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불교의 건달바

  • 데스크칼럼
  • 입력 2019.04.01 13:28
  • 수정 2019.04.01 15:28
  • 호수 1483
  • 댓글 0

1960년대 불교합창단 등장
남성불자들도 꾸준히 참여
한마음선원·봉은사 등 활동

최근 서울 봉은사에 남성불교합창단이 만들어졌다. 1년여 준비과정을 거치며 선발된 50여명의 단원들은 3월8일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봉은사 남성합창단은 여성 중심 불교계 합창 현실에서 남성 불자들의 독창적인 무대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합창단 역사는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19세기까지도 남성들 독무대였다. 유럽 각국의 교회를 중심으로 한 합창단에서 여성은 철저히 배제됐다. 19세기 후반 독일의 브람스가 지휘한 함부르크 여성합창단이 출범하면서 여성합창단이 크게 늘었고, 20세기 이후에는 남성합창단을 압도할 정도로 여성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불교계에 합창단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62년이다. 작년 12월10일 90세로 입적한 운문 스님이 조계사 주지를 맡으며 만든 연화어린이합창단이 시초다. 1965년 서울 칠보사에도 소년소녀합창단이 결성되는 등 불교합창은 1970년대 초까지 어린이 포교의 일환으로 인식됐다. 이러한 틀을 깬 것이 재가불교의 구심점 역할을 담당했던 삼보법회였다. 1974년 창단된 삼보법회합창단은 최초의 성인 불교합창단으로 불교계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법회 때면 삼귀의, 보현행원, 청법가, 사홍서원, 산회가를 부름으로써 법회의 품격을 높일 수 있었다. 또 불보살님을 찬탄하는 가사와 노래는 불자들에게 신심과 환희심을 불러일으켰다. 불자로서의 자긍심과 주인의식, 끈끈한 도반애를 갖도록 하는 데에 합창단이 한몫 톡톡히 했다.

스님과 불자들의 관심이 합창단에 쏠리면서 1976년 조계사합창단, 도선사합창단, 청룡사 마야합창단을 비롯해 1977년 일붕선원합창단, 1978년 조계사청년회 보리수합창단, 1979년 불광바라밀다 합창단이 잇따라 창단했다. 1980년 불교종립학교인 의정부 광동여고합창단을 시작으로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증가해 지금은 전국적으로 200~300여개의 불교합창단이 활동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에는 40대 안팎의 비구니스님들로 구성된 합창단도 있었고 판소리로 찬불가를 부르는 합창단, 국악 찬불가를 부르는 범종단적 성격의 합창단들도 있었다. 바야흐로 1990년대와 2000년대는 합창단의 전성시대였다.

불교합창은 1970년대 이후 여성불자가 중심이 됐지만 남성들 활동도 꾸준히 이어왔다. 불교계 첫 남성합창단은 1994년 창단된 안양 한마음선원의 법형제합창단이다. 대행 스님의 가르침을 노래로 부르는 이들은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40~50여명이 회원이 꾸준히 연습해 법회 때마다 음성공양을 하고 있으며, 1996년에는 부산 한마음선원에도 남성합창단이 만들어져 활동했다. 이어 2001년 5월에는 수원포교당의 아버지합창단, 그해 10월 조계사 거사합창단이 각각 결성됐다. 또 진각종 대구교구 남성합창단과 인천공항 경찰불교회가 주축이 된 전경·의경찬불가합창단도 2003년 만들어져 활동을 시작했다.

오늘날 불교계 남성합창단을 대표하는 곳은 2006년 창단한 선불남성합창단이다. 자영업자, 회사원, 공무원 등 노래와 무관한 직업이지만 신심과 음성공양은 최고임을 자부하는 이들 단원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매년 정기연주회를 개최하는 저력과 전문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2015년 불교성악가로 구성된 BBS울산불교남성중창단에 이어 이번 3월 창단한 봉은사 남성합창단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재형 국장

음악은 종교로 인해 깊어지고 종교는 음악으로 인해 대중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신학자 한스 큉은 ‘음악과 종교’에서 “음악은 그 자체가 종교적 경험의 중요한 원천일 수 있다. 음악적 체험이 둘도 없이 강렬해지는 것은 음악과 종교가 동일한 의미와 목표를 가지고 서로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을 때다”라고 했다. 사찰에서조차 남성들의 비중과 역할이 줄어드는 요즈음 신묘한 소리로 부처님을 가르침을 찬탄한다는 음악의 신 건달바가 우바새를 불연으로 이끌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mitra@beopbo.com

 

[1483호 / 2019년 4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