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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지옥? 나는 지옥갈께요! 

기자명 유정길
  • 법보시론
  • 입력 2019.04.08 11:17
  • 수정 2019.04.09 10:59
  • 호수 1484
  • 댓글 7

“예수천국 불신지옥”

얼마전 서울역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 팻말을 들고 큰소리로 전도하는 분들을 만났다. 이분들은 몸에 큰 깃발을 붙이고 인사동뿐 아니라 심지어 조계사 경내를 누비기도 하고, 지하철에서 스님들에게 예수 믿으라고 호통을 치는 동영상을 본적도 있다. 혹여 다른 개신교인들도 점잖은 체면에 그들처럼 하지 않을 뿐 예수만이 유일한 구원이고 다른 종교는 모두 ‘지옥행’이라고 말하는 사람과 같은 믿음을 갖고 있는 건 아닐까.

고등종교가 인간의 존재와 사회, 그리고 자연에 대한 우주적 섭리에 대해 초월적 깨달음을 얻고 그 뜻에 따라 사는 것이라면, 원시종교는 지진, 홍수, 태풍 등 천재지변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다스리는 존재를 신으로 규정해 그 신에게 재물을 바치고 비위를 맞추며 분노를 가라앉혀 인간의 안위를 보장받았다. 원시종교나 미신, 사이비종교는 이처럼 인간의 두려움과 공포심을 조장해 위협을 동력으로 삼아 지혜의 눈을 가린다. 이를 혹세무민이라고 한다.

지옥 안 가는 게 목표 아닌 지옥 없애는 게 목표

불교에도 도산지옥, 화탕지옥, 한빙지옥 등 10개의 지옥이 있고, 천상은 사왕천, 도리천, 도솔천을 비롯해 비상비비상천까지 수십개가 있다. 한편 지장보살은 지옥중생들의 고통을 보고 “지옥에 빠진 모든 중생이 제도될 때까지 성불하지 않겠다”는 서원을 세웠다. 큰 자비의 보살이라면 어찌 부모와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옥에서 고통 받고 있는데 자신만 천국 가서 행복할 수 있겠는가. 이들을 두고 천상에서 행복감을 느낀다면 그가 천국에 갈만한 보살일까? 또 자기만 천국 가겠다고 온 이기적인 사람들이 모인 곳이 과연 천국일까? 그래서 보살은 지옥중생을 두고 천국에 갈수 없어 자발적으로 지옥을 찾아가 지옥을 없앨 것을 서원한 분이다. 그래서 불교는 지옥에 안 가는 게 목표가 아니라 지옥중생까지 제도해 지옥을 없애는 것이 목표로 하는 종교다.

모든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놓고 자신만 따르는 사람만 사랑하고 나머지는 수십만년 넘게 영원히 유황불에서 종신형의 지옥을 보내는 것이 과연 ‘위대한 사랑’이며 복음(기쁜소식)일리 있을까. 당연히 사랑의 하나님은 그럴 리 없다고 확신한다. 단지 인간 자신의 이기적 욕망을 마치 하나님의 뜻인 양 사칭하여, 하나님을 일개 중생인 자기수준으로 끌어내려 욕보이는 일인 것이다. ‘마태복음’ 7장 21절에 분명히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다 들어갈 것이 아니요 ···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라고 말했는데도 성서를 따르지 않고 복권을 팔고 보험에 가입하라고 겁박한다. 물론 불교에도 이렇게 극락과 지옥으로 나눠 겁박하는 비불교적인 행위가 있다.

모든 고통은 서로 연결됐기 때문에 발생

오늘날 환경생태위기는 세상은 본래 연결되어 있는데도 서로 끊어져있다고 생각하는데서 비롯된 과보이다. 끊어져 있기 때문에 너의 고통은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아마존의 밀림이 파괴되어도 인간과는 관계없다고 생각한다. 수백만의 생물종이 멸종해도, 자연이 황폐화되고 파괴되어도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없기 때문에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그것이 어리석은 생각임을 환경위기가 닥치고서야 인류는 깨닫게 되었다. 

조금만 지혜의 눈으로 보면 많은 사람들의 고통은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문제이자 나의 문제이다. 우리와 그들을 나누어 우리는 좋은 사람, 그들은 나쁜 놈으로 간주하는 것을 ‘타자화’라고 한다. 타자화하여 그들과 싸워 승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우리는 천국가고 그들은 지옥에 보내는 것, 이것이야 말로 모두가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모르고 자신의 이익과 욕망, 탐욕에 빠진 신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도의 빈민굴에서 평생을 헌신하며 큰 사랑을 실천한 마더 테레사는 죽어서 천국에 갔을까 지옥에 갔을까? 종교학자 오강남 교수는 “지옥에 갔다”고 했다. 진정한 큰 사랑의 화신이라면 고통 받는 사람을 보고 천국에서 편히 살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법정 스님도 “차라리 지옥에 가서 당신들에게 버림받은 억울한 영혼들을 구제하겠다”고 했다. 해서 보살을 서원하는 나는 지옥으로 갈 것이다. 지옥이 있는 한 천국은 없으니까.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ecogil21@naver.com

 

[1484 / 2019년 4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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