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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삼사화합과 촉의 문제 ③

촉의 개입은 갈애와 집착 등 업의 속성 개입

삼사화합과 촉의 문제는
언어의 개입 과정 보여줘
번뇌 없는 멸진정 상태는
촉 없으므로 심소도 없어 

삼사화합과 촉의 문제는 인식론이나 수행론적 맥락에서 마음의 구조와 심리적 활동양상을 이해하고, 부정적인 심리상태를 성찰하거나 극복하는데 유용한 심리적 치료기제를 포함한다. 통상 내가 5문(다섯 감관)을 통해 외부대상을 볼 때, 실제 그 대상을 보는 순간 ‘이것은 무엇이다’는 언어적 인식이 일어난다. 바로 삼사화합과 촉의 문제는 인식론적 측면에서 언어가 개입되기 이전과 언어가 개입되는 과정을 구조적으로 보여준다. 아울러 수행론적 맥락에서 언어인식이 일어나는 과정에 갈애와 집착 등 업의 속성이 개입되는 점에서 이를 성찰적으로 관조할 수 있는 명상심리적인 대상이나 기반으로 이해된다. 

‘구사론’에서는 촉을 전오촉과 의촉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눈 등의 전오촉(前五觸)은 대상과 저촉하는(有對) 근(根)이 의지처인 까닭에 유대촉(有對觸)이라 이름하고, 의촉(意觸)은 증어촉(增語觸)이라 부른다. 왜냐하면 증어는 이름을 말하는데 이름은 [의식이 의지하는] 이 의촉의 인식대상(所緣)이고 뛰어난 대상이기 때문에 이러한 것에 의지하여 증어촉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안식은 ‘푸른 것’을 요별하지만 ‘이것이 푸른 것이다’라는 것은 요별하지 못한다. [반면에] 의식은 ‘푸른 것’을 요별하고, 또한 ‘이것이 푸른 것이다’는 것을 요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름은 뛰어난 [대상이다] 그러므로 유대촉은 소의에 따른 명칭이고 증어촉은 소연을 취해서 건립된 명칭이다.”

먼저 ‘구사론’에서 촉은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유대의 근, 즉 전오근에 의지하는  전오촉을 유대촉이라 한다. 한편 의식이 대상에 언어적 인식을 개입시키는 것, 즉 증어를 특징으로 하는 의촉에 의지하는 의식의 활동에 따른 것을 증어촉이라 한다. 요컨대 전오식은 각각의 대상에 대한 자성분별의 측면에서 자신의 대상을 요별하기는 하지만 무분별이다. 반면에 의식은 ‘이것은 푸른 것이다’는 언어적 인식까지 포함한다. 이런 점에서 의촉에 의지하는 의식이 활동할 때 분별적인 언어인식이 개입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때 언어적 인식은 제2차적 인식이고, 이에는 갈애와 집착 등의 업의 속성이 함께 개입된다고 본다. 

한편 수행론적인 맥락에서 ‘성업론’의 다음과 같은 기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사화합에서 촉이라는 구절은 의(意)와 법(法)과 의식(意識)의 삼사가 화합할 힘이 있을 때 촉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멸진정(滅盡定)의 상태에서 그것들은 촉을 발생시킬 힘이 없고, 촉에 기인하는 상과 수도 발생할 수 없다. 왜냐하면 입정심(入定心)이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일 이 선정상태에서 촉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하물며 상(想)과 수(受)인들 어찌 존재하겠는가? 따라서 이 [滅盡定] 상태에서는 심소가 결여된 어떤 의식만이 있을 뿐이다.”

앞에서 유부는 촉은 삼사가 화합할 때 생기하는 것이고, 이는 삼사가 인과관계에 있는 것으로 설명한다. 이런 점에서 유부의 견해는 촉이 일어나지 않는 삼사 또는 식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이는 일상적으로 수행론적인 차원에서 사티를 통해 부정적인 심리를 있는 그대로 관조할 수 있는 여지를 보여준다. 반면에 세친은 식이 있으면 반드시 동시에 촉이 일어남을 주장한다. 특히 세친의 입장을 엿보게 하는 ‘성업론’의 기술은 멸진정의 상태에서는 원인들의 결여로 인해 촉이 생기하지 않음을 설명한다. 이는 번뇌를 완전히 제거하여 아라한을 획득하게 하는 궁극의 깊은 선정상태를 말한다. 멸진정에서는 촉이 생기지 않으므로 수·상 등의 심소들도 생길 수 없다고 한다. 결국 세친의 삼사와 촉에 대한 입장은 선정을 통해 부정적인 심리문제를 해결하려는 수정주의(修定主義)의 요소를 드러내는 것으로 이해된다.

김재권 능인대학원대학교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85 / 2019년 4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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