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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조코 벡의 일상 선(禪)-하 (끝)

기자명 장은화

"나와 내 삶 사이 분리 없을 때가 깨달은 상태”

특별한 깨달음 지향하는 것 아닌
일상 체험서 반응 자각이 중요
​​​​​​​
죽음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 또한
인생 즐길 수 있는 삶의 한 방식

조코 벡은 ‘인생의 모든 순간은 우리의 스승'이며 선은 특별한 깨달음을 지향하는 것이 아닌 일상의 반응에 대한 자각이라고 말한다.
조코 벡은 ‘인생의 모든 순간은 우리의 스승'이며 선은 특별한 깨달음을 지향하는 것이 아닌 일상의 반응에 대한 자각이라고 말한다.

조코는 ‘일상선'에서 우리 스스로가 내면에 형성해놓은 핵심신념(core beliefs), 심상, 혹은 우상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개인구성 심리학(personal construct psychology)에서 제시하고 있는 핵심구성물(core constructs)이라는 개념과 상응한다고 볼 수 있다. 핵심구성물은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언어적이든 언어 이전이든 우리가 자신에 대해 형성해놓은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구성물들은 자아에 대한 열등한 의식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그러한 가능성에 대한 방어로써 평생 지속되는 행동패턴을 계발하게 된다. “나는 강해져야만 해” “나는 반드시 갈등을 피해야 해” “나는 완벽해야만 돼” “나는 모든 사람들을 도와야만 해” 등도 이러한 방어전략에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핵심구성물에 우리의 삶을 너무 많이 쏟아붓기 때문에 이러한 이미지가 행여 변화되거나 무력화될 때는 강력한 정서적 반발로 대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반발로 인하여 우리는 사건이나 사실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는 데 방해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핵심구성물에 대한 신념이 실제로 우리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우리의 삶을 좌우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하여 조코의 선은 특별한 깨달음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 체험에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를 자각하라고 요구한다. 우리는 자기중심적인 욕망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우리의 자아 이미지의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서 일이 어떤 식으로 일어나야만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고통과 불만의 원인이 된다. 세상일은 우리의 핵심구성물과 부합되지 않고 또 그래서 우리의 욕구와 어긋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체험을 통한 학습능력은 약화되고 우리는 사건을 있는 그대로 체험하지 못하게 된다. 조코의 수행 스타일은 핵심구성물과 그에 대한 우리의 집착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해주며, 이러한 자기 이미지들에 수반되는 생각과 신체적 감각들에 대해 더 분명하게 자각하도록 해주며, 핵심구성물에 대한 순수한 신체적 감각들을 직접적으로 체험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녀의 두 번째 저서 ‘별일 없습니다'는 제목에서 풍기는 인상과는 다르게 전혀 ‘별 볼 일 없는’ 책이 아니다. 책에서 조코는 전통적인 선 수행과 오랜 세월 결부되어 왔던 의례적 관행과 절차 등을 훌훌 털어내고, 선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기술하고 있다. 조코에게 선이란 바로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것일 뿐 다른 아무것도 아니다. 선 수행은 오직 지금 이 순간을 우리에게 드러내 준다. 책에서 그녀는 제자들의 질문에 답해주면서 선 수행이 진정 무엇인지를 거듭 생각하도록 도와준다. 수행이란 끝없는 실망의 과정이 되어야 하며, “우리가 요구하는 (심지어 손에 쥐는) 모든 것이 결국 우리를 실망시킨다는 것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러한 발견이 우리의 스승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조코의 ‘오케이’(It’s OK) 법문은 ‘오케이 선(禪)’(OK Zen)이라고도 잘 알려져 있는데, 여기에서 그녀는 깨달음 상태에 대한 설명을 상세히 제시하고 있다. 조코에 의하면, 깨달은 상태를 “아주 완벽하고, 더없이 고요하고, 차분하고, 수용적인” 상태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깨달은 상태란 사물이 있는 그대로 완전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으로써 “매순간의 완전함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인식”이 늘어나는 것, 혹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being OK) 것이다. 깨달음 상태란 “좋든 나쁘든 그 어떤 상황이든 상당 부분을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의 상태”다. 그녀는 이렇게 분명히 말한다. “깨달은 상태란 무엇인가? 나 자신과 내 삶의 환경 사이에 더 이상 어떤 분리도 없는 그때, 그것이 바로 깨달은 상태다.”

그런데 조코에 의하면, 사물을 있는 그대로 수용한다는 것은 맹목적 수용이 아니고, 또한 어떤 것에 대해 ‘오케이’라고 하는 것은 또한 그것에 대해 행복하다거나, 부정적인 느낌이 없다거나, 현실에 무관심하다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모든 것에 대해 괜찮다는 태도는 “전혀 화를 내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가 처한 상황의 모든 것을 수용한다는 태도이기도 하다. 즉, 어떤 일에 대해 괜찮다는 것은 내가 그것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지든 괜찮다는 것, 즉 어떤 것에 대해 내가 어떤 태도를 가진다고 해도 괜찮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우리는 그 모든 것, 즉 투쟁, 고통, 혼란이 이어져도 거리낌이 없게 되면서, 이해심이 서서히 커져간다. ‘그래. 이런 일을 겪고 보니, 기분이 좋지 않고 빨리 끝났으면 좋겠지만, 어쨌든 괜찮다’라는 마음이 커져간다.” 

조코는 죽음에 대한 태도를 사례로 들고 있다. “문제는 용감하게 죽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고 용감하게 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법을 꼭 배울 필요는 없고, 죽음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지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녀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깨달은 태도가 “참으로 흥미로운 태도”라고 말한다. “어떠한 상황이든 다 참아내는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특정한 태도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삶의 투쟁은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심지어 즐길 수도 있는 삶의 한 부분이라고 조코는 말한다. 

만일 있는 그대로의 사물에 대해 괜찮다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깨달은 상태라고 한다면, 어떻게 그 상태에 도달할까? 어떻게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사물에 대해 괜찮다는 태도를 배울까? 혹은 어떻게 삶의 모든 것을 포용하는 법을 배울까? 수행을 통해서다. 조코에게 선수행이란 사물들이, 우리가 좋아하든 안 하든, 있는 그대로 완전하다는 것, 즉 괜찮다는 것(OKness)을 깨닫기 위한 방법이다. 

조코에게 모든 것의 완전함 혹은 오케이니스 보기를 배우는 것은 또한 보다 평화롭고 자비로운 방식으로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기도 하다. 조코는 만일 당신이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완전한” 것으로 경험한 사람을 만난다면 “당신은 아마 그 사람에게서 큰 평화를 발견할 것이다.” 이런 사람, 즉 “이기심이 거의 없는, 자신의 있는 그대로이고자 하면서 다른 모든 것도 있는 그대로인 사람”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은 자신과 타인을 분리된 것으로 경험하지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조코에게 수행이란 깨달은 상태를 이루는, 즉 있는 그대로의 사물의 완전함을 깨닫는, 그리고 보다 평화롭고, 자비로운 방식으로 사는 수단이다.

장은화 선학박사·전문번역가 ehj001@naver.com

 

[1486 / 2019년 4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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