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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불교의 성지, 금강산

기자명 이경순

최근 조계종단이 금강산 신계사에 템플스테이를 추진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남북관계, 북미관계에 관한 무거운 뉴스 속에 전해진 한줄기 단비 같은 소식이다. 템플스테이를 추진하는 장소인 금강산 신계사는 남북불교도가 힘을 모아 복원한 곳이니 더욱 뜻깊다.

금강산은 1990년대 이후 금강산관광이 시작되면서 남북교류협력의 상징적 장소가 되어왔으며, 불교계도 신계사 복원에 뛰어들면서 금강산을 남북협력의 물꼬를 트는 역사적 현장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금강산이 지닌 오랜 역사와 전통에 비추어 볼 때도 한반도의 평화를 상징하는 금강산의 장소성은 큰 의미를 갖는다.

금강산은 고대로부터 불교를 비롯한 다양한 역사와 전승을 지닌 산이었다. 전통적으로 금강산은 신성한 불교성지이며, 민족문화를 빛낸 문학과 예술의 산실이었다. 조선후기 폭발적으로 늘어난 산수 유람객들의 발길이 주로 향한 곳도 금강산이었으며, 근대적 관광 인프라가 체계적으로 도입된 지점도 금강산이었다. 1931년에 금강산 관광을 위한 철도가 완공되면서 금강산은 본격적 대중관광시대를 맞았다.

금강산의 이미지는 근대 이후 다양하게 변주되었다. 근대 초기 서양인들의 기행문에 금강산은 동양의 신비를 지닌 때 묻지 않은 원시의 이미지로 묘사되었다. 식민지기 일본인들은 금강산을 후지산, 일본 알프스와 견줄 수 있는 풍경으로 설명하면서, 일본제국이 자랑할 만한 자연유산으로 여겼다. 또한 조선시대 쇠락했던 금강산을 새롭게 발견한 것은 비숍, 크뤼거와 같은 서양의 여행가들이었고, 이들에 의해 국제적 명소로 알려지게 되었다고 하였다. 금강산의 관광지화를 조선인들이 제대로 지켜오지 못한 금강산을 일본이 개발시켰다는 논리로 정당화시켰다. 반면 최남선 등 식민지 지식인들은 훼손되지 않은 조선정신의 물적 표상을 금강산에서 찾기도 했다.

금강산이 근대적 관광지로 화려한 조명을 받고 신비적으로 표상화 되는 사이에, 관광업자들은 금강산에서 유구한 신앙과 수행의 맥을 이어오던 금강산의 사찰들을 금강산 경로 중 거쳐야 하는 관광 스팟이나 박제화된 신비적 유적으로 왜곡시켰다.

그러나 당시 금강산의 불교는 일제 관광정책의 수동적 대상으로 머문 것이 아니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유점사를 비롯한 금강산 사찰들은 사찰 재산으로 청년 승려들을 경성과 일본에 유학시키며 인재를 키웠다. 또한 불교인들은 금강산 불교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알리고, 왜곡된 이미지를 바로 잡기 위해 1935년 ‘금강산’이라는 불교 교양잡지를 펴냈다. 이 잡지를 통해 금강산의 불교전통을 재확인하고 금강산을 지켜온 산의 주인이 불교였음을 당당히 표명할 수 있었다. 한편, 근대불교의 대표적 지성인 백성욱 박사가 10년간 머물며 수행공동체를 키웠던 것도 금강산의 암자들이었다. 백성욱은 이때의 수행을 일생의 자산으로 여기며 해방 후 동국대 총장을 역임하는 등 큰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금강산 불교는, 지명의 경전적 해석이나 고대의 전승 또는 금강산 사찰의 전각과 불상과 같은 유형적 유물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근대 이후 금강산에 주석했던 스님들과 그들의 노력에 의해 이루어 놓았던 유무형의 자취들도 금강산 불교가 쌓아온 전통과 역사 속에서 기억되어야 한다. 금강산 신계사 복원과 템플스테이 추진의 의미를 곱씹으며 살아있는 불교사로서 금강산이 갖는 의미를 새롭게 질문해야 할 것이다. 

이경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glib14@korea.kr

 

[1485 / 2019년 4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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