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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맥거번 보고서와 영양학의 명암

기자명 고용석

식물 자연식이야말로 최고의 영양식

‘육류·유제품 소비 감소’ 지침
반발 부딪쳐 완화된 표현 사용
채소·과일 진면목 뒤늦게 확인

1930년에 과학자들은 최초로 14종의 비타민과 약 20종의 무기질을 발견한다. 그 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과 장수에 관한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굶주림으로 인한 영양실조도 옛 말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식생활이 이전보다 풍부하고 잘 먹고 있음에도 1962에 비해 1975년 미국의료비는 1180억 달러로 무려 4배 증가한다. 이러한 추세로 가면 질병으로 인해 미국경제가 파산할 것이라 판단하여  미국 상원을 비롯한 전 세계 영양권위자 270여명과 미국과 영국 북유럽 3개국의 주요 연구소와 의학조사회가 모두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한다. 이 위원회의 위원장이 차기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맥거번이라서 소위 ‘맥거번 위원회’라 부른다.

1975~1977년까지 2년간 19세기 말부터 당시까지 유럽과 미국의 식생활 변천과 질병과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추적했을 뿐 아니라 세계 여러 지역과 민족, 종교단체의 식생활까지 치밀하게 조사한 문명사적 성과물을 만들어 낸다. 우리나라에서 음식과 영양 그리고 질병 등 국민식생활에 관한 모든 관심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도 1977년 ‘미상원 영양문제 특별위원회’의 보고서 발표 이후 부터이다. 

암 당뇨병 심근경색 등등 성인병은 물론 정신분열증까지도 잘못된 식생활에 기인하는 식원병이며 ‘20세기 초의 식사로 돌아가자’고 결론짓고 1977년 1월 꽤 직설적인 일련의 식사지침을 마련한다. 미국인에게 ‘육류와 유제품 소비를 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맥거번 위원회의 이 지침은 발표 직전 식품산업의 엄청난 반발에 부딪친다. 결국 ‘포화지방이 적은 고기와 유제품을 선택하라’는 언어적 항복을 하게 된다. 표현의 미묘한 변화는 음식과 건강에 관한 전체 사고방식에 중대한 변화를 야기한다.

첫째, 고기와 같은 특정한 음식을 ‘적게 먹어라’는 분명한 메시지가 폐기된다. 공식적인 미국정부의 식생활관련 발표에서 이제 다시는 이런 표현을 찾아볼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업계에서 그 사람을 타켓으로 삼을 테니까. 실제 맥거번도 모든 선거에서 패배한다.  

둘째,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 같은 음식이 사라지고 영양소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영양학의 그림자인 소위 ‘영양주의’는 식품의약국의 공식적인 이데올로기가 된다. 이제 정부는 음식을 확인된 영양소의 합으로 재정의한다. 가공식품과 자연식품의 차이도 더 이상 의미 없게 된 것이다. 식품산업은 특정 영양소를 강화한 가공식품을 양산하고 마케팅에도 적극 활용한다.

셋째, 영양주의는 우리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스며든다. 감귤류 과일이나 일부 채소가 암을 예방한다하면 사람들은 비타민C와 베타카로틴에만 초점을 맞춘다. 효과를 내는 것이 감귤이나 당근 브로콜리에 있는 또 다른 성분인지 아무도 알 수 없음에도 말이다. 1980년대 말에야 비로소 과학자들은 파이토케미컬(식물성 생리활성물질)이라는 제3의 미량영양소를 발견한다. 가공식품을 먹고 거기다 몇 가지 비타민과 무기질 혹은 복합비타민을 복용하면 충분하리라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이 파이토케미컬은 항산화작용과 항암작용을 비롯하여 각종 성인병과 만성질환의 예방과 치료에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천연과일과 채소·콩류·견과류·씨앗류에 들어 있는데 안토시아닌, 라이코펜 등을 포함하여 2만5000여 종이 있다. 토마토 하나에만 무려 1000가지가 넘는 영양소가 들어 있어 혹자는 슈퍼푸드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가공식품이나 동물성 식품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영양식은 1930년 발견한 미량영양소가 풍부한 것만이 아닌 1980년 대 말 새로 발견한 피토케미컬을 포함한 식사를 말한다. 진짜 음식으로 섭취된 식사 말이다. 영양학의 성과는 가공식품을 제외한 통곡류, 채소, 과일 등 식물자연식이 최고의 영양식임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directcontact@hanmail.net
 

[1486 / 2019년 4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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