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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홍천 물걸리 석조비로자나불좌상

기자명 이숙희

석불과 철불로 구성된 삼신불 추정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른 시기 해당

어깨 넓고 당당해 육중한 느낌
얼굴 마멸 심해 표정읽기 불가
전형적인 통일신라 후기 대좌
하대석 받침대 각면엔 사자도

홍천 물걸리 석조비로자나불좌상, 통일신라 후기, 높이 불상 172㎝ 대좌 90㎝.
홍천 물걸리 석조비로자나불좌상, 통일신라 후기, 높이 불상 172㎝ 대좌 90㎝.

강원도 홍천군 물걸리 절터에는 통일신라 후기의 석조비로자나불상이 전해오고 있다. 원래 이곳에는 통일신라 말에 개창된 홍양사(洪陽寺)라는 사찰이 있었다고 하나 확실하지 않다. 2003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절터를 발굴, 조사하면서 기와·막새·자기·토기·금동불상 등 다량의 유물이 발견되었으며 금당이 있었던 자리도 확인되었다. 현재 절터에는 삼층석탑(보물 제545호)과 함께 1979년에 새로 지은 전각 안에 석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 제542호), 석조여래좌상(보물 제541호), 석조대좌 및 광배(보물 제544호), 석조대좌(보물 제543호)가 나란히 안치되어 있다.

홍천 물걸리사지와 관련된 내용은 1942년에 간행한 ‘조선보물고적조사보고’에 처음 나온다. 즉, ‘탑은 삼층의 방형에 높이는 약 12척이고 기단부는 7척 가량으로 완전하다. 불상은 2구로 화강암제 좌상이며 연화좌가 있고, 높이는 1구가 5척 7촌으로 완전하며, 다른 1구는 3척7촌으로 목이 부러져 있으나 조각은 모두 정교하다’고 기록되어 있다. 

홍천 물걸리 석조비로자나불상은 어깨가 넓고 당당하여 전반적으로 육중한 느낌을 준다. 석조대좌는 잘 남아 있으나 대좌의 높이가 불신에 비해 낮은 편으로 비례가 맞지 않아 불상과 대좌가 한 짝이 아닌 것 같다. 얼굴은 코가 깨졌고 마멸되어 세부 표정을 알아볼 수 없다. 목은 어깨와 거의 붙은 듯 위축되어 있고, 가슴은 넓지만 양감이 줄어든 모습이다. 몸에는 양쪽 어깨를 덮은 통견의 법의를 걸치고 있다. 양쪽 소매와 결가부좌한 다리 위에는 일률적으로 표현된 평행의 굵은 옷주름선이 보인다. 

두 손은 지권인을 하고 있는데 왼손으로 오른손의 둘째손가락을 감싸고 있어 손의 좌우가 바꿔 있다. 앉아 있는 자세도 일반적인 비로자나불상과는 달리 왼쪽 다리를 오른쪽 다리 위에 얹어 놓은 항마좌(降魔坐)를 하고 있다. 이런 항마좌의 비로자나불상은 대부분 좌권인을 하고 있어 불상의 자세와 손의 위치가 서로 연관이 있는 듯하다. 대좌는 통일신라 후기의 전형적인 팔각연화대좌로 하대는 복판 연꽃잎을 8엽으로 돌렸으며, 8각의 중대석에는 각 면에 향로 1개와 공양상 2구, 불입상 5구를 조각하였다. 이와 달리 상대는 2단으로 구성된 연판문에 다양한 꽃문양을 장식하여 섬세하면서 화려한 느낌이다. 

2003년 국립춘천박물관의 발굴조사를 통하여 석조비로자나불상은 좌우에 석가불과 노사나불(또는 아미타불)이 배치된 삼신불의 본존불이며, 대적광전에 안치되었음이 밝혀졌다. 이때 대좌의 하대석 아래에 있던 받침대도 발견되었는데 받침대 각 면에는 안상(眼象) 안에 웅크리고 있는 사자(獅子)가 1구씩 새져져 있다. 또한 절터 주변에서 소량의 철불 파편이 발견되어 우협시, 즉 노사나불은 철불일 가능성이 제시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홍천 물걸리 비로자나불상은 우리나라 삼신불로서는 가장 이른 시기의 예에 해당되며, 석불과 철불이 함께 구성된 삼신불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484 / 2019년 4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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