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는 우리 안의 냉전과 한반도 냉전을 녹여낼 화쟁의 길을 야심만만하게 걸어야한다.”
조계종 화쟁위원회 화쟁위원 도법 스님이 간결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3월18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중앙종무기관 종무원들을 대상으로 열린 ‘한반도 평화와 불교의 역할’ 특강에서다.
도법 스님은 1년 동안 은빛순례단이 전국의 각 현장 각 분야에서 길어 올린 평화를 염원하는 목소리를 전하고 한국불교의 역할을 제안했다. 은빛순례단은 한국전쟁과 경제번영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전국을 직접 발로 찾아 나선 이들이다. 2018년 3월1일 서울 승동교회(3·1만세운동 당시 학생대표들 모임장소)를 시작으로 11월22일 백령도까지 순례했다. 지난 3월1일 서울 조계사에서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33번의 타종과 함께 순례를 회향했다.
도법 스님은 “우리 안에 냉전으로 얼어붙은 피맺힌 응어리가 겹겹으로 쌓여있었다”며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규를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화’가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으려는 한국사회에서 개인과 대중의 분노, 원망, 증오를 풀어내기 위해 한국불교가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님은 “1700년 한국불교 역사와 사상, 정신, 찬란한 문화가 있지만 현대사회를 선도하거나 일반시민들의 호감이나 가슴 설레는 일을 해보지 못했다”며 “일반시민들이 불교의 역할을 판단할 때 희망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도록 한국불교 전체가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특히 도법 스님은 “분노는 분노로, 증오는 증오로, 원한은 원한으로 해결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님은 “평화의 종갓집은 불교”라며 “부처님은 전쟁 한 복판에 앉아 전쟁을 종식시키시며, 싸움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설법을 온몸으로 드러내 보이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삶의 현장 곳곳에서 평화가 정책과 제도로 자리 잡도록 한국불교가 크게 발심하고 원을 세웠으면 좋겠다”며 “한국전쟁 참전국까지 모두 포함한 ‘한국전쟁 희생자 천도재’, 우리 안의 냉전을 녹이는 ‘우리 안의 화쟁정상회담’이 절실하다”고 거듭 제안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482호 / 2019년 3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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