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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당신의 주인은 DNA가 아니다

기자명 고용석

음식 따라 유전자 활동방식도 변한다

인간, 유전자 노예 아닌 주인
식습관에서 유전적 질병 생겨
피마 인디언 ‘당뇨’가 대표적

오래전 의학에 따르면 질병은 DNA의 영구적 손상으로 발생한다. 돌연변이가 그것인데 흔히 유전적 시한폭탄이라 부른다. 그 만큼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가족력을 중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근데 후성유전학에 따르면 먹고 생각하고 호흡하고 행동하는 거의 모든 것이 직간접적으로 유전자 기능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다음세대로 전해져 더욱 확대된다고 한다. 돌연변이는 시한폭탄이 아니고 그저 유전적 반응일 뿐이라는 거다.
 
예를 들면 지각은 신념체계에 영향을 받는다. 신념체계가 바뀌면 지각도 바뀌고 유전자도 행동도 다시 쓰여 진다.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유전적 표현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즉 인간은 유전자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다. 

2003년 세계가 게놈 프로젝트가 끝나면 유전적 암호가 해독됨으로써 인간이 모든 질병에서 해방될 거라는 생각은 잘못이었다. 환원주의적 사고의 일종의 예상된 실패였다.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요인 각기 달리 반응하는 세포 등 유전적 기능의 복잡성을 간과한 것이다. 이런 복잡성은 질병의 예측이 어려운 이유이다. 환경요인 중에서 유전자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강력한 요인이 음식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마 인디언과 멕시코 피마 인디언은 유전자가 같은 형제 부족이다. 멕시코 피마 인디언은 여전히 몸짱을 자랑하며 날렵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예전에 강인한 체력을 자랑했던 애리조나주 피마 인디언은 부족의 70%가 당뇨를 앓고 있는 세계 최악의 ‘당뇨병 부족’이라는 오명을 안고 살아간다. 그들이 특별히 당뇨에 취약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건 아닐까? 그렇다면 멕시코 피마 인디언은 왜 당뇨·암·심장병이 없이 건강히 살아가고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음식이 유전자를 바꾸어 그들의 운명마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유전자가 바뀐다는 말은 유전물질인 DNA자체가 변한다는 말이 아니다. ‘유전자 속의 유령’이라 불리는 후성유전체가 DNA의 특정 부위에 달라붙어 스위치처럼 유전자의 활동을 멈추게도 하고 멈추어 있는 유전체를 깨우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후성유전체의 활동여부에 따라 우리의 건강상태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결국 좋은 음식을 먹으면 착한 유전자가 되고, 나쁜 음식을 먹으면 나쁜 유전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높아지고 있는 심장병·암·당뇨·각종 정신과질환 등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유전자에 의해 모든 결과가 미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후성유전체의 영향으로 손쉽고 빠르고 나쁜 식단을 선택한 결과인 셈이다. 

과거 피마 인디언들은 옥수수·콩·애호박 등을 농사하면서 자연이 주는 식탁을 즐겼지만, 현재는 고기나 청량음료 등 가공식품을 달고 살아간다. 또한 그들의 후손에게도 대물림 되어 나이 열 살에 당뇨합병증으로 사지를 잘라내기도  한다. 조상의 나쁜 유전자가 대물림 되어 계속 나쁜 식습관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아도 나빠질 수 있고, 나쁜 유전자도 좋아질 수 있는 게 어떤 식단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인류는 70만년 동안 고기를 충분히 먹을 수 없는 환경에서 생활해 왔다. 때문에 인체는 저 동물성식품과 고 탄수화물, 풍부한 비타민과 미네랄 섭취양식에 맞도록 진화를 거듭해 왔다. 인체자체가 고기를 많이 필요로 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인간의 유전자에 각인된 고기에 대한 욕망은 아직도 그대로 보존되어 수시로 고기를 찾게 만든다. 
게다가 농약과 환경호르몬 식품첨가물 등 인체설계는 아직도 과거형인데 삶의 방식이나 밥상은 다르게 전개되고 있으니 과거에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만성질환이 생기는 이유이다. 생물학적인 유전적 각인과 새로운 환경에 대한 우리의 자각과 선택이 요구된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directcontact@hanmail.net

 

[1488 / 2019년 5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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