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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 절 만(卍)-상

기자명 현진 스님

글자가 아닌 인도서 사용된 고대 문양 가운데 하나

태양이 동쪽에서 솟아 올라
서쪽으로 지는 모습 형상화
인도서 卍, 태양‧생명력 상징
중국 역경과정서 그대로 사용

흔히 ‘절 만’으로 훈독되는 ‘卍’은 한자사전에도 등재되어 있는 글자로 인식되고 있지만 실은 인도에서 활발하게 사용된 고대의 문양 가운데 하나이다. 정확한 만(卍)의 형태는 아닐지라도 그와 유사한 형태가 역사상에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최초로 보이기 시작하였고 그리스의 고대문명에도 보이는데, 서쪽으론 북부 독일이나 스칸디나비아 반도 등 주로 인도유럽어족인 게르만족 계통을 비롯하여 동쪽으로 인도의 아리안족에 이르는 문명에 주로 나타난다.

만(卍)의 가장 원시형태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하나의 문양으로 기록이 남아있는데, 사람이 북쪽을 바라보고 섰을 경우 태양이 오른쪽인 동쪽에서 솟아 왼쪽인 서쪽으로 지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니, 우만(卍)이 아닌 좌만(卐)의 형태가 거의 원형의 바람개비 모습으로 그려진 것이다.

아리안족이 인도북부에 도착한 이후 일으킨 것으로 알려진 갠지스문명에도 초기에는 좌만(卐)의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수많은 자연신들 가운데 태양신을 주요 신 중의 하나로 신봉하던 아리안족은 태양이 모든 생명력의 원천임을 믿었기에, 깨달음을 얻은 성인의 몸에 나타나는 신체적인 징후의 하나로서 가슴 부위에 만(卐)의 형상이 생기는 것으로 여겼다. 천지의 원동력이 태양에서 비롯되듯이 신체의 모든 힘은 개체아로서의 아뜨만(ātman)이 머무는 심장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리라.

그런데 메소포타미아를 중심으로 동방과 서방에 걸친 넓은 지역에 나타난 좌만(卐)에 새롭게 우만(卍)이 더해진 것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인도지역에서부터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전설에 따르면, 티벳지역의 토속종교였던 뵌교의 시조인 수행자 센랍미오가 깨달음을 얻은 눈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니 이 세상은 거대한 바람개비 형태로 회전하고 있었는데, 그 방향이 기존의 좌만(卐)이 아닌 우만(卍)의 형태였다는 것이다. 태양의 출몰에 근거한 좌만(卐)에서 천체의 회전모습을 따른 우만(卍)으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이후로 성인의 가슴에 새기던 것도 우만(卍)으로 변경되었고 일반적인 사용도 우만(卍)이 점차 우세를 점하게 되었다고 한다.

인도에서 만(卍)은 태양과 생명력의 상징으로서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하나의 문양으로 사용되며, 고대 산스끄리뜨어로 스와스띠까(svastika)이니 ‘잘(su) 존재하는(asti) 것(­ka)’이란 어원처럼 상서로움이나 길조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중국에 불교가 전래되며 대대적인 역경작업의 한 결과로서 산스끄리뜨의 많은 단어들이 소리 옮김이나 뜻 옮김을 통해 한문에 삽입되게 된다. 다르마(dharma)는 뜻 옮김으로 법(法)이 되었고 보디삿뜨와(bodhisattva)는 소리 옮김으로 보살(菩薩)이 되었으며, 사리뿌뜨라(śāriputra)는 소리 옮김과 뜻 옮김이 혼합되어 사리자(舍利子)가 되었다. 그러나 문양인 만(卍)은 그대로 받아들여져 새로운 글자가 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애초에 좌만이었으나 붓으로 쓰기가 불편해져 우만으로 정착되었다는 말이 있는데, 이미 인도에서부터 두 문양이 모두 존재하였기에 사실이 아니다.

남양주시 봉선사에는 법당으로도 쓰이는 청풍루라는 커다란 누각이 있다. 이 누각의 양쪽 합각벽(合閣壁, 팔작지붕의 옆면에 만들어진 삼각형 벽면)에 보면 한쪽엔 우만이 새겨져있고 다른 쪽엔 좌만이 새겨져있다. 이를 두고 눈썰미 좋은 불자님은 간혹 지나가는 스님을 붙들고 어이된 일인지, 잘못 그려진 것은 아닌지 묻곤 한다. 물론 그것은 통만(通卍)이라 불리는 것으로서, 좌우가 물리적으로 이어지려면 좌만과 우만으로 그려져야 한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만(卍)은 문양과 글자를 넘어 하나의 상징으로, 특히 절을 상징하는 표식으로 정착되어 있다.

현진 스님 봉선사 범어연구소장 sanskritsil@hotmail.com

 

[1486 / 2019년 4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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