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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가 당당해지는 사회 

기자명 진원 스님

아직도 우리 사회 많은 사람들은 성소수자들을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장남자’ 또는 ‘게이’로 인식한다. 에이즈와 각종 성병 등을 옮기거나 정상적이지 않고 치료가 필요하며, 양성평등의 사회질서를 깨는 사람들로 여긴다. “성소수자들 존재 자체를 문제로” 보는 편견이 여전하다. 이들이 다양한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그럼에도 법조계, 의학계는 물론 종교계, 특히 개신교에서는 매우 민감한 문제로 여긴다. 그러나 성소수자가 질병에 걸린 사람들도 아니고 혐오의 대상도 아니다. 함께 행복하고 존중받아야 할 권리가 있는 한 사람임을 인지했으면 한다.

얼마 전 대만에서는 아시아 최초로 성소수자 즉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합법화 시켰다. 미국과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도 성소수자의 날에 무지개현수막을 걸어 축하하고 존중하고 있다. 

성소수자는 성적지향이나 성정체성에서 소수의 성향이 있는 이들을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소수민족이 있고, 내국인에 비해 숫자가 적은 이주민도 소수자이며 비장애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장애인도 소수자이다. 성소수자들은 성정체성에 있어서 이성애자들에 비해 적기 때문에 소수자이다. 

성이라고 하면 생물학적 성(sex), 사회적 성 젠더(gender equality)로 구분한다. 여기서 젠더(gender)는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성(sex)에 따라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성역할을 말한다. 이제는 젠더의식이 많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수천 년 동안 익혀지고 관습화된 남녀의 역할과 가치관이 변화되는 속도는 느리다. 남녀의 차별에 따른 지위와 직업 등 기존 가치관을 따르는 사람들은 정상이고, 여기서 벗어난 사람들은 비정상으로 여겨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것으로 본다. 

사람은 제각기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얼굴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이념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성정체성 또한 당연히 다르다. 따라서 단순하게 남녀라는 이분법적인 성역할로만 우리 사회가 구성될 수 없다. 생물학적으로 태어난 남녀라는 고정된 공식으로 보면 성전환자인 트레스젠더와 양성을 다 가지고 있는 간성애(Intersex)자들은 남녀라는 어느 쪽에도 포함될 수 없다. 성소자들을 배려하고 함께 존재하려면 성평등 의식이 높아져야 한다. 

성소수자들은 해마다 퀴어축제를 연다. 퀴어축제는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는 한국의 성소수자들이 밖으로 나가 자신을 들어내어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축제다. 이성애자들의 가십거리나 반대하는 그들에게 인정을 받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성소수자들이 있는 그대로 자신들의 존재 자체를 드러내고 긍정하는 행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퀴어축제는 공감을 얻지 못하고 비난을 받는다. 이는 존재자체를 부정하고 왜곡된 시선으로 보려는 사회인식의 문제도 있지만, 노출의 문제 그리고 성적인 부분들을 표면화함으로써 일반인들에게 불편을 유발토록 하는 미디어의 문제이기도 하다. 퀴어축제에서의 의복은 사회의 틀이나 약속, 혹은 관념을 상징하고, 노출은 거부와 저항, 대항의 의미를 지닌다. 즉 성소수자를 억압하는 사회의 틀에 저항하는 퍼포먼스인 셈이다. 그러나 이를 보도하는 미디어는 그들의 단면만을 노출시키고 선정적으로만 보여준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에는 남녀가 따로 구분되지 않는다. 남녀가 사랑할 수도 있지만, 남자가 남자를, 여자가 여자를 사랑할 수도 있다. 그것이 문제가 돼서는 안 된다. 

‘화엄경’에 따르면 이 세상은 여러 꽃들이 어우러져 있고, 그 꽃들이 장엄돼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그 세상에 우리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그러니 차별이 존재할 수 없다. 성소수자도 이제 자신들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도 절에서 당당하게 부처님 전에 환영받았으면 한다.

진원 스님 여성긴급전화1366경북센터 센터장 suok320@daum.net

 

[1491 / 2019년 6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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