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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다비와 사리신앙-하

기자명 현진 스님

국내 첫 부처님 사리는 진흥왕 때 양나라서 받은 것

사리, 범어 ‘샤리라’ 소리 옮김
성현 유체 숭배한 인도서 유래
진신·조성사리 여부 분분하지만
진신사리 여부는 의문대상 아냐

사리(舍利)는 산스끄리뜨어 샤리라(śarīra)를 소리옮김한 말로서, 시신 혹은 시신을 화장한 다음 수습된 유골[정확히는 다뚜(dhātu)임]을 가리킨다. 시신이나 유골인 유체(遺體)를 숭배하는 신앙은 인도의 역사와 함께한다. 돌아가신 성현의 유체는 인도에서 가장 훌륭한 숭배대상이며, 그 외에 유품이나 심지어 단순한 상징물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부처님도 사리탑은 물론이요, 가르침을 상징하는 법륜(法輪)이나 깨달음을 상징하는 보리수 및 심지어 발바닥 문양인 불적(佛跡) 또한 보편적인 신앙대상이었는데, 외방민족의 교화를 위해 조성된 불상이 등장하며 사리신앙이 불상신앙으로 확장된다.

엄밀히 말하자면 불상도 사리의 한 형태인 조성(造成)사리에 해당된다. 즉, 화장인 다비 후에 수습되는 사리를 진신(眞身)사리라 하는 한편, 보석이나 심지어 갯가의 깨끗한 돌로도 법식에 따르면 사리를 대신하는 조성사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성립되었으며 가장 널리 알려진 ‘불상조성경’을 비롯하여, 근대에 속하는 조선 순조 24(1824)년 유점사에서 간행된 ‘조상경(造像經)’에서 밝힌 불상의 복장품으로 스무 가지가 넘는 물품 가운데 사리 7과(顆)도 있는데, 사리가 없으면 수정이나 유리 같은 보석으로 대용해도 무방하다고 되어있다.

우리나라는 ‘삼국유사’에 따르면 진흥왕 때인 549년 양나라에서 사신 심호를 보내며 사리 몇 과를 이운해 온 것이 첫 전래이다. 그 후로 적멸보궁의 사리를 비롯하여 수많은 불사리가 한반도로 유입되었는데, 항상 진신사리인지의 여부가 큰 관심거리였다. 그러나 부처님 다비 후 여덟 부족에게 분배되어 안장된 사리탑으로부터 모습을 드러내신 사리가 지금까지 극히 제한적이고, 특히 출가자가 아닌 재가자 위주로 사리신앙(信仰)이라 일컬어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조성사리인지 진신사리인지는 전혀 의문의 대상이 되지 않아야 한다. 최소한 스리랑카 불치사 치아사리의 예를 이해한다면.

4세기 무렵 스리랑카로 전해진 불치사의 치아사리는 보관 장소가 변경되다 왕궁이었던 현재의 사원에 1590년부터 안치되며 7년마다 한 번씩 온전히 공개된다. 16세기 후반에 기독교 포르투갈인은 캔디를 점령하고 불치를 부숴버릴 요량이었으나 싱할라인들의 기지로 가짜 불치로 위기를 모면했다. 현재 사리함은 불치사 방장스님, 전국신도회장, 문화부장관 등 3명의 관리자가 동시에 열도록 되어 있으며, 매일 세 차례 공개될 때는 일곱 겹의 화려한 사리함의 상태일 뿐이다. 그리고 1년에 한 차례 8월에 사원 바깥으로 이운되는데, ‘에쌀라 뻬라헤라’라 불리는 이 행사는 약 200마리의 코끼리가 동원되는 스리랑카 최대의 축제이다.

코끼리 턱뼈의 일부분일 뿐이라는 등 말도 많은 불치사의 치아사리는 정작 스리랑카인들에겐 그 무엇도 아닌 그저 부처님일 뿐이다. 1600년 이상 공들여 쏟은 전 국민의 불심에 진신사리인지 조성사리인지는 이미 중요치 않아 보이는 듯하다. 어쩌면 그런 모습이 부처님의 가르침인 무아론(無我論)을 올바르게 따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근자에 종단에서 ‘천수경’의 진언인 신묘장구대다라니를 기존의 발음으로 그냥 놓아두어야 할지, 아니면 새로 확인된 산스끄리뜨 원음의 정확한 발음으로 고쳐야 할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몇몇 의견 가운데 하나는, 1485년 간행된 ‘오대진언’만 기준하더라도 이미 500년 이상의 역사가 집적된 다라니의 기존 발음을 단지 새롭게 확인된 원음이라는 것으로 하루아침에 바꿔버린다면 오히려 부처님의 가르침을 벗어난다는 것이었다.

흡사 불치사 치아사리의 진신사리 진위를 문제 삼는 이방인의 궁금증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스리랑카인들처럼 종단에선 아직까지 다라니 발음의 변경에 대해 별 반응을 드러내진 않는데, 어떻게 진행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현진 스님 봉선사 범어연구소장 sanskritsil@hotmail.com

 

[1482호 / 2019년 3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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