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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마끼티 스님의 외로움

“신도들이 목적 없이 마을을 돌아다니지 않는다.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가림막 을 설치한다.”

아산시에 위치한 마하위하라 사원이 최근 마을주민들로부터 받은 공문 내용 중 일부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타인의 자유를 제한하는가 하면 건물조차 눈에 띄지 않도록 조치하라니, 일견 범죄자 수용시설에나 요구될 법한 내용이다. 

이 황당한 공문을 받은 마하위하라 사원은 스리랑카 사찰이다. 2009년 평택에서 건립돼 운영하던 중, 지난해 아산시로 이전해 왔다. 이전 당시부터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스리랑카 마하위하라 사원의 설립을 반대한다’는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지역주민 2800명의 반대 서명이 아산시에 제출됐다. 아산시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실제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개인사유지에 건축물을 건립하고 운영하는 것이니 지역주민들의 반발과는 무관하게 진행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마하위하라 사원 주지 담마끼티 스님은 지역 주민들의 오해를 풀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애초 마하위하라 사원은 스리랑카 이주민들만의 공간이 아닌, 한국과 스리랑카 불교문화 교류의 매개로 계획됐기에 지역사회와의 화합을 쉬이 포기할 수 없었다. 담마끼티 스님은 아산시에 요청해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수개월 간 지역주민들을 설득했다. 

그럼에도 지역사회와 관계를 풀어나가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스님의 노력으로 주민들이 한발 물러서며 내건 조건이 바로 위 공문이기 때문이다. 이주민 200만명 시대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이주민에 대한 편견의 벽은 이토록 공고했다. 

심지어 공문에는 △50명 이상 모이는 행사는 다른 곳에서 진행한다 △이주노동자 및 불법체류자를 관리하지 않는다 △더이상 증축하지 않고 향후 주변 토지를 매입하지 않는다 △위 사항을 위반할 경우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떠난다 등의 내용도 함께 기재됐다. 

그리고 각 항목 아래에는 담마끼티 스님이 애타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답변이 첨부됐다.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해 점차 나무를 심는 등 울타리를 설치할 예정이고, 1년에 두 번 정도 큰 행사가 있지만 마을대표와 상의해 필요시 외부장소를 빌려 진행할 것이며 추후 증축이나 토지 매입 계획은 없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지역주민들과의 어려움 속에서 정작 스님을 위해 나선 것은 평택지역의 한 개신교 목사였다. 사정을 아는 불교계 관계자는 “담마끼티 스님이 마을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한 불교종단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소속 승려가 아니라는 이유로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한국 불교계와 교류한지 10년이 넘어가고 심지어 귀화까지 했지만 정작 의지할 곳은 없었던 셈”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송지희 기자

담마끼티 스님은 “한국이 좋고 한국 불교가 너무 좋아서 한국 사람이 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스님은 여전히 외롭다. 이제는 한국불교계가 스님에게 관심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때다.


jh35@beopbo.com

 

[1482호 / 2019년 3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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