의 장점을 단점과 같이 감추고 남의 단점을 큰 장점인 것처럼 칭찬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단점은 뛰어나게 보이고 남의 장점은 부족하게 보이게 하는 것이다. 설명이 복잡해 보이지만, 예를 들면 사회생활을 하며 자신이 외국어 등의 어떤 분야에 능통하면서도 그걸 숨기고 다른 사람이 조금 잘하는 것을 부추겨 칭찬하다가, 상대가 그 일에서 곤란을 겪을 때 자신이 나타나 해결하여 주변으로부터 주목을 받고 상대를 초라하게 만드는 악행을 하는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도 자주 등장하는 예이지만 우리들 주변에서도 자신만의 이익과 성공을 위해 이런 악행을 저지르는 경우를 보거나 경험할 수 있다. 이는 자리이타의 보살행의 근본을 어긴 중죄로써 불교인이라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반성하고 남의 장점을 칭찬하는 것과, 잘못된 길을 가는 상대를 바르게 이끌기 위해 자신의 바른 점을 내세우며 그를 경책하는 것은 자리이타의 실천행으로써 불교인이라면 마땅히 해야 하는 선한 행동인 것이다.

마지막은 ‘자신을 비방이나 칭찬하지도 않고, 남을 비방이나 칭찬하지도 않는 것이 죄나 복’이 될 수 있는 경우이다. 보살은 모든 일에 있어서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기에 자신과 남을 구별하지 않고, 허물이나 죄, 그리고 복과 이익 등에 집착하지 않는다. 이런 행동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실천하는 것으로써 다시금 복이 되는 행동이다. 반면에 어리석은 이들은 지혜로운 눈이 없기에 선과 악, 옳은 것과 그른 것의 구별을 할 수 없어서 모든 일을 방관하고 내버려둔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오히려 화합을 깨뜨려 죄가 되는 것으로 자신의 어리석음을 알고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수행하여 바른 눈을 갖도록 정진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효 스님의 ‘자찬훼타계’에 대한 설명은 단순히 지식으로 만든 것이 아닌, 골품제도라는 신라의 계급사회를 살아가며 직접 느끼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신라의 귀족 중심 불교에서 벗어나 승려의 틀을 벗어던지고 민중들과 함께 호흡하고 수행하시던 원효 스님이 당시의 불교계로부터 좋은 시선을 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불교계 속에서 원효 스님이 겪었던 차별과 어려움, 그리고 그들에게 말하고자 한 불교인으로서의 자세를 정리한 것이 바로 이 ‘자찬훼타계’의 설명인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신라와 같은 계급사회는 아니지만, 갑과 을과 같이 보이지 않는 계급이 지배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지나친 경쟁 속에서 주위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앞만 보며 살아가기 바쁘다. 자칫 그러다 보면 자신만을 추구하는 이기심에 빠지게 되고, 결국에는 모두가 떠나고 홀로 남아 외로움이라는 큰 고통을 겪게 된다. 삿된 경쟁과 사사로운 이익 때문에 주위의 더 소중한 것들을 놓칠 수가 있다. 화합과 배려는 자신을 중심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타인을 사랑하고 배려함으로써 다시 자신도 그 타인으로부터 사랑과 배려를 받게 된다. 경쟁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 안에 치열하게 우열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조금씩 배려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의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따뜻해질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481호 / 2019년 3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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