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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중국연구’가 남긴 교훈

기자명 고용석

식습관과 질병 연관성 연구 대표 결과  

8억8000만명 대상으로 조사
‘암 지도’ 질병 사망률 도출해
동물성식품 소비따라 차이 나 

1970년대 초반 중국 총리였던 주은래는 암에 걸려 죽어가고 있었다. 그 당시 암은 잘 알려지지 않는 불치병이었는데 총리는 자신의 질명에 관한 정보를 수집키 위해 전국적 조사에 착수한다. 조사인원 65만 명을 동원하고 2400개 지역 8억8000만명 대상(중국인구의 96%) 12종류의 암에 대한 사망률을 조사하여 암 지도를 완성한다. 이 지도를 통해 암·심장질환·감염성 질환을 포함하여 49가지 이상의 질병에 대한 사망률을 얻게 된다. 이 데이터의 의미는 대단했다.

세계 의학계는 중국연구가 인류역사에서 단 한 번 있는 인류사적 기회라는 것을 깨닫는다. 1980년대 중국인들은 한 마을에서 평생을 살고 있었고 마을마다 식습관이 다른 데에다 비교적 유전적 동일함에도 일부 암의 지역별 발생률에서 최고와 최저의 차이가 100배가 차이 난다는 것을 암 지도를 통해 알았기 때문이다. 암 발병에 대한 식품의 영향을 연구하기에 더할 나위없는 최상의 실험대상인 셈이다.

1983년 콜린켐벨 박사를 책임자로 중국과 영국(옥스퍼드대), 미국(코넬대)이 협력한 의학 역사상 생활방식에 따른 요인들과 인간의 건강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장 야심찬 국제적 과학연구가 진행된다. 특히 이 연구는 영양과 공공보건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가 개별 영양소에만 중점을 두어 신뢰할 만한 결과를 식별해내기 어려운 점을 알고, 개별 영양소 보다는 식습관 패턴에 중점을 두는 질병학적 방법을 적용한다. 

엄청난 수의 의료전문가들이 참가해 막대한 시간과 양으로 조사했고 연구의 질과 규모 면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다. 훗날 뉴욕타임즈가  이 연구를 ‘식사와 질병의 관계에 대한 가장 종합적인 대규모 연구이며 역학의 그랑프리’라 평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이 연구를 통해 생활방식과 식생활, 질병 사이에 8000가지 이상의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을 얻게 된다.

중국 연구 데이터에서 가장 먼저 나온 연구결과 중 하나는 일단의 질병들이 비슷한 경제적 환경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빈자들의 병은 영양결핍과 열악한 위생상태가 근본원인이 되어 주로 폐렴·결핵·설사·호흡기질환·홍역 같은 전염성 질환이 포함된 반면 부자들의 병은 영양의 과다섭취가 근본원인이 되어 당뇨·관상동맥·심장질환·많은 암·비만 등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또한 음식 속의 합성화합물은 문제될 수는 있지만 암의 주된 원인은 아니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도 암·고혈압·당뇨 등의 주된 원인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혈중 콜레스테롤이 암·심장질환을 비롯한 질병의 매우 중요한 지표라는 사실이다. 특히 동물성식품은 혈중 콜레스테롤 증가와 연관되었고 거의 예외 없이 식물성식품의 영양소는 혈중 콜레스테롤 감소와 연관 있음을 알게 된다. 

중국 마을들 사이에 여러 종류의 암·심장질환·뇌졸중 및 갖가지 질병의 발생률과 사망률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동물성식품의 소비 차이에 기인한다는 사실이다. 당시 동물성식품에서 단백질을 섭취하는 비율은 0~20%였고 평균은 10%였다.(우리나라는 1960년대 3%, 현재는 50%에 육박) 그러나 실험결과는 놀랍게도 이렇게 동물성식품을 소량 섭취함에도 동물성식품이 암과 심장병 등을 유발한다는 확연한 역학관계를 보여주게 된다.

서구에 비해 중국의 만성퇴행성 질병의 낮은 발생빈도는 전통적인 식습관에 기인했다. 그러나 1991년에 비해 2001년 중국연구 2차 보고서는 중국이 자본주의 물결에 적극 동참하면서 필연적으로 대도시에서 서구의 암과 만성질환까지도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중국은 소고기 소비량이 유럽 전체 소비량과 맞먹고 수입량만 2006년 대비 17배나 급증했으며 세계의 돼지고기 절반을 먹어치운다. 중국의 식습관 변화는 국제 곡물가격과 금융시장을 요동하며 세계 경제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directcontact@hanmail.net
 

[1487 / 2019년 5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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