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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아비다르마불교의 사유방식과 그 특성

대승불교 관점에서 아비다르마불교 부정은 지양해야

번쇄하고 미흡한 면 있지만
사성제 기반해 확립된 이론
통찰 대신한 분석적 지혜가
세밀한 번뇌 제거에 큰 효과

인도불교사상사에서 아비다르마불교 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은 자신들이 취하는 학파적인 입장이나 견해에 따라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예컨대 설일체유부에 대한 비판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일체법의 자성(自性)을 부정하는 ‘반야경’의 공관(空觀)을 비롯한 인간 자신의 본성이나 사물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통찰하거나 관조하는 것을 중시하는 선불교적인 사유방식 등이다. 

하지만 ‘일체법의 무자성(無自性)’을 강조하는 ‘반야경’의 공관을 속제와 진제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설명하는 용수의 이제설을 비롯한 ‘중론’ 등에 제시된 다양한 방식의 이론체계나 그 사상도 일종의 대승적인 아비다르마불교라는 점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용수는 대승아비다르마불교의 선구적인 논사 혹은 공성론자(空性論者, śūnyavādin)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이제 가운데 승의에 방점을 찍은 일체법의 본질, 즉 모든 존재의 궁극적 진실은 ‘연기=공성=중도’라고 주장한다. 즉 용수의 입장에서 궁극적인 진실(=승의)은 유부가 주장하듯이 법의 자성을 지닌 것이 아니라, 다만 언어적 사유나 분별을 떠난 것으로 표방된다. 용수의 이제설은 세속에서 승의로 인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용수의 사상적 태도나 입장을 자칫 ‘반야경’에서 일체법은 무자성이라는 입장에서 유부의 법체계가 부정되듯이, 아비다르마불교의 법의 체계나 그 사상적 특성들이 개론적 수준의 안목으로 다소 가볍게 혹은 전면적으로 부정하거나 무가치하게 보는 태도는 교학적인 차원이나 수행론적인 맥락에서 지양할 필요가 있다. 유부의 다르마 이론이나 용수의 이제설도 붓다의 깨달음의 차원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즉 ‘구사론’ 등에 제시된 유부의 교학체계나 아비다르마의 이론은 붓다의 깨달음, 즉 연기의 이법을 교리적으로 확립한 4성제에 기반하고 있다. 아울러 용수의 ‘중론’에서 제시되는 이제설도 사성제에 근거하여 확립된 교리이다.

초기경전에서 모든 동물의 발자국이 코끼리의 발자국에 포섭되듯이, 붓다의 가르침은 모두 사성제와 8정도로 포섭된다는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사실 유부의 아비다르마의 사유체계는 사성제의 구조가 유전문에서 환멸문으로 전환되는 것을 지향하듯이, 이는 실존적인 괴로움이라는 현실에 직면하여 유루의 지혜를 통해 단계적으로 제법에 대한 분석적인 이해와 그 통찰력을 성숙시켜 무루의 지혜를 획득하여 무위의 열반에 도달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부의 교리체계는 아비다르마의 철학적인 성찰과 이에 근거한 수행론적인 차원의 명상심리적인 관조를 병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구사론’의 다양한 기술 등에서 확인되듯이, 교리적인 측면에서 유부의 이론체계는 다소 번쇄하거나 이론적으로 미흡한 측면이 발견되기도 한다. 

결국 ‘반야경’의 공관이나 용수의 이제설에 담긴 철학적인 통찰은 언어가 인간의 생각이나 그 사유체계를 지배하고, 나아가 사유는 인간의 행위(업)를 구속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연쇄적인 인과론을 표방한다. 반면에 초기불교나 아비다르마의 사유방식은 탐욕·성냄·어리석음이라는 3독심에 기인하는 다양한 번뇌로 인한 부정적 행위(업)의 발생, 나아가 부정적이거나 악한 행위로 인한 실존적 괴로움이라는 연쇄적 순환구조를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아비다르마의 분석적 지혜는 선한 생각에 불현듯 잡초처럼 파고드는 번뇌를 예리하게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김재권 능인대학원대학교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90호 / 2019년 5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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