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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육식주의와 가부장주의

기자명 고용석

육식주의 자각은 원상태 찾는 혁명

채식주의는 신념에 근거한 선택
반면 육식은 이미 확고한 관념
이름 붙여 의식적으로 인지해야
폭력성 인지해 변화할 수 있어

수만 종의 동물 가운데 먹을 수 있는 것은 극소수다. 그것도 문화마다 다르다. 문화가 허용치 않는 고기는 살아있는 모습이 떠올라 메스꺼워하는 반면 허용한 고기는 혐오감 없이 먹는다. 왜 그럴까? 육식주의 때문이다. 육식주의는 어떤 동물이 식용가능한지 결정하고, 먹을 때 정서적 심리적으로 불편치 않도록 보호해준다. 고도화된 신념체계로 ‘느끼지 않는 법’ 즉 우리 본연의 연민과 공감을 마비시키는 보이지 않는 체계이다.

흔히 채식주의자하면 신념체계에 근거한 선택이며 삶의 한 방식으로  알 수 있다. 반면에 ‘고기 먹는 사람’은 육식주의자라고 이름 하지 않는다. 육식은 신념체계에 바탕을 둔 행동양식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페미니즘이 있고나서야 가부장주의에 이름이 붙었고 그 폭력성도 드러날 수 있었다.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이름 없음은 이미 확고하게 자리 잡은 데다 정밀한 검토를 잘 허용치 않는 이데올로기인 것이다. 사회심리학자 멜라니 조이 교수는 고기를 먹는 이면의 신념체계를 통찰하고 이에 이름을 붙인다.

첫째, 육식주의를 정당화하는 3가지 신화를 얘기한다. 육식은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우며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정당화는 아프리카인의 노예화와 여성차별,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에 이르는 모든 착취적인 시스템에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우리는 이 3가지 신화를 단지 널리 퍼진 견해가 아니라 보편적 진리인 듯 그 신조에 맞추어 산다. 이 3가지 신화는 법과 언론, 교육, 정부, 의료계 등 모든 제도와 기관을 통해 합법화되고 내면화된다. 

둘째, 내면화된 육식주의는 우리 인식까지 왜곡한다. 인간 본연의 공감과 자비를 마비시켜 인식을 왜곡 조작함으로써 동물을 살아있는 물건으로 본다(대상화). 각기 독립된 개체임에도 추상으로 뭉그려서 집단으로 인식한다(몰개성화). 아무런 객관적 근거도 없이 식용동물이므로 그들을 먹는 일이 타당하지 않겠냐고 생각한다(이분화). 사람들은 육식주의라는 렌즈를 끼고 세상을 보고 인식하는 것이다.

셋째, 왜 우리는 동물의 고통을 보기 싫어할까? 생명과 공감하기 때문이다. 육식주의는 이 본연의 공감능력을 차단하고 마비시킴으로서만 가능하다. 육식주의는 일종의 매트릭스이고 복잡한 방어기제이다. 매트릭스가 우리의 본연의 자비를 감금시키려면 스스로 간수 노릇을 하면서 자발적으로 거기에 참여해야만 한다. 우리가 거짓된 삶을 용인하는 한에서만 진실을 차단할 수 있다.

넷째, 오늘날 육식주의는 대대적으로 도전받고 있다. 환경위기에 대한 인식이 확장됐고 동물복지에 관한 우려가 커졌으며 채식주의에 대한 신뢰도와 대중적 관심 또한 높아지고 관련 정보들을 접하기가 유례없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를 막고 동물의 고통을 줄이며 사회적 정의를 위해서는 올바른 음식선택이 필요하다. 누가 자신이 혐오하는 세상을 선택하겠는가. 채식은 깨어있는 선택인 반면 육식은 아예 선택임을 모르거나 원래 그런 것이라 착각한다. 문화와 육식주의의 영향 때문이다.

매트릭스로부터의 탈출은 목축문화, 육식주의 같이 먼저 이름 붙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는 무의식적인 것이 자각을 통해 우리 의식의 표면으로 떠올랐음을 의미한다. 페미니즘과 생태학의 등장 후에 가부장주의와 인간중심주의란 이름이 붙었듯, 오래 전부터 채식주의가 존재해왔음에도 이름 붙이지 못한 것은 존재하는지조차 모를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감추려들 정도로 육식주의 폭력성이 뿌리 깊고 비가시적이며 무의식적이었던 것이다. 

육식주의의 자각은 우리 자신을 원상태로 되돌리고 온전케 하는 혁명이자 새로운 인류의식을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directcontact@hanmail.net

 

[1483호 / 2019년 4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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