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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잘못된 탄생게 해석

기자명 이제열

평등정신 아닌 부처님 위대함 표현

경전의 천상천하유아독존은
인간평등사상과는 상관없어
부처님 위대함 일컫는 선언
경전에도 ‘위대함’으로 서술

부처님 탄생게는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실 때 읊은 짤막한 게송이다.  부처님은 어머니 마야부인의 태중으로부터 나오자마자 동서남북으로 각각 일곱 걸음을 걸으면서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는 말로 이 세상에 온 목적을 밝히셨다.

부처님 탄생게는 많은 불교경전에 언급되지만 약간씩 다르게 나타난다. ‘디가니까야’에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높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존귀하다. 나는 이생을 끝으로 다시는 태어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나와 있으며, ‘장아함경’에는 “하늘과 하늘 아래 내가 가장 홀로 존귀하다. 요컨대 나는 중생들을 생로병사의 괴로움으로부터 건져낼 것이다”라고 기록돼 있다. 또 ‘수행본기경’에는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내가 홀로 존귀하다. 삼계가 모두 고통이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라고 쓰여 있다.

경전마다 탄생게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 의미는 다르지 않다. 부처님이 동서남북을 향해 일곱 걸음을 걷고 탄생게를 외친 것은 세상의 모든 중생과 하늘의 신들에게 부처님 자신의 위대함을 천명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특히 주의 깊게 보아야 할 내용은 부처님이 동서남북을 향해 사자가 포효하듯 자신이 가장 높고 존귀하다고 외칠 적에 사방의 어떤 천왕들도 감히 이의를 제기 못했다는 대목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부처님이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천왕들을 향해 내가 가장 높다고 선언한 것은 엄청난 사건이다. 당시 인도인들은 브라흐만이라는 창조주를 비롯한 온갖 종류의 신들을 믿었다. 하지만 부처님은 이러한 창조주와 숱한 신들을 두고 자신이 가장 뛰어난 존재임을 당당하게 선언했다. 이는 곧 부처님 가르침이 얼마나 수승하고 위대한지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부처님 탄생게가 언제부터인가 왜곡·오독되는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탄생게 속에 깃든 부처님의 위대성은 사라지고 인간평등이라는 엉뚱한 해석으로 뒤바뀐 것이다. 이들은 ‘모든 중생은 다 부처가 될 성품을 지니고 있다’는 이론을 끌어다가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의미를 설명한다. 그러고는 부처님이 외치신 ‘천상천하유아독존’은 부처님 자신이 최고 존귀하다는 말씀이 아니라 모든 중생이 저마다 불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중생 누구나 다 존귀하다는 의미라고 풀이한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렇게 탄생게를 해석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는데 있다.

탄생게를 불성과 연결하여 생명평등 사상으로 변형시켜 설명하는 일들은 이제 정설이나 되는 양 받아들여지고 있다. 천상천하유아독존과 불성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경전에 근거도 없는 해석들이 여기저기서 행해지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의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실제 불교에서는 모든 존재가 소중하고 존귀하다. 생명 차원으로 보면 부처님과 중생은 똑같이 평등하다. 생명평등 사상은 불교의 위대한 교리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그렇더라도 탄생게는 생명평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특히 ‘천상천하유아독존’은 말 그대로 부처님이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분이라는 뜻이다.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열반을 실현하고 청정과 지혜와 덕성으로써 중생들에게 고통 소멸의 길을 보여주신 위대성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탄생게를 외쳤던 것이다.

탄생게의 엉뚱한 해석은 부처님이 누구인지 모르거나 부처님 칭찬에 인색한 사람들이 지어냈거나 불교의 평등사상을 강조하려다보니 탄생게까지 그리 해석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유야 어쨌든 본래의 의미와는 전혀 다르다. 부처님 10대 명호에서 알 수 있듯 탄생게는 하늘과 인간의 스승이자 세상에서 가장 높고 존귀하신 부처님의 위대함을 드러내는 선언이다. 이 점이 결코 간과돼서는 안 된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487 / 2019년 5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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