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께서 증득한 것은 새롭고 낡은 것도 없으며, 깊고 낮은 것도 없다. 또한 선종 한 일파의 종주로서 산문을 개산하지 않았으며 문호도 개방하지 않았지만, 선사가 머문 그 자리가 진리의 당처였다. 생각을 일으키는 즉시 곧 어긋남이니, 본 그대로여야 본래의 부처이다. 선사의 말씀은 간명하고, 도는 직절하면서도 험준하며, 그의 행은 고고하셨다.”
중국 당나라 때 유명한 정치가이자 불교 후원자이며, 재가불자로서 선에 조예가 깊었던 배휴가 본 황벽희운이다. 황벽을 비롯해 규봉종밀, 위산영우 등 3명의 기라성 같은 선지식을 스승으로 섬겼던 배휴는 황벽에게 가르침을 청하면서 주고받은 문답을 정리해 ‘전심법요’ ‘완릉록’을 편찬하면서 그 서문에 이렇게 스승을 찬탄하는 글을 남겼다.
황벽의 가르침은 인간의 자유와 모든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을 말하고 있다. 그러한 황벽 사상의 바탕에는 중생에 대한 굳은 믿음이 깔려 있으며, 이는 황벽이야말로 ‘중생에게는 빛나는 불성이 구족되어 있음’을 강조하는 조사선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황벽의 선사상이 잘 드러난 어록이 바로 ‘전심법요’와 ‘완릉록’이다. 이 두 어록에 의해 조사선의 선풍이 확립되고 체계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7년 법보신문에 ‘전심법요’를 연재했던 정운 스님이 연재물을 보충하고 다듬어 황벽의 선사상을 또 다른 관점으로 넓히는 노력 끝에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책으로 엮었다. 정운 스님은 “황벽은 마조의 손자뻘로, 마조의 사상을 올곧게 받아들이고 법을 이은 인물이다. 그래서 ‘전심법요’와 ‘완릉록’은 조사선의 정점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조사선의 관점은 본각·본래성불된 입장에서 출발한다. 번뇌로 가득 찬 중생에게 빛나는 보석이 구족되어 있음을 강조하기 때문에 황벽의 말은 통쾌한 선사상이요, 인간의 자유와 해방을 제시한다”고 황벽의 사상을 설명하고 있다.
선의 이치가 논리적으로 전개된 황벽의 가르침을 담은 책은 선의 정수는 물론이고, 선의 개론서로서 조계종의 정통 선사상을 이해하는 데도 긴요한 어록이다. 1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82호 / 2019년 3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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