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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전설의 빅 피쉬’ 유감

  • 기자칼럼
  • 입력 2019.04.22 10:46
  • 수정 2019.04.22 10:47
  • 호수 1486
  • 댓글 0

최근 TV에서는 낚시를 테마로 한 프로그램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새로울 것 없는 소재지만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해 제한시간 안에 목표한 어종을 잡아 크기나 무게 등으로 승자를 가리는 예능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자 최근 공중파 채널인 SBS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전설의 빅 피쉬’를 편성해 방송하기 시작했다.

기존 프로그램들이 생존의 일환이나 식재료를 구하는 방법으로 낚시를 택했다면 이들 낚시 프로그램은 철저히 흥미 위주다. 유명 연예인들은 자신이 목표한 어종을 잡기 위해 강과 바다, 또는 머나먼 이국땅으로 향한다. 제철 가장 대표적인 어종이 목표가 되기도 하고, 이름조차 생소한 거대 물고기가 대상 어종이 되기도 한다. 오락성 프로그램이다 보니 “씨알이 굵다” “손맛 예술이다”
“힘 좀 쓴다” 등 용어들이 난무한다. 방송은 어자원을 보호하자는 의미에서 잡은 물고기를 다시 놓아주는 ‘캐치&릴리즈’ 방식으로 진행되고, 이를 ‘방생’이라는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한다.

낚시 인구가 700만명에 이른다고 하니 낚시는 방송 소재로 충분해 보인다. 또한 잡은 물고기를 다시 놓아주니 괜찮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결코 방생이 될 수 없다. 방생은 산 생명을 죽이지 않는다는 불살생을 넘어 살아 있는 생명을 직접 구제하겠다는 적극적 자비행이다. 많은 불교경전에서도 “살생을 경계하는 것은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 으뜸이요, 죽어가는 목숨을 자유롭게 살게 하는 것은 자비로운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역설한다. 따라서 물고기를 놓아주기 이전의 잔혹한 마음이 자비가 될 수 없으며, 그저 ‘손맛’이라는 탐욕과 어리석음에 불과할 따름이다.

영국의 가든 스너든 연구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물고기도 양서류, 조류, 포유류와 비슷한 통각수용기를 가지고 있어 외부자극에 고통을 느낀다. 낚시 바늘에 몸이 뚫리고 물 밖으로 끌려오는 동안 물고기가 고통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놓아준 물고기는 스트레스로 오래 살지 못할 뿐 아니라 수심 40m 이하 깊은 곳에 서식하는 물고기는 수면 위로 끌려오면 부레가 부풀어 금방 죽는다고 한다.

김현태 기자

이들 프로그램을 접하며 방송의 생명경시 풍조에 경종을 울렸던 고 김재일 사찰생태연구소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도 불교 단체들이 적지 않지만 정작 방송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윤회하는 모든 존재들이 전생에 부모형제 아닌 적이 없다고 본다. 생명이 경시되는 문화에서는 인권도 결국 가볍게 취급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다른 생명을 괴롭혀 즐거움을 얻으려는 것이 아닌 생명을 존중함으로써 참다운 즐거움과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불교계 역할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라도 생명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불교계 전문 기구나 모임이 절실하다.

meopit@beopbo.com

 

[1486 / 2019년 4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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