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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정채봉의 엄마

기자명 김형중

어머니 사랑 느끼는 곳이 불국토

자비로운 부처님의  사랑을
어린시절 엄마의 포근함 비유
풍성한 가을에도 자비심 느껴

꽃은 피었다
말없이 지는데
솔바람은 불었다가
간간이 끊어지는데

맨발로 살며시
운주사 산등성이에 누워 계시는
와불님의 팔을 베고
겨드랑이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엄마…
오곡이 익어가는 가을 벌판에 서서 어머니를 생각한다. 엄마의 젖처럼 풍성한 가을이다.

꽃이 피는 봄날 봄바람은 불었다가 간간이 끊어지는 날 화순 운주사 산등성이에 누워계신 와불(臥佛)님의 팔을 베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시인은 편안함과 행복함을 느꼈다. 대자대비하신 자비로운 부처님의 사랑을 느꼈다. 그것은 어릴 때 엄마에게서 느끼는 포근한 삶이요 행복감이다. 시인은 ‘엄마’라고 한 마디로 결구하였다. 어머니의 사랑은 끝이 없고 사량할 수가 없다. 나의 육신과 정신은 어머니의 육신과 정신이 분화된 몸이 다른 동일체이다. 원래는 한 몸이었으나 점점 자라면서 이질화되고 전혀 다른 이방인인 전혀 딴 사람이 되어 버렸다.

중생도 그렇다. 본래 모습은 부처와 똑같은 지혜와 덕상을 갖추고 태어났는데 점점 본성을 잃어버리고 탐욕과 분노의 마음으로 제멋대로 날뛰다가 어리석고 불쌍한 구제 불능의 중생이 되어 버렸다.

부처님은 인천의 스승이시며 사생의 자부이시다. 부처님과 관세음보살님의 자비로운 마음은 어머니가 자식을 핥아주는 마음이다. 6‧25전쟁 중에 미군 병사가 눈이 내리는 겨울 양구 전투에서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찾아가는데 여인이 알몸이 된 채로 아기를 자신의 옷으로 감싼 채로 죽어있는 모습을 보고 그 아이를 양아들로 삼아 미국에 데려가 양육시킨 일화가 있었다.

인생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 봐야 진짜 인간의 삶의 맛을 알 수 있다. 좋은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잘사는 삶이 아니다. 아들 달 낳고 오손도손 보듬고 사는 삶은 아름답고 숭고하다. 인류가 망하지 않고 계승 유지되는 역사이다. 젊은이들에게 설명하기도 이해시키기도 어려운 말이다. 엄마가 우주를 창조했고, 세계를 역사하고 있다. 그래서 거룩하신 하나님 아버지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동일체이다.

젊은이들이 취업의 어려움에 결혼도 안하려고 하고, 신혼부부의 33%가 출산을 포기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우리의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결혼해 가정을 가지면 자신만의 소왕국, 작은 우주가 열린 것이다. 가정은 사회공동체의 최소 단위이다. 인간은 가정을 통하여 사회와 국가를 구성한다. 가정이 행복해야 사회가 행복하고 각 개인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정채봉 시인은 첫 연에서 꽃이 피고 지는 봄을 끝 연에서는 열매는 결실하는 가을로 변화시켰다. 젊은 엄마의 볼은 봄의 꽃처럼 아름답고, 젖가슴은 풍성한 가을이다. 꽃피고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따사로운 봄날을 부처님의 나라로 표현했고, 풍성한 가을의 축복을 엄마의 자비심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운주사 산등성이에 누워있는 부처님의 팔에 안기어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었다. 부처님과 엄마가 동일시되고 있다. 부처님의 사랑과 부처님 나라의 행복함은 어머니의 사랑과 같고 어머니의 품에 안길 때의 행복함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시인은 부처님의 나라가 있다면 어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채봉의 고향은 순천이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으나 일찍이 어머니를 잃고 외롭게 성장하였다. 순천에 정채봉문학관이 있다. 동국대학교 국문과에서 문학수업을 하여 문명을 날리었으나 요절하였다. 샘터사의 주간을 하면서 법정스님의 수많은 원고를 간행하였다.


김형중 동대부여고 교장·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488 / 2019년 5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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