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올려진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찾아낸 불상이 문화재급 고려 전기 마애약사불좌상인 것으로 확인돼 화제다. 학계에서도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이 불상은 경상도 마애약사불 중 가장 남쪽에서 확인됐고 유례가 드문 단독 마애약사불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4월4일 “경남 고성 거류산 정상에서 그동안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2.54m 높이 마애약사불좌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가 거류산에서 직접 조사해 발견한 마애약사불좌상은 크기 약 5m 바위 서쪽 평평한 면에 새겨져 있다. 얇은 선으로 새긴 신체 위에는 스님들의 법의인 가사가 이중으로 걸쳐진 모습이다. 오른손은 어깨까지 들어 올려 부처님이 중생의 모든 두려움을 없애고 위안을 주는 손짓으로 해석되는 시무외인(施無畏印)을 취하고 있으며 왼손에는 장식 구슬인 보주(寶珠)를 들었다. 하반신은 큰 연꽃을 엎어 놓은 복련(覆蓮) 무늬 대좌 위에 결가부좌로 좌선한 형태다.
마애약사불좌상은 둥글넓적한 얼굴에 과장된 이목구비, 짧고 선명한 목에 세 개의 줄, 부조로 새긴 머리와 얇은 선으로 표현된 몸 등 고려시대 전기 마애불의 중요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마애약사불이 발견된 거류산 정상(해발 571m)에는 통일신라시대의 석축산성인 거류산성(경남 문화재자료 제90호)이 있고 정상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약 580m 떨어진 봉우리(해발 380m) 사면에는 커다란 암석군이 산재한다. 마애약사불은 이중 제일 큰 암석 전면에 새겨져 있으며 불상이 새겨진 암석 윗면은 지름 약 1.2m인 원형 암석이 놓여있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올해 3월13일 우연히 개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마애약사불의 존재를 인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불상 위치를 추적, 거류산 일대를 두 차례에 걸쳐 조사한 끝에 3월22일 불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경남 고성은 현재 불교문화재가 많이 남아있지 않은 곳으로 사례가 많지 않은 마애약사불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며 “고려 전기 작품인 제천 월악산 덕주사 마애불(보물 제406호)과 같은 양식을 보이는데 고려 전기 수도인 개성에서 보였던 중앙양식과는 얼굴 표현 등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지역 특색을 보여주고 있어 문화재적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상 발견을 소관 자치단체인 고성군에 알려 문화재 지정 검토와 보존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484호 / 2019년 4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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