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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인’은 오늘날도 중인인가?

860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이하 기능인협회)가 4월2일 정부대전청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문화재청을 정면 규탄했다. 문화재기능인들의 실적을 관리하고 경력증을 발급하는 등 이들에 대한 평가 업무를 문화재청이 문화재수리협회에 위탁하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기능인협회는 1988년 문화재청의 승인을 받아 설립, 문화재수리기능사 시험에 합격한 기능인 860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단체다. 문화재기능인협회는 이러한 점을 이유로 “문화재수리업체를 운영하는 ‘사장님’들이 현장에서 직접 문화재를 만지고 수리·보전하는 기능인들을 평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뿐 아니라 기능인들의 자긍심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극렬히 반발하고 있다.

반감의 가장 큰 이유는 문화재청이 수탁자로 지정한 문화재수리협회가 문화재수리업자, 문화재실측설계업자, 문화재감리업자 등 문화재수리업으로 등록한 대표자들로 구성돼있기 때문이다. 기능인협회의 한 관계자는 “건축설계사나 토목기사 자격증이 없어도 건설회사를 세울 수 있듯이 문화재수리업 대표는 문화재수리기능사 자격이 없어도 사업자등록을 낼 수 있는 경영자”라며 “기능인들의 관리와 평가를 문화재수리협회에 맡기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지난해 1월 공시를 통해 문화재수리협회에 문화재수리 경력 및 실적관리 등의 업무를 위탁했다. 이미 1년이나 지난 후에야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기능인협회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기능인들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행정 업무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이 사실”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으며 “협회가 이미 수년째 이 문제를 문화재청과 협의해 왔지만 좀처럼 진척을 이루지 못하다가 결국 이런 결과를 맞닥뜨리게 됐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기능인협회 측은 문화재수리협회에 위탁한 경력관리 업무 중단과 수탁자 지정 철회를 문화재청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공시를 통해 수탁자를 지정한 문화재청이 이를 번복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양복 입고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일하는 업종을 ‘화이트칼라’, 몸을 움직여 노동력을 제공하는 업종을 ‘블루칼라’라 부르며 차별하는 시선이 오늘날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고려시대 문신에 비해 무신들을 하대했던 것이나 조선시대 의원을 비롯해 역관 등 전문기능인들을 중인으로 분류했던 것 등을 생각해보면 쉽게 사라질 정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남수연 기자

하지만 기능인들의 경력을 관리하고 실적을 평가하는 업무는 전문성을 요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런 업무가 ‘사장님’들의 손 안에 떨어졌다고 느끼는 문화재기능인들의 상실감과 모욕감은 십분 이해가 된다. 지금이라고 그 근저에 기능인들에 대한 하대의 정서가 남아있는 것이 아닌지, 아니라 해도 기능인들이 소외감을 느낄만한 대목은 없었는지 면밀히 살필 일이다. 문화재는 행정이 아닌 사람의 손에서 태어나고 보존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namsy@beopbo.com

 

[1484 / 2019년 4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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