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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마녀재판의 흔적

기자명 이제열

길거리 기독교 전도가 연상시키는 것

‘예수천국 불신지옥’은 폭력
타종교 배려 없는 인권침해
중세 마녀재판 수십만 희생
전도방식서 섬뜩함 엿보여

서울 인사동 길을 걷다가 두 사람이 언쟁하는 소리를 들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한 사람은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피켓을 손에든 기독교 전도자였고 다른 한 사람은 법복차림의 여성불자였다. 그 불자는 기독교 전도자에게 “왜 지나가는 사람 코앞에다 얼굴을 들이대고 우상숭배니 지옥 간다느니 협박하느냐?” 따져 물었다. 이에 기독교인은 연신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부르짖으며 “불로 심판하리라, 그 고통에 이를 갈리라. 아멘!”이라는 말로 불자의 항의에 맞섰다. 나는 그 불자의 심경에 동조하면서도 그 같은 광경이 좋은 모양새가 아닌지라 그 불자에게 다가가 “큰 가르침을 따르는 분이 참으시고 그냥가시지요”라는 말로 달래어 보냈다.

예나 지금이나 기독교인들의 전도 방식은 다른 종교인들과 일반인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적지 않다. 아무리 자신이 믿는 종교가 위대하고 최고라 여기더라도 다른 종교인을 향해 저주에 가까운 말을 내뱉는 것은 몰상식한 일이며 다른 이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종교가 만인을 구원하고 복락을 가져다주는 복음이라면 듣는 이가 기쁨을 느끼게 해야 함에도 전도 방식은 오히려 갈등과 혐오감만 부추긴다.

이런 길거리 전도자들의 심리 속에는 기독교를 믿지 않는 이들을 향한 연민이나 안타까움보다 적개심과 증오가 도사리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의 태도는 마치 불신자들이 빨리 죽어서 지옥에 떨어지기를 바라는 모습으로 비춰지고는 한다.

이런 극단적 신앙관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서양 중세기에 벌어진 끔찍한 대살육과 맞닿아있다. 기독교 역사에서는 물론 인류사에도 씻을 수 없는 최대 악행으로 꼽히는 마녀재판이 그것이다. 중세 기독교는 자신들의 교리인 원죄의식을 유럽 전역에 확산시킨 뒤 다른 종교들을 근절하기 위해 마녀재판을 내세워 수많은 이들을 잔인하게 고문하고 학살했다.

1318년 가톨릭 교황 요하네스 22세는 마녀를 이단 심문의 대상으로 삼는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 뒤로 교황 인노켄티우스 8세는 마녀 살해라는 포고령을 내렸다. 그런데 여기서 마녀를 감식하는 방법이 기가 막히다. 대략 소개하면 △젖가슴이 셋이다. △하늘을 날 수 있다. △산토끼나 늑대로 변신한다. △곱슬머리에다 얼굴이 흉악하다. △검은 모자를 쓰며 고양이를 좋아한다 등이다. 그러나 이런 마녀는 상상일 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마녀로 낙인찍혔더라도 마녀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당시 이러한 마녀사냥에 가장 영웅적 활동한 사람은 청교도이자 변호사였던 매튜 홉킨스였다. 그는 마녀 선별을 담당했는데 마녀를 선별할 때마다 교황청으로부터 큰돈을 받아냈다. 심지어 고양이를 기르거나 집에 거미가 있는 여자까지도 마녀로 간주하기도 했다. 더 잔인무도한 것은 마녀의 고문과 처형이다. 마녀재판 희생자는 수십만 명에 이르렀고 고문은 여러 방법으로 행해졌다. 두 개의 철판으로 온몸을 눌러 뼈를 으스러뜨리거나 끈으로 묶어 공중에서 내던지기도 했다. 바늘이 가득한 의자에 앉히고 겨드랑이 밑을 관솔불로 지지다가 나중에는 마녀의 영혼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한다며 산 채로 태워 죽였다.

그런데 마녀 아닌 마녀들을 잔혹하게 고문하고 죽인 모든 사람들은 기독교신앙이 매우 투철한 사람들이었고 스스로 저지르는 행위에 대해 신의 뜻을 집행한다고 자부했다. 살육과 광기의 종교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일들이 기독교 역사 속에서 벌어졌던 것이다. 이러한 반인륜적이고 잔혹한 역사를 지닌 종교가 과연 평화를 논하고 사랑을 실천하라고 인간들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일까? 한낱 ‘과거사 반성’이라는 말로써 끝날 일이 아니고 보면 늘 마주치는 기독교의 전도 방식에는 아직도 섬뜩함이 도사리고 있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489 / 2019년 5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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