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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사 주지선거가 남긴 상처, 연미사

단일문중으로 그동안 큰 잡음 없이 운영돼 왔던 조계종 제16교구본사 고운사에서 최근 파열음이 들려오고 있다. 말사주지 자리를 두고 옥신각신하더니 급기야 연미사 주지를 두고 호계원에 행정심판을 구하는 등 문중스님들 사이에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8월 고운사에서 처음으로 본사주지를 뽑는 선거가 진행되면서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주지선거에는 당시 주지였던 호성 스님과 중앙종회의원 자현 스님이 동시에 출마했다. 1982년 10월 함께 사미계를 받았던 두 스님은 수계 도반이자, 사형사제였다. 그러나 선거로 인해 두 스님의 사이는 금이 갔다. 선거기간 동안의 앙금은 선거 이후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말사주지 품신을 두고 호성 스님과 자현 스님을 지지했던 스님들 사이에서 희비가 교차됐다.

고운사 문중스님에 따르면 선거로 교구본사주지가 된 자현 스님은 패자 측에 섰던 스님들을 말사주지에서 하나 둘 정리하려고 했다. 문중스님들 사이에서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도 이때부터였다. 연미사 주지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도 이 무렵이었다. 연미사 주지스님은 지난해 9월 문중스님들이 모인 가운데 “내가 희생할 테니 화합을 위해 말사주지스님들 임기를 지켜달라”며 “2019년 3월31일부로 사표를 내겠다”고 밝혔다. 스님의 임기는 2022년 4월까지였다. 

그러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패자 측 말사주지스님들이 하나 둘 절을 떠나게 됐다. 각화사 주지스님도 임기가 1년이나 남았지만 사임하고 절을 나왔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에 낙담한 연미사 주지스님은 지난 2월 사표를 철회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총무원장 원행 스님에게 사표철회 의사를 담은 공문을 제출했다. 그러나 고운사는 이미 사표수리가 됐다며 총무원에 연미사 새주지를 품신했고, 연미사에는 재산관리인을 파견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이에 대해 연미사 주지스님은 “조계종 사찰주지의 임면권은 총무원장스님에게 있고, 면직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운사 주지가 일방적으로 연미사 차기 주지를 품신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며 호계원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최호승 기자

호계원도 난감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명확한 규정이 없는 데다, 이런 사례도 흔치 않았다. 이 때문인지 초심호계원은 지난 5월29일 이 사건에 대한 첫 심판부를 열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심리연기를 결정했다. 호계위원들 사이에서는 법리적 판단보다 사형사제간 화합을 통해 해결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선거는 각종 부작용을 야기한다.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스님들을 배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자칫 보복성 인사로 비춰질 수 있고, 그것이 되풀이 된다면 교구본사 내에서 불화는 끊을 수 없다. 승자와 패자의 논리에서 벗어나 이제 고운사 대중이 모여 문중화합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승가의 미덕이자 단일문중으로 화합했던 고운사의 옛 전통을 되찾는 길이다.

time@beopbo.com

 

[1491 / 2019년 6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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