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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신이림의 ‘도꼬마리 내 동생’

기자명 신현득

떼놓고 싶어도 귀찮게 구는 동생
옷에 달라붙는 풀 ‘도꼬마리’ 비유

형 마하 판타카 의존했던 출라
형에게 쫓겨난 후 아라한 되어
형 만나서 나눈 우애 알았다면
시 속 형도 “같이 놀자” 했을 것

도꼬마리는 가을에 갈고리가 여럿인 열매를 익혀, 지나가는 꼬마의 옷에 “나도 따라갈 거야!” 하고 달라붙는다.

부처님 제자 중에 도꼬마리 같은 형제가 있었다. 마하 판타카라는 형과, 출라 판타카라는 동생이었다.  

출라는 형을 좋아 해서 형의 손을 놓지 않았다. 이처럼 우애가 놀라웠지만, 형제는 지능에서 차이가 심했다. 형 마하는 재주가 있었고, 출라는 바보라 할만치 지능이 낮았다. 

형이 부처님 정사에 와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뒤이어 아우 출라가 왔다. 마하가 짧은 게송 하나를 가르쳐주고 외우라 했다. 머리가 나쁜 동생은 나흘이 되어도 게송을 외우지 못했다. 할 수 없다며 집으로 돌려보냈더니 바보 동생이 정사의 문밖에서 목을 놓아 울었다. 

출라의 울음소리를 들으신 부처님이 오셨다. 

“공부를 하고 싶은데 형이 쫓아냈습니다.”

부처님은 저능아 출라를 데리고 가셔서 쉬운 말부터 묻고 가르치셨다. 부처님은 세계 최초의 특수교육 선생님이셨던 것이다. 

부처님은 이 저능아를 마침내 아라한이 되게 하셨다. 출라는 먼저 아라한을 이룬 형에게 달려가서, “형님, 나도 아라한이요.” 하고 손을 잡았다 한다.    

   

도꼬마리 내 동생 
신이림 

 

잠든 것 같아서 살그머니 
문을 나서면

- 형 나도 델꼬가.

어느새 따라 나와
손목 잡는 내 동생. 

떼어내도 떼어내도 
자꾸만 달라붙는 

도꼬마리 같은 
내 동생. 
 
신이림 동시집 ‘발가락들이 먼저’ 2015

 

시의 주인공에게는 형인 나를 지극히 따르는 동생이 있다. 나는 마하 판타카요 꼬마 동생은 출라 판타카다.

오늘은 동무들과 맘 놓고 놀기 위해 이 귀찮은 동생을 떼어 놓고 나갈 생각이었다. 그래서 동생이 낮잠 든 것 같아서 살그머니 나왔더니 어느새 알고 따라 나와서 손을 잡는다. 

떼 내어도 자꾸만 달라붙는 도꼬마리 동생이다. 이때 주인공이 부처님 가르침을 아는 어린이였다면 처음부터 이 귀여운 핏줄을 떼어 놓고 가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같이 놀러 가자”하고 손을 잡았을 거다. 마하 판타카, 출라 판타카처럼 사이좋게 크고 보면, 큰 성공을 거두어 부모님과 이웃을 기쁘게 할 건데 말이다.  

시의 작자 광명심(光明心) 신이림(辛易臨) 시인은 부산 출신이며, 서울신문 신춘문예(1996)에서 동화, 황금펜 문학상(2011)에서 동시가 당선 되어 아동문학가로 나섰다. 지은 책으로는 동화집 ‘염소 배내기’, 동시집 ‘발가락들이 먼저’ 등이 있다. 신심 있는 불자로서 한국불교 아동문학회의 살림과 사무를 오랫동안 맡아왔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481호 / 2019년 3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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