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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어린왕자와 선재동자 만남 ②-동은 스님

기자명 동은 스님

문수보살 수기로 지구별 오대산서 친구가 되다

오대산 깨달음학교 문수 교장
500명의 동자들 교육에 진력
그중 선근 빼어났던 선재동자
보현보살 친견 뒤 깨달음 얻어

학교에 노랑머리 꼬마 왔는데
소행성 B612에서 온 어린왕자
사막의 여우가 일러줘서 온 것
어린왕자와 선재길 함께 걸어

그림=허재경

사바세계 동쪽, 해 뜨는 곳 오대산에는 ‘깨달음학교’가 있다. 이 학교에는 500명의 동자들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데 문수보살이 교장으로 계셨다. 학생들 가운데 유난히 눈에 띄는 ‘선재’라는 동자가 있었다. 선재는 부유한 장자의 집에서 태어나 선재(善財)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는데 일찍이 모든 불보살님을 공양하고 선지식들과 친근하게 지내는 훌륭한 구도자였다. 어느 날 문수보살이 선재의 선근을 알아보고 말씀하셨다. “그대를 위해 미묘한 가르침을 설하리라. 선지식을 구하여 친근히 하고 공양을 올리며 보살의 행이란 무엇인가를 배우도록 하라”고 일러 주셨다. 선재동자는 뛸 듯이 기뻐하며 선지식을 찾아다니며 보살도를 완성하겠다고 다짐하였다. 

길을 떠난 선재동자는 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선지식들을 찾아다니며 가르침을 받고 이제 공부의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그런데 쉰 두 번째 찾아간 선지식 미륵보살님께서 “그대의 스승은 처음 공부 길을 알려 주셨던 문수보살이니라”고 말씀하시며 다시 찾아가라고 말씀하셨다. 스님들이 자주 쓰는 말에 “선재(善哉) 선재라”하며 칭찬해주는 말이 있다. “착하고 착하도다”라는 말이다. 물론 선재동자의 한자와 다르긴 하지만 선재동자의 물러남이 없는 구도열정에 불보살님들이 감탄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으니 결국 그 말이 그 말인 셈이다. 

다시 ‘깨달음학교’로 돌아온 선재에게 문수보살은 선재의 이마를 쓰다듬어 주시며 “만약 그대 믿음의 뿌리(信根)가 약했더라면 마음이 나약하여 이 같은 공덕을 닦는 행을 성취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 믿는 마음이 없으면 근심에 빠져 정진할 마음도 없어지며 보살행을 실천할 수 없게 되고 부처님의 진리를 깨달을 수 없다고 설명하셨다. 이 가르침을 받은 선재동자는 마지막 쉰 세 번째 선지식인 보현보살을 친견하고 마침내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어느 봄날 긴 목도리를 한 노랑머리의 꼬마가 학교에 왔다. 모두 처음 보는 모습에 신기해하며 떠들썩했다. 선재동자가 말을 걸었다. 

“난 선재라고 해. 넌 어디서 왔니?” 
“응, 나는 소행성 B612라는 곳에서 온 어린왕자야. 친구를 찾아서 여행 중인데 일곱 번째 별이 지구별이야. 사막에서 여우를 만났는데 오대산에 가면 너를 만날 수 있다고 해서 왔어.” 
“그래? 잘 왔어. 여긴 친구도 많이 있고 훌륭한 선생님도 많이 계셔. 나하고 같이 공부하자.” “하하, 그래. 고마워” 

선재와 어린왕자는 금방 친구가 되었다. 학교에 입학하려면 교장 선생님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법. 선재동자는 어린왕자를 데리고 문수보살님께 갔다. 

“문수보살님! 우리 학교에 새로운 학생이 왔어요.” 

