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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불교적인 삶이란

기자명 법장 스님

바르게 사는 법 잘 알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요즘 뉴스엔 부도덕한 소식만
연예인과 검찰, 경찰까지 연루 
도림선사, 백거이에 칠불통계
나쁜 짓 말고 선행 실천 설해

최근 뉴스를 보면 한 연예인의 사업과 관련하여 수많은 사건들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시대가 변화하고 다양한 사상이 공존하는 지금의 시기라도 쉽게 이해하고 납득해줄 수 없는 사건들이 매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게이트, 관련사건 등등 과거에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이 우리들 가까이에서 벌어지고 있고 그와 관련해서 정치인, 연예인, 심지어 검찰, 경찰의 이름까지도 거론되고 구속되는 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일들에 대해서 우리는 그동안 여러 차례 경험을 해봤고 우리 사회에 이러한 일들이 숨겨져 있으나 당연히 존재할 거라는 것을 누구나가 생각하고 있다.

언제부터 우리는 이런 사건을 접하면서도 그리 놀라지도 않으며 터질 것이 터졌다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이번 사건을 보며 내 자신의 그런 생각과 모습에 다소 생소함을 느끼며 우리의 윤리 도덕적 삶을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다. 불교의 설화 중에 도림(道林) 선사와 백거이(白居易)의 이야기가 있다. 하루는 백거이가 나무 위에서 수행하던 도림 선사에게 찾아와 “그렇게 높은 나무 위에서 수행을 하면 불안하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도림선사는 이에 “내가 보기에 밑에 있는 그대가 더 불안해 보이네”라고 답하였다. 다시 백거이는 “무슨 말씀입니까? 저에게는 높은 벼슬과 명성이 있는데 무엇이 불안하겠습니까?”라고 반문했고 도림선사는 “높은 벼슬과 명성에서 떨어지는 건 내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고통을 받게 될텐데 불안하지 않습니까?”라고 다시 답했다. 이에 당황한 백거이는 “그럼 불안을 떨칠 수 있는, 그 어떤 것이 불법의 큰 뜻입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도림선사는 그 유명한 “나쁜 일을 하지 않고 착한 일을 행하며 스스로의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모든 불교의 가르침이다(諸惡莫作 衆善奉行 自淨其意 是諸佛敎)”라는 ‘칠불통계(七佛通戒)’를 말한다. 그러자 백거이는 “그런 말은 세 살짜리 어린아이도 아는 것입니다”라고 말하였고 도림선사는 “세 살짜리 어린아이도 알고 있으나, 팔십 먹은 노인도 행하기 어려운 것이다”라고 하여 백거이에게 큰 깨달음을 전해주었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바르고 정직하게 살라는 말을 수없이 듣고 자란다. 그리고 나름의 도덕적 판단과 사상을 갖고 성장하여 자신의 가족과 가정을 만든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는 어느 순간에서부터 자신의 일을 합리화시키고 다소의 부조리에 타협하며 보다 쉽고 편한 길을 찾으려고 한다. 삶에 정해진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가 알고 있고 지켜야 하는 윤리 도덕적인 길이 있다. 이것은 자신이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재산이 많고 권력이 있다고 해서 함부로 그 틀을 깨거나 틀 밖에서 무언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법도 마찬가지다. 법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한 것으로 권력, 재산과는 무관한 절대적인 법칙인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삿된 이익과 권력에 취해서 마치 자신만이 특별한 존재로서 이러한 윤리 도덕적 틀을 초월하고 법조차도 무시할 수 있다고 망각하여 이런 사건을 죄의식 없이 저지르는 것이다.

불교적 삶이라는 건 특별한 것이 아니다. 누구나가 알고 있듯이 나쁜 일 하지 않고 바르게 남을 돕고 사는 것이다. 그러나 도림선사의 말처럼 누구나가 알고 있어도 좀처럼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할 때 항상 자신을 먼저 생각한다. 나의 이익, 나의 명예를 먼저 따지지 나의 행동을 통한 남의 행복, 남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쩌면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부처님의 전도 선언에 나오는 말처럼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기 위해서는 자신만을 볼 것이 아닌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주위를 함께 둘러보고, 나의 생각과 행동이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바르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불교적, 그리고 윤리 도덕적 삶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바른 지름길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482호 / 2019년 3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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