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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보살

기자명 현진 스님

성불 목전에 두고 마지막 중생 삶을 사는 이

깨달음‧중생 의미의 합성어
‘깨달음 기약된 중생’ 의미
불교서만 사용한 독자 호칭
대승불교 활성화 되면 확산

부처님께서 중생의 근기에 따라 설한 세 가지 교법으로써 음성으로 직접 설하신 가르침인 사성제 등을 듣고 깨달음을 얻는 성문승(聲聞乘)과, 십이연기를 직접 관찰하여 진제의 이치를 깨닫는 연각승(緣覺乘)과, 위없는 보리를 추구하고 모든 중생을 구제할 것을 소원하여 육바라밀을 닦는 보살승(菩薩乘)이 있다. 

성문이란 말은 듣는 자란 의미의 싀라와까(śrāvaka)를, 연각이란 말은 홀로 깨달았다는 의미의 쁘라뜨예까붓다(pratyeka buddha)를 뜻 옮김한 것이며, 대승불교의 상징적 존재인 보살은 보디삿뜨와(bodhisattva)를 소리 옮긴 말이다. 이는 깨달음이란 보디(bodhi)와 중생이란 삿뜨와(sattva)의 합성어인데, 어원적으로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중생’과 ‘깨달음이 기약되어 있는 중생’ 및 ‘이미 깨달음을 얻은 중생’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한 중생이 성불하기까지는 ‘증일아함경’에 3아승기겁(劫)의 수행기간이 소요된다고 하였으며, 대승에서는 수행방법에 따라 3아승기겁・7아승기겁・30아승기겁 등의 차별이 있다고 한다. 1겁의 시간을 비유로 나타낸 표현 가운데 반석겁(盤石劫)이 있는데, 크기가 4000리에 달하는 돌산을 100년에 한 번씩 얇고 부드러운 옷깃으로 쓸고 지나가서 돌산이 다 닳아 없어져도 겁의 시간은 끝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아승기는 산술적으로 10의 51승이니, 한 아승기겁만 해도 가늠조차 어려운 긴 기간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한 중생이 짧게는 3아승기겁의 대부분을 이미 여법하게 수행한 뒤, 다음 생에 태어나 성불을 목전에 둔 때에 천상에서 마지막 중생으로서의 삶을 영위할 때 그를 ‘보살’이라 부른다. 이것이 보살이란 명칭의 가장 협소한 범주이다. 혹은 앞선 부처님으로부터 성불의 수기(授記)를 받은 이후를 보살로 일컫는다고도 한다. 그러니 석가모니 부처님은 연등불로부터 수기를 받았을 때 혹은 도솔천에 계실 때가 좁은 의미의 보살이셨던 셈인데, 같은 분을 그 전생과 또 그 전생 등에서 지칭하며 어차피 곧 성불하실 분이기에 일관되게 보살이라 일컬은 것이 넓은 의미의 보살이다. 그러다보니 어차피 언젠가는 성불할 것이란 인식에 모든 불자님들을 보살이라 부르게 된 것이 지금의 한국불교인데, 절에는 주로 보살님들만 와서 보살님들을 보살님이라 부르게 되었다. 비록 성불까지 남아있을 기간이 진짜 보살님과는 제법 차이가 나겠지만.

보살이란 용어는 윤회나 붓다 등의 용어가 브라만교 등 여타 인도사상에서도 보이는 것과는 달리 불교에서만 사용된 독자적인 호칭이다. 그리고 비록 불교 내에서도 초기불교와 부파불교에 보살이란 용어가 보이긴 하지만 그 개념이 강조되고 내용이 풍성해진 것은 대승불교가 활성화되면서부터이다.

초기 대승경전에 속하는 ‘금강경’에도 보살이란 명칭이 여러 차례 등장하는데, 문수보살이나 보현보살처럼 대승불교가 정착된 이후 우리가 익히 아는 보살의 의미보다는 새롭게 일어난 대승불교사상을 바탕으로 수행하는 재가불자를 가리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경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남자・선여인과 같은 의미로 쓰이거나, 조금 확대된다면 이미 오랫동안 수행하여 깨달음을 어느 정도 지닌 재가불자를 지칭하는 듯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대승불교는 재가불자들 위주의 새로운 불교개혁운동이었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겠지만.

그래서 언뜻 생각해선, 성불직전 도솔천에 계시거나 최소한 성불수기를 받은 분을 일컫는 이 명칭을 아직 사바세계의 크기도 가늠치 못하는 중생이 받아 사용한다고 여겨서 아무런 의미 없이 지나칠 이름일 수 있지만, 이 부름이 어쩌면 부처님을 닮고자 한다는 불자(佛子)보다 더 현실적이고 오히려 본래 재가수행자들의 몫으로 배정된 이름이라 해도 과언은 아닌 듯싶다.

현진 스님 봉선사 범어연구소장 sanskritsil@hotmail.com

 

[1483호 / 2019년 4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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