그런데 어린왕자는 문수보살님께 인사도 드리지 않고 다짜고짜 그림 한 장을 내밀었다. “문수보살님은 이 그림이 뭔지 알아?” 종이에는 이상한 모자가 그려져 있었다. 문수보살님은 빙그레 웃으시더니 “오!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키고 소화시키는 그림이구나”라고 말씀하셨다. 어린왕자는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한테 이 그림을 보여줬는데 모두 모자라고 했지 아무도 그 속에 코끼리가 있는 것은 알아맞히지 못했던 것이다. 

“거봐, 우리 문수보살님은 대단하다니까.” 선재동자가 어깨를 으쓱하며 어린왕자에게 말했다. 문수보살님이 어린왕자의 목도리를 잘 매어 주면서 “그래, 어린왕자는 지구별에 와서 무엇을 배웠니?”하고 물으셨다. 
“응, 사막에서 여우를 만났어. 그런데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잘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고 했어.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며 내가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언제까지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배웠어.” 
“음 그렇지. 아주 좋은 것을 배웠구나. 여기 선재동자도 많은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면서 마음으로 보는 공부를 배웠단다. 둘이 좋은 친구가 되겠구나.” 문수보살님은 선재동자와 어린왕자의 손을 꼭 잡아 주시면서 수행 길의 좋은 도반이 되라고 말씀하셨다. “우리 산책 갈까? 아주 멋진 길이 있어.” 
선재동자가 어린왕자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래, 내 별은 산책로가 없어.” 

어린왕자는 조금 슬픈듯이 이야기 했다. 학교를 나서 조금 걷자 계곡 입구에 ‘선재길’이라는 팻말이 보였다. 어린왕자가 말했다. “선재야! 저기 네 이름의 길이 있어.” “하하, 그래. 여기 스님들이 멋진 산책로를 만들어 주고 내 이름을 붙여 주셨어. 이젠 아주 유명해 져서 사람들이 많이 와.” “이야, 선재 너는 좋겠다.” 

어린왕자가 부러워하자 “내가 주지 스님께 이야기해서 ‘어린왕자길’도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할까? 아마 내가 말씀드리면 네길도 하나 만들어 주실꺼야”라고 선재가 이야기 하자 “아냐, 이젠 선재하고 친구가 되었으니 이 길도 나의 길이나 마찬가지야. 난 그동안 엄마 아빠도 없이 밤하늘을 친구삼아 홀로 커야 했어. 지구별에 친구가 생겼으니 난 너무 좋아. 그리고 이곳도 맘에 들어”라고 답했다. 봄이 한창인 오대산은 온통 찬란한 새싹들로 뒤덮여 있고, 간간히 흩날리는 산 벚꽃 잎이 선재와 어린왕자의 어깨위로 떨어졌다. 이렇게 아름답게 장엄한(화엄 華嚴) 모습은 한편의 그림 같았다. 문득 어린왕자가 얘기했다. 

“이제 내 별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야. 장미꽃에 물도 줘야하고 분화구 청소도 해야 돼.” “나도 네 별에 가면 안 돼?” 

선재동자가 말했다. 

“선재야, 나도 너와 같이 가고 싶지만 내 별은 너무 작아 둘이 살 수가 없어. 내년 산 벚꽃 활짝 필 때 내가 올게.” 

어린왕자는 바람에 흩날리는 목도리를 다시 한 번 목에 감으며 말했다. 이 때 갑자기 꽃비가 내리더니 어린왕자 뒤로 무지개가 하늘로 솟았다. 아마 문수보살님이 어린왕자를 위해 신통을 부린 듯 했다. 어린왕자는 무지개를 타더니 서서히 자기별로 돌아갔다. 

“잘 가!” 

선재동자는 어린왕자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그대 아직도 가슴 속에 어린왕자를 품고 있는가? 꽃비 내리는 봄 날, 오대산 선재 길을 걸어보라. 운 좋으면 어린왕자와 선재동자가 섶다리에서 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동은 스님 삼척 천은사 주지 dosol33@hanmail.net

 

[1490호 / 2019년 5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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