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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동국대 기틀 다진 범산 김법린

기자명 이병두

일본불교 재산을 동국대 부지로 

해방 뒤 조선불교총무원장 취임
美군정청과 교섭 日사찰들 인수
서울 중심에 수만평 부지 확보

1960년 참의원 선거에 나선 김법린 후보가 선거 홍보자료에서 자신의 독립운동 내력을  밝히고 있다. 
1960년 참의원 선거에 나선 김법린 후보가 선거 홍보자료에서 자신의 독립운동 내력을  밝히고 있다. 

“일본은 국가의 가장 고귀한 임무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영토를 확장하는 것이라는 보편적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확장이 다른 이들을 희생시키거나, 도덕적 이상에 반(反)하더라도, 실현만 가능하다면 자신들에게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1927년 2월10일 벨기에 브뤼셀 에그몽궁전에서 열린 ‘세계피압박민족반제국주의대회’에서 20대 청년 범산 김법린이 일본 제국주의를 규탄한 프랑스어 연설 중 한 대목이다. 범산이 각종 통계수치를 제시하며 ‘일본제국주의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식민통치’를 조목조목 따진 이 논리 정연한 연설은 그 자리에 참석한 청중들을 감동시켰다.

이와 같은 범산의 공로는 항일독립운동과 우리말가꾸기‧불교개혁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넓으면서도 깊다. 이 연재에서 여러 차례 범산의 행적을 조명했으므로 이번에는 동국대와 관련된 범산의 공로에 대해서만 살펴보기로 한다. 해방 뒤 혼란 상황에 놓인 불교계를 수습하여 조직된 조선불교중앙총무원 원장에 취임한 범산은 숱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 중에서도 일본인 소유의 재산[敵産] 처리에서 능력을 발휘했고 그 덕분에 현재 동국대가 서울 중심에 넓은 부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본래 미군정에서는 “일본 불교사원은 불교계에”라는 기본원칙을 세웠지만 서울에 있던 일본계 사찰 40여개 중 11곳만 불교계가 사용하고 나머지는 인수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1947년 9월에 총무원장 범산이 미 군정청에 공문을 보내 “당연히 불교계에 이양되어야 할 일본불교 적산이 하등의 연고 없는 단체, 또는 개인에게 불법점거 또는 부당하게 이양되어 있으며…”라며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범산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 군정청의 비협조로 막대한 일본계 사찰재산 인수에 어려움을 겪은 반면에 미 군정청은 일본 천리교 재산을 강제 접수하여 개신교계에 인수시켰고, 그 자리에 경동교회‧영락교회‧성남교회 등 한국의 여러 교파를 대표하는 교회가 세워졌다.

다행히 국제감각을 지닌 범산이 있었기에 군정청과 교섭을 하고 서울 남산 북쪽에 있던 조동종 서본원사(西本願寺) 별원을 비롯한 일본 사찰들의 재산을 인수하여 동국대가 서울 중심가에 수만평의 부지를 확보할 수 있었지, 당시 하루 앞을 제대로 내다보기도 어려운 상황의 불교계가 동국대 문제까지 신경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사진은 4‧19혁명 뒤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 출마한 범산이 자신의 독립운동 내력을 밝힌 선거 홍보물이다. 이 홍보물에서처럼, 그가 가장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내세우고 싶었던 것은 독립운동 참여였을 것이다. 그러나 불교계로서는 그에 못지않게 동국대가 서울 중심에 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해준 그의 공로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가 동국대 총장 재임 중 입적한 것도 이런 인연이 아니었을까.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89 / 2019년 5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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