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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무아속의 참나

기자명 이제열

“무아설은 자아를 부정하지 않는다”

부처님은 ‘중도적 무아’ 주창
오온으로서 나는 존재하지만
영원한 실체로서 ‘진아’ 없어
참나설은 고통 일으키는 악견

“우리의 몸과 마음은 나가 아닌 무아입니다. 몸은 물질의 결합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나가 아니고 마음은 인식기관과 인식 대상이 서로 어울려 만들어졌기 때문에 나가 아닙니다. 그러나 몸과 마음이 나가 아니라고 해서 나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무아를 무아라고 깨달은 그 마음은 무아가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참된 나입니다. 그 참나는 나고 죽음이 없고 본래부터 있어 왔으며 텅 비었고 충만합니다. 거기에서 바라보면 모든 것은 하나이며 본질적으로 평등합니다.”

지난 호에서 ‘화가 일어날 때에 화를 화인 줄 아는 그 마음은 참나’라고 주장하는 스님의 설법이다. 스님은 끝까지 참나가 있음을 강조한다. 마치 구름이 걷히면 태양이 드러나듯 무아를 넘어서면 참나가 기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한다. 그런데 과연 그런 참나가 존재할까? 불교인의 설법이라면 부처님 말씀에 입각해야한다. 그런데 그 스님은 부처님 말씀과 반대가 되는 설법으로 불교를 오해하도록 한다.

부처님은 중생의 몸과 마음을 오온(五蘊)으로 규정하고 이 오온을 벗어난 어떠한 몸과 마음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르치셨다. 그리고 이러한 오온 모두가 연기의 산물로서 그 안에도 밖에도 실다운 체성을 지닌 참나나 영혼 따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하셨다. 더구나 부처님은 인도전통의 절대원리이며 궁극적 실재인 브라만, 아트만, 푸드갈라, 지와 등과 같은 참나를 부정하고 연기와 중도의 진리로써 세간의 수많은 희론들을 잠재우신 분이다.

그럼에도 학자이면서 명망 높은 스님이 불교가 진아론을 가르치는 종교인지 무아론을 가르치는 종교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한다면 한국불교로서는 부끄러운 일이다. 초기경전인 ‘무아경’ 하나만 제대로 탐독해도 이 같은 주장은 하지 않는다. 이런 설법은 그럴 듯하여 대중을 설득시키는 데는 성공을 거둘지 몰라도 실상에 있어서는 사람들을 미혹 속으로 빠뜨린다.

무아설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무아설을 단멸론이나 허무론으로 이해한다. 중생이 무아라면 단멸이나 허무에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무아 속에는 더 크고 영원한 자아가 있어야만 한다고 믿는 것이다. 이는 부처님의 무아설에 대한 오해로 무아설이 유무 단상의 두 변을 초월한 중도적 무아임을 모르는 데에서 오는 것이다. 무아설은 자아가 실체 없음을 밝히는 교설이지 자아를 아예 부정하는 가르침이 아니다. 오온으로써의 나가 인연으로 말미암아 생겼기 때문에 그 안에도 밖에도 자아로 삼을 만한 영원한 실체나 영혼, 진아, 개아 따위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생각하고 말하고 움직이는 오온으로서의 나가 아예 없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여기 자동차가 한 대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는 실상에 있어서 자동차가 아니라 수많은 자동차 부속품들이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자동차는 자동차를 이루는 수많은 부속품들에 의해 형태와 기능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때 자동차는 존재하는 것 같으면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많은 부속품들의 측면에서 자동차는 실체가 없으나 자동차 한 대는 눈앞에 엄연히 존재한다. 자동차는 유무를 떠난 중도인 것이다. 그런데 만약 자동차를 모두 해체해 수많은 부속품들로 환원시켰다고 하자. 그때에 과연 진짜 자동차가 나타날 수 있는가? 부속품으로 만든 자동차는 무아지만 그 무아의 자동차를 해체하면 진짜 자동차가 존재할 수 있는가 말이다.

중생의 몸과 마음도 이와 같아서 무아면 무아이지 무아를 넘어선 참나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부처님이 설하신 무아는 참나와 아무런 관련도 없다. 참나설이야 말로 인간을 속박하고 고통을 불러일으키는 악견이다. 이 사실을 깨닫지 않으면 그 누구라도 구업의 과보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492호 / 2019년 6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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