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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은 장애인 철벽?’ 작은 관심이 접근성 높인다

  • 교계
  • 입력 2019.04.05 18:45
  • 수정 2019.04.08 09:41
  • 호수 1484
  • 댓글 0

수화센터 연계한 법문 통역
점자 경전‧불교의식집 배치
조립식 경사로‧간이의자 등
‘저비용 고효율’ 배려 필요

장애인의 사찰 접근성 문제는 세월이 흘러도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불교계 난제다. 사찰 진입부터 법당 참배와 법회 동참, 편의시설까지 장애인이 사찰에서 신행생활을 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일부 개선됐음에도 “장애인에게 사찰은 철벽”이라는 꼬리표가 여전하다. 문화재를 보유하거나 전통사찰이 많다는 점도 개선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장애인 권익향상을 위한 사회적‧제도적 변화에도 장애인의 사찰 접근성이 여전히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외부 평가와는 별개로 당사자인 장애인 불자들은 “사찰에 대대적인 시설 보수나 변화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작은 관심과 적은 비용으로도 충분히 장애인의 사찰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법보신문은 4월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사찰이 각 장애 특성에 따라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했다.

불교를 사랑하는 장애인 불자 모임 보리수아래의 사찰 순례 모습.
불교를 사랑하는 장애인 불자 모임 보리수아래의 사찰 순례 모습.

◇지체장애인을 위한 조립식 경사로

‘장애인 사찰 접근성’ 문제에서 늘 거론되는 것이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에 대한 배려다. 기본적으로 이동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사찰 방문시 법당 참배부터 화장실, 공양간 등 편의시설 이용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통사찰은 경내 많은 계단과 높은 법당 문턱 등이 접근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이를 보수하려면 많은 비용이 발생할 뿐 아니라 대다수 사찰이 문화재보호법에 얽매여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지체장애인 불자들은 “꼭 대웅전이나 극락보전이 아니더라도 부처님 전에 참배만 할 수 있어도 좋다”는 입장을 보였다. 문화재를 보유한 큰 사찰에는 경내에 템플스테이관 등 근대에 지어진 전각 한 곳이라도 휠체어 진입이 가능하다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불교를 사랑하는 장애인 모임 보리수아래 최명숙 회장은 “전국에 분포된 회원들이 각 지역 사찰들을 방문한 경험에 근거할 때 조금만 손보면 휠체어가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곳이 있다”며 “전각 하나라도 문턱을 낮추거나 저렴한 나무 재질의 조립식 경사로를 설치하면 장애인들이 법당을 참배하고 신행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에 따르면 점검이 절실한 곳은 화장실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대다수 사찰 화장실에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갖춰져 있지만 실용성이 없는 곳이 적지 않다. 문이 좁거나 문턱이 높아 진입이 힘들고, 내부에 휠체어 회전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이 역시 사찰의 관심과 의지만 있다면 공간 확장 및 문 개폐 방향을 변경하는 형태로 언제든지 개선이 가능하다. 지팡이 등을 사용하는 편마비 장애인을 위해 경내 일부라도 핸드레일을 설치하거나 법당 내 간이의자를 구비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 청각장애인 위한 수화 통역사 섭외

청각장애인들은 대부분 청각 외에는 신체적 기능이 정상으로, 거동의 불편함이 적다. 때문에 다른 장애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동적이며 지역 내 청각장애인 모임이나 단체 차원에서 외출하는 일이 많다. 불자 청각장애인들 역시 안내자가 있다면 사찰 순례와 신행에도 적극 동참하는 편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히 사찰에서 예불에 참여하거나 스님의 법문을 듣고 싶은 열망도 크다.

청각장애인을 배려하기 위해 사찰이 가장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은 법회 시 수화 통역이다. 청각장애인이 사찰을 방문할 경우 지역마다 운영되고 있는 수화통역센터에 연락해 수화통역사를 섭외할 수 있다. 수화통역센터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모든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농아인협회 등에서 자원봉사의 일환으로 별도 운영하기도 한다.

수화통역센터는 시간에 따라 평균 10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고 통역사의 일정도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보다 사찰 차원에서 섭외하는 것이 원활하다. 전국적으로 불자 수화통역사는 드물지만 2010년 국립국어원이 한국농아인협회와 공동으로 불교용어를 수화로 번역해 교재로 발간한 바 있다. 때문에 일반적인 불교 용어를 사용하는 법문 통역에 대해서는 대체로 원활한 협조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불교계 장애인 포교 및 신행생활을 이끌고 있는 복지법인 연화원도 서울·경기지역에 한해 수화 통역 자원봉사단을 운영하고 있어 필요하면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연화원 이사장 해성 스님은 “불자 청각장애인들에게 스님의 법문을 수화통역으로 접하는 순간이 얼마나 큰 감동일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며 “사찰이 지역 내 청각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갖고 수화통역센터와 연계한 배려를 제공한다면 청각장애인들의 사찰 신행활동을 정착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점자로 제작된 '금강경'을 독송하고 있는 시각장애인불자들. 법보신문 자료사진.
점자로 제작된 '금강경'을 독송하고 있는 시각장애인불자들. 법보신문 자료사진.

◇ 시각장애인 위한 점자 의식집 비치

시각장애인들에게 점자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그들의 언어다. 시각장애인은 상당부분 안내자 및 보호자와 동행할 때가 많지만, 사찰 입구 안내판에 점자로 지리 등을 표시해 둔다면 큰 도움이 된다. 경내 주요 전각으로 향하는 진입로와 화장실 등에만 점자 블록을 설치하는 것도 좋다. 배부용 사찰 안내 팸플릿 등을 점자로 번역하는 방법도 적은 비용으로 시각장애인들의 마음을 열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부산 지역에서 활동하는 불자 시각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사찰에서 점자 불교의식집이나 점자 경전 한권씩만 비치해 뒀으면 하는 바람을 늘 갖고 있다”며 “설령 몇 년간 단 한명의 시각장애인만이 이것을 제공 받더라도 진정한 불연의 씨앗이 싹트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시각장애인들이 예불이나 법회에 직접 참여하기를 원할 때, 점자로 편찬된 불교 의식집이 있다면 대단히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사찰에 점자 경전이나 경전CD 등을 비치해 두고 인연을 맺은 시각장애인에게 선물한다면 그야말로 직접적인 포교에 다름 아니다. 이를 위해 광림사 연화원은 자체 제작한 점자 불교의식집과 ‘금강경’ ‘법화경’ ‘지장경’ 등 경전을 점자책과 CD로 제작해 요청하는 곳에 발송하고 있다.

해성 스님은 “사찰을 찾은 장애인을 보면 필요한 것이 있는지 묻고 안내하거나 방석을 펴주는 등의 작은 관심과 배려에서 장애인 포교가 시작된다”며 “사찰과 불자들이 장애인을 대할 때 나와 다른 대상이 아니라 함께 부처님 법을 공부하는 도반이라는 인식이 정착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484 / 2019년 4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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