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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서 떨어져 양 손목 골절…수입 없어 암담

  • 상생
  • 입력 2019.06.11 11:18
  • 수정 2019.06.11 14:08
  • 호수 1492
  • 댓글 0

방글라데시 줌머인 난민 사집씨
반정부 시위 탄압 피해 한국행
천막작업 중 크레인에서 떨어져
양팔 3개월 깁스로 생활 막막

작업 중 손목 골절로 양팔을 깁스한 사집씨.  수입없이 생활을 어떻게 이어가야할 지 착찹하다.
작업 중 손목 골절로 양팔을 깁스한 사집씨. 수입없이 생활을 어떻게 이어가야할 지 착찹하다.

강한 햇볕이 내리쬐던 지난 5월 말 경기도 김포의 한 공사장. 크레인에 올라 건물 천막작업 마무리를 하던 사크마 사집(29)씨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몸이 부르르 떨리며 잠시 정신을 잃었던 사집씨는 동료들의 외침에 겨우 깨어나 눈을 뜰 수 있었다. 양손과 팔에서 강한 통증이 밀려왔다. 검사 결과 천만다행으로 양손목이 부러진 것 외에 큰 부상은 없었다. 하지만 양팔에 깁스를 한 사집씨는 현재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물 한 잔 마시기도 버거운 신세다. 여러 가지 힘든 일들이 산재하지만 사집씨는 “생활에 어려움은 많아도 마음은 편안하다”고 말했다. 한국에 오기 전까지 하룻밤 푹 자기도 쉽지 않았던 그였기 때문이다.

줌머인인 사집씨는 2017년 6월 한국에 입국해 현재 난민지위를 신청한 상태다. 줌머족은 방글라데시 동남부 치타공 산악지대의 13개 부족으로 이뤄진 소수민족이다. 국적은 방글라데시지만 인종과 종교, 문화적으로도 구분된 삶을 살아간다. 때문에 이슬람 문화권인 방글라데시 내에서 불교를 믿는 줌머족에 대한 탄압과 핍박은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많은 줌머족이 ‘민족 단일화’라는 구호 아래 죽어갔다. 사집씨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반정부 자치권 운동을 시작한 계기다.

“태어났을 때부터 방글라데시 군대에 의해 마을이 불타고 벵골족들이 줌머 여성들을 성희롱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어요. 이웃들이 참혹하게 살해당한 모습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어릴 때부터 줌머족 저항운동에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된 이유입니다.”

반정부 운동 가담자에 대한 탄압이 거세지자 사집씨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집을 떠나 도피생활을 하다 도망치듯 스리랑카로 몸을 피했다.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불교대학에 들어가면서 출가해 스님으로 지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몇몇 줌머족들과 함께 줌머족을 위한 운동을 하려 했지만 경제적으로도 어려웠고 분위기나 문화가 맞지 않았다. 방글라데시에서 힘들게 지내고 있는 동생들도 눈에 밟혔다. 고향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가족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고민 끝에 여러 친구의 도움을 받아 한국 땅을 밟았다.

난민신청자 지위로는 일을 할 수 없었기에 각종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갔다. 인력사무실을 떠돌며 일당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다른 많은 이주노동자처럼 욕설과 주먹질을 견뎌내야 했다. 고향도 잃고, 가진 것도 없이 불안정한 삶을 이어가던 어느 날, 줌머족 난민으로 몇해 전 귀화해 사업을 하는 박민수(니킬 차크마)씨를 만났다. 지난해 작은 천막공장을 차려 ‘사장님’이 된 민수씨는 줌머 난민들과 함께 사업체를 꾸려가고 있다. 민수씨는 “심성이 곱고 성실한 사집씨를 눈여겨보다 직원으로 채용했다”며 “몇 안 되는 우리 줌머인끼리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천막 규모가 커서 크레인을 이용해 작업할 때가 많고 높은 곳에 자주 올라가 위험한 일이긴 했지만 사집씨는 그날그날 받던 일당이 아닌 한 달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안정된 직장이 생기자 작지만 아늑한 집도 얻었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30만원짜리 단칸방이었다.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다리를 뻗고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그 작은 방은 사집씨에게 세상에서 가장 크고 소중한 곳이 됐다. 담담하게 지나온 이야기를 이어가던 사집씨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닦아냈다. 3개월 이상 깁스를 해야 하는 이 상황이 암담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수입이 없어 당분간 생활을 어떻게 이어가야할 지 착잡한 마음뿐이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현실에도 매 순간 방글라데시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줌머인들을 생각하며 힘을 낸다는 사집씨. 그가 막막한 현실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불자들의 자비 온정이 절실하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 725-7010

김포=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492호 / 2019년 6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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