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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일체법의 분류방식 ②

5온·12처·18계에 대한 통찰은 열반의 관문

5온, 무상하고 고이며 무아
나 착각하는 건 어리석은 일
온처계에 대한 분별을 통해
무지와 번뇌 제거로 이끌어

‘구사론’에서 일체법은 5온・12처・18계로 분류된다. 사실 5온・12처・18계는 인과관계의 적용유무에 따른 유위와 무위 혹은 번뇌의 오염여부에 따른 유루와 무루의 여러 다르마들이 생겨나는 기반이 된다. 범부들은 일상적인 차원에서 5온 가운데 육체적인 측면이나 여러 심리적인 상태에 집착하기 쉽고, 5온의 각 요소나 5온 자체를 자아로 오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5온에 대한 집착이나 오해 등은 12처와 18계를 기반으로 생겨나는 마음의 활동이나 인식의 과정에 대한 분석적인 이해나 통찰이 부족한 것에 기인한다. 이런 점에서 5온·12처·18계에 대한 이해나 지혜는 깨달음이나 열반 영역으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하게 된다.

한편 일상적인 차원에서 5온, 즉 자아에 대한 잘못된 견해나 집착은 자아의식이나 아상을 강화시킨다. 예컨대 ‘반야심경’에서 ‘5온이 공한 것을 관조하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난다’는 경구도 자아에 대한 잘못된 견해와 집착이 가지는 폐해나 부작용을 경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5온・12처・18계 등에 분석적인 이해와 관조는 일상이나 수행적 차원에서 항시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잡아함경’에서 붓다는 5온의 실상에 대해서 설한다. “색(色)은 모인 물거품과 같고, 수(受)는 떠있는 물방울 같으며, 상(想)은 마치 아지랑이 같고, 행(行)은 마치 파초와 같으며, 식(識)은 마치 마술로 지어낸 환상 같아서 실체가 없다.” 요컨대 5온은 실체가 없는 명칭적인 존재(假法)로서 무상한 현상에 비유된다. 물거품 등의 비유는 조건적으로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5온의 무상성을 여실히 드러내 준다. 이와 같이 5온 그 자체는 무상(無常)하고 고(苦)이며 무아(無我)이기 때문에, 이를 ‘나’라거나 ‘나의 것’ 등이라고 집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에 대한 분석적인 이해와 관조적 통찰이 필요하다.

또한 ‘잡아함경’에서 난다카는 18계의 구성요소인 식(識)의 무상함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비유하면 기름으로 인해 심지로 인해 등불이 밝혀진다. 그러나 저 기름은 무상(無常)하고, 심지 또한 무상하며, 불 또한 무상하며, 그릇(등잔) 또한 무상하다. 만약 어떤 사람이 기름도 없고, 심지도 없으며, 불도 없고, 그릇(등잔)은 없지만, 의지하게 되어 일어나는 등불은 항상 머물고 바뀌지 않는다고 말하면 이러한 말을 하는 사람은 옳은 말을 하는 것인가?”

사실 비유의 한계 때문에 18계 중 근과 경을 어떤 식으로 배대해야할지 모호하지만, 분명한 것은 식을 등불에 비유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근과 경을 연하여 식이 일어나는데, 즉 근(심지)과 경(기름)은 모두 무상한 것으로서 식(등불)은 이 둘에 의지하여 일어난 것으로 이해된다. 이때 기름과 심지에 의지하여 일어나는 등불은 심지를 따라 흐르는 기름의 연속적인 흐름에서 생겨난 것, 즉 조건적으로 발생한 무상한 존재에 불과하고, 식도 이와 같다는 의미이다. 

아비다르마의 정의에서 설명했듯이, ‘구사론’에서 온·처·계 등의 가르침은 아비다르마 즉 무루의 반야지를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온 등의 가르침은 어리석은 중생들에게 제법을 분석적으로 이해하는 지혜를 길러주고, 이를 통해서 자기 스스로 무지와 번뇌를 제거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결국 ‘구사론’에서 온·처·계 등의 논의는 표면적으로 무아를 표방하지만, 궁극적으로 온·처·계에 대한 분별을 통해 어리석은 중생들이 무루지(無漏智)를 성취하도록 견인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본다.

김재권 능인대학원대학교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87 / 2019년 5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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