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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을 위한 기도

기자명 성원 스님

나를  괴롭힌다고 원망했던 감기
오히려 위로받아야 하는 건 세포
평소 소홀한 것에 고마움 느껴야

감기와 몸살이 동시에 들이닥쳤다. 온몸의 세포가 데모라도 일으키는 듯 작열하여 결국 밤중에 병원에 가 링거도 맞고 주사도 맞고서야 조금 진정이 되기 시작했다. 

감기 초기엔 감기몸살이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하며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잠시 돌이켜 생각하니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한 모든 세포들도 몹시 힘들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위로를 받아야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오히려 내 몸속의 모든 세포였다. 주인을 잘못 만나 힘들게 고생하는 세포들을 어떻게 위로해 주어야 할지 염려하다 보니 신기하게도 나 자신의 통증이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덕분에 몸살로 인한 괴로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일정을 무난히 소화시킬 수 있었다.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면 고통 속에도 긍정적인 요소들이 있다. 온몸에 몸살이 나서 모든 세포들이 괴로움에 진동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그렇다. 우리들이 평소 소홀하게 생각하고 무심히 지나쳤던 내 몸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 너무도 무심히 대하고 살았던 그 세포들의 존재를 몸살로 인해 비로소 깨닫게 된다. 

공중파 방송사에서 대놓고 우리 불교에 대한 불편한 일들을 편집해 전국에 방송하면서 봉축분위기를 훼손하고 있다. 물론 나 자신도 참으로 불편하다. 우리 불교가 언제부터 이런 무기력한 모습이 되었는지 참담하기까지 하다. 지난해에도 부처님오신날 가까운 시기에 불편한 내용을 방영해 맘 편하지 못하게 하더니 올해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몇 가지 사안을 편집해 방영하고 있다.

화나는 맘으로 불편해하다가 문득 감기몸살로 괴로워했던 내 몸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몸이 강한 내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면 결국엔 홍역처럼 겪어야 할 병고가 닥치기 마련이다. 그리고 부조리한 작은 상처들을 스스로 치유하지 못하면 외부서 공급받은 치료제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몸살이 자신을 괴롭힌다고 답답해하며 원망하고 있을 동안에는 마음에 평화를 조금도 누릴 수가 없었다. 그 원인을 내부에서 찾아내고 오히려 그것을 긍휼히 생각할 때 평안을 누릴 수 있듯이 현재 불교를 훼방한다는 원망의 자세와 마음으로는 이번에도 우리 불교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을 것 같다. 

만약 이들이 고의성을 가지고 불교를 비난하고 있다면 그들에게서 분노심과 적개심이 사라지고 평안함이 자리하기를 기도하고 싶다. 어쩌면 그들은 불교의 온전한 발전을 위해 또 다른 방식으로 몸부림치는 역행보살이 아닐까. 
 

성원 스님

몸살로 나를 괴롭히는 세포도 나의 세포이고 보면 그들을 품고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이 더욱더 지혜로운 삶의 자세가 아닐까. 현재 우리 불교를 몸살 앓게 하는 독감 바이러스가 무엇인지 잘 살펴봐야 하겠다. 감기 바이러스까지 안타까움으로 대하는 대자대비심이 더욱 요구되는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우리 불자들의 지혜로 잘 극복해 나가기를 기도하고 싶다.

성원 스님 약천사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학장 sw0808@yahoo.com

 

[1489 / 2019년 5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